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제도 푸에르토리코에 사는 스물다섯 살 메리엠. 다섯 번의 면접 끝에 드디어 ‘슈퍼사우루스’ 유한회사 준법감시팀 인턴으로 입사한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출근한 그녀를 맞이한 건 복사기와 전화기뿐. 모두가, 사수조차 그녀의 이름도 제대로 불러주지 않으면서 그저 커피 심부름이나 시킨다. 6개월짜리 인턴이 회사를 ‘물려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메리엠은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려 최선을 다한다.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날을 고대하며 출퇴근 왕복 3시간, 따분한 점심식사, 퇴근 후 회식을 꾹 참고 견디는 메리엠에게도 가끔씩 사직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이를테면 사수가 은근히 그녀를 따돌릴 때, 수십 배의 연봉을 받는 상사가 최저연봉인 그녀에게 하소연할 때, 그녀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료가 결혼과 출산을 당연시할 때. 그때마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경력을 쌓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디면서도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매일 수백 번씩 솟구친다. 과연 메리엠은 ‘퇴근’과 ‘퇴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목차
1부 인턴 사원 9
2부 파견직 사원 177
3부 정규직 사원 343
감사의 말 523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메리엠 엘 메흐다티(Meryem El Mehdati)
1991년 모로코 라바트에서 태어나 카나리아제도 푸에르토리코에서 자랐다. 평온함을 인생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았기에 현재 라스팔마스에서 안온한 삶을 보내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셀카, 탄산수, 축구선수 카림 벤제마, 지네딘 지단을 좋아한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Supersaurio』는 그녀의 첫번째 책이다. 팬픽션넷 http:fanfiction.net에 글을 게재했고 엔솔로지 『사탄의 위대한 책El Gran Libro de Satan』에 단편 「05:30 AM」을 발표했다.
역자 : 엄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신을 죽인 여자들』 『마마 블랑카의 회고록』 『입속의 새』 『태풍의 계절』 『미친 장난감』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영혼의 미로』(전2권)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공역) 『계속되는 무』 등이 있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는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 사는 90년대생 여성 신입사원 메리엠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녀의 인생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역사상 가장 학력이 높은 세대이지만 역사상 가장 낮은 연봉, 이공계로 진학했어야 한다는 후회와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압박감, 월세로 모조리 빠져나가는 월급, 꿈만 좇기엔 지나치게 높은 현실의 벽. 여성과 청년, 특히 사회초년생에게 주어지는 짐은 국적을 불문하고 무겁기만 하다.
이런 세상에 메리엠은 “빌어먹을”이라 외친다. 이 한마디는 억눌러 있던 감정을 터뜨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그녀에게 ‘분노’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세상에 맞서 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자기 자신을 지키는 무기다. 메리엠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겠다’는 각오로 ‘투명인간’에서 점점 존재감 있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분노가 그녀를 강하게 만들고 그 힘이 삶의 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분노를 통해 변화한 메리엠은 멈추지 않고 “같이 분노의 힘으로 맞서자”며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여성, 이민자, 무슬림, MZ세대…
이름 앞에 붙을 수식어는 내가 정해!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는 ‘직장인’ 메리엠의 생존기이자 동시에 ‘사람’ 메리엠의 생존기다. 메리엠 엘 메흐다티, 그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불린 적이 없다. 메리안, 미리암, 메이르메… 잘못된 철자가 늘 그녀를 따라다닌다.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도 꼭 따라붙는다. 그녀가 카나리아제도 태생이라 대답해도 사람들은 마치 그들이 원하는 출생지를 들을 때까지 반복할 것처럼 똑같은 질문만 던진다. 일부러 메리엠을 틀리게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 이름이 끝이 아니다. 메리엠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가 이민자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많은 차별과 간섭을 받아왔다.
갖은 핍박 속에 지친 메리엠은 팬픽션에 설움을 털어놓는다. 학창시절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팬픽션을 쓰며 답답함을 해소했던 그녀가 이제는 현실을 비판하는 팬픽션을 쓰기 시작한다. 자기를 가로막는 벽에 작은 돌멩이라도 던지겠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 차이, 노동 격차, 직장 내 괴롭힘, 인종차별 등 사회문제를 과감히 꼬집고, 자신을 괴롭히는 동료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며 반항하기도 한다. 이렇듯 메리엠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세상에 진저리가 날지언정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괴로움에 끊임없이 맞서던 메리엠은 “살아 있다는 건 일련의 고통과 실망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깨닫고, 그 속에서 점차 “뜨거운 태양 아래 선인장처럼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는 존재”로 성장한다. 여성, 이민자, 무슬림, MZ세대라는 수식어를 넘어 온전한 ‘메리엠 엘 메흐다티’로 우뚝 설 때까지 그녀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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