“내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찬란하게.”
열일곱, 처음으로 마주한 아프도록 눈부신 여정
『위저드 베이커리』 『페인트』 『유원』 등으로 청소년문학의 흐름을 이끌어 온 창비청소년문학상이 새로운 수상작을 선보인다.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했다”, “다시 한번 기적을 믿게 하는 이야기”라는 청소년심사단의 인상적인 평과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된 『스파클』(창비청소년문학 134)이다.
『스파클』은 오 년 전 사고로 오른쪽 각막을 이식받은 청소년 ‘배유리’의 여정을 그린다. 사고 이후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마주 보는 것을 유예해 온 유리는 어느 날 자신에게 눈을 준 사람이 궁금해지고, 기증자의 지인 ‘시온’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오랜 시간 자라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떠난 유리와 시온의 여행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리는 외면했던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고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복잡하게 얽혀 온 청소년기의 감정을 찬찬한 눈으로 직시하는 작가 최현진의 시선이 오래도록 독자의 곁에 머무른다. 성찰하는 문장,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결말까지, 피할 수 없는 삶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 있게 내어놓는 작품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미지수
2부 경우의 수
3부 너에게로 가는 가속도
4부 스파클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최현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경기도 안양에서 청소년기와 이후의 시간을 보내며 창작을 하고 있다. 2017년 「두근두근 두드러기」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청소년소설 『스파클』이 있다.
눈이 쏟아지는 어느 겨울, 열일곱을 앞둔 유리의 오른쪽 눈에 환영 같은 눈송이 결정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각막을 이식받은 오른쪽 눈으로만 보이는 눈송이의 정체를 의아해하던 유리는 덮어 두었던 궁금증 하나를 꺼낸다. 바로 각막을 기증해 준 기증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머리를 쓸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73면)하며 착실하게 장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긋지긋한 말을 제쳐 둔 유리는 미뤄 왔던 물음의 답을 찾기로 결심한다. 검색 끝에 오 년 전 크리스마스 날 유리를 포함한 다섯 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는 열여덟 살 ‘이영준’이며, 그에 더해 ‘하늘로 보내는 편지’ 사이트로 몇 년 동안 영준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온’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시온이 영준에게 보낸 편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영준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알게 되는 유리. 시온의 편지는 떠난 영준을 기억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유리는 영준이 좋아했다는 책을 읽고, 시온이 영준을 기억하려 들르는 벤치에 눈 오리를 잔뜩 만들어 두고, 하천을 바라보며 시온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한다. 오 년 전부터 이루어졌어야 하는 기억의 행위를 유리는 뒤늦게 시작해 나간다.
추워서 입술이 떨렸다. 손가락이 시렸다. 하지만 나 말고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하천에 부는 바람이라도 좋으니, 무언가 시온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88면)
어떤 흔들림은 필연적이다
중심을 잡고 무사히 착륙하기 위해서
유리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 동생을 향한 죄책감, 예전과 다른 삶을 사는 부모님을 보며 느끼는 슬픔과 씁쓸함, 사고 현장에 자신을 버려둔 할머니를 향한 증오와 반감 등 얽히고설킨 감정을 꾹 눌러 왔다. 부정적인 감정을 터뜨리기에 자신은 이식이라는 행운을 얻은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늘 “귀를 막고”, “멀어지는 쪽을 택”(74면)했던 유리지만 시온을 알게 되며 얻은 깨달음은 외면하지 않기로 한다. 바로 스스로에게 복잡한 아픔이 쌓여 있었다는 것.
그 마음은, 그러니까 실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나의 행운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라는 것. 그건 내게도 아픔이니까. (88면)
편지를 매개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유리와 시온은 이영준의 눈으로 그의 고향을 보고 싶은 마음에 훌쩍 여행길에 오른다. 모른 척해 왔던 마음을 직시하기로 마음먹은 탓일까?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감정들에 유리는 난기류에 휩쓸린 것처럼 흔들린다. 이 모든 일은 갑작스레 찾아온 듯 느껴지지만 사실 유리가 반드시 한 번은 지나가야 했던 질문이었다.
나는 언 손으로 눈을 비볐다. 쓰라렸다. 할퀴고 분노해도 눈 속의 구체는 내 안을 유유히 떠다닌다. 영원히 그럴 것처럼. (……) 참을 수 없었다. 허기가, 호기심이, 실패가. (163-4면)
이제 감아 왔던 눈을 뜨고
내 안의 눈부심을 바라볼 시간
『스파클』은 작은 여행 이야기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삶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거대한 이야기다. “어떤 꿈은 이루지 못한 채 꿈으로 남는다”(76면)며 자조하던 유리가 꿈이 뭐냐는 질문에 단단한 대답을 남기기까지, 유리는 수도 없이 눈을 질끈 감지만 다시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본다.
『스파클』에서는 몇 만 분의 일 확률로 일어날 법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은 왜 “다시 한번 기적을 믿게 하는” 걸까. 그것은 부서진 균열 사이로 종종 성장이라는 찬란한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그 시린 눈부심에 순간 눈을 감겠지만 다시 눈을 뜨는 게 삶이라는 것을, 모두가 그 찬란함을 겪을 수 있기에 우리의 삶이 기적이라는 걸, 『스파클』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난기류와 한랭전선 사이를 터프하게 비행할 유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중심을 잡기 위해 수없이 흔들리겠지만 『스파클』을 읽는 모든 이들은 유리와 함께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다운, 시린 계절을 통과하는 청소년에게 찬란함으로 남을 작품이다.
일상의 시력을 방해하는 혼탁한 안개 속에서 차라리 눈을 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스파클』을 읽어 보기 바란다. 김지은(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중에서
비행기 창밖을 찍은 그 사진 속에는 이른 아침의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부심에 잠시 눈을 감기도 했지만, 이 먹먹한 눈꺼풀을 다시 들어 올리고 세계에 손 내미는 작가가 되겠다. 내가 받았던 믿음처럼 누군가를 다음으로 안내하는 글을 쓸 것이다. 『스파클』을 만나게 될 모든 분들의 뜨거운 순간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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