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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여행자-되기 - 둘이서 3
백가경 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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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53735
ISBN
9788932925318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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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5-08-20
페이지, 크기, 무게 312쪽, 128*188mm, 312g
북카드
목차
들어가며
통: 담아냄으로써[桶] 연결되는[通] 아픔[痛]들
같이 관 걷기
1관 인천
순옥이 언니와 곤로
갈 수 없는 곳에 가보기
2관 의정부
언니들의 방
몸, 역사와 슬픔의 거주지
3관 삶터
자동 운행 항공기 밖으로
창의적인 훼손
4관 안산
참척과 나르시시스트
304명이 만든 교실
5관 이태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울면서 춤추기, 울면서 계속 쓰기
6관 일터
비(非)사무실의 트랜스페어런트칼라
네 탓이 아니야
7관 광주
역사 기행과 성인식 사이에서
그리울 수 없는 것이 그립다
8관 서대문
목줄의 혜윰
보였다가 안 보이는 벽돌 벽
9관 고향
놀이, 기타, 편지
구멍의 존재론
10관 등단길
정동길의 끝이자 시작, 경향신문사 사옥
아빠가 있다
나가며
가경에게 연결됨으로써
유지에게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백가경
시인.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펴냈다.

저자 : 황유지
문학평론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도시-관통>을 주제로 함께 걷고 따로 사유하기

도시의 건축물에 유달리 관심이 있는 시인과 발아래 축적된 것에 골똘한 문학평론가는 <도시-관통>을 두루 주제로 삼고, 서로가 관심을 가진 것들이 연결되어 있기에 이 모든 것을 <관>으로 여기고 <관내>를 여행하기로 한다. <-되기>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철학자 들뢰즈의 사유를 빌려온 것으로, 너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그 자리에 놓이는 이해의 지향을 뜻한다. 누군가를 향한 온전한 이해란 불가능에 가깝기에 <-되기>는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포함한다. 두 사람이 공간을 걷고, 사유하고, 글을 쓴 것은 그들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관내 여행자-되기를 보여 주는 것이다. 유유자적한 낭만적인 여행이 아니다. 황유지는 인천 성냥 박물관에서 일했던 어린 여공들의 삶에서 친척 언니의 삶을 겹쳐 보며, 우리 이전의 소녀들이 자신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짐을 졌던 시간을 떠올린다. 함께 인천을 찾았던 백가경은 동일방직 공장의 터로 이동하여 최소한의 노동 인권을 위해 항쟁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역경을 되새긴다. 의정부에서는 미군 부대 앞 성매매 여성들이 살았던, 아니 그곳밖에 살 수 없었던 <뺏벌>이라는 곳을 찾아가 역사와 슬픔의 거주지인 언니들의 방을 목격한다. 그리고 안산과 이태원, 광주와 서대문으로 상처를 마주하러 걸어간다. 두 사람은 사회적, 역사적 공간만 찾아간 것은 아니다. 그들을 지금까지 만들어 온 고향과 일터, 그리고 둘을 이어 주게 된 <등단>의 길도 다시 한번 찾아가 결국 그 관을 모두 통과하여 밖으로 나온다. 함께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 기어이 통을 하나하나 두드려 가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부를 묻고, 역사학자도 연구자도 아니지만 백치의 상태로 둘이서 손을 잡고 길고 긴 관을 걸어서 결국 나온 것이다

책 속에서

내 눈에는 모두가 제 안에 어린아이를 껴안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성숙한 어린아이를 품고 있고 또 어떤 이는 너무도 여리고 미숙한 어린아이를 데리고 산다. 어린아이는 아주 천천히 자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 앞에서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는가 하면 무엇을 쫓다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의 육체는 그 어린 것을 기다려 주지 않고 생체 시계에 맞추어 쑥 자라 버린다. 제 안에 만들어진 그 간극이 통증을 만드는 게 아닐까. 사람은 대체로 허약하고 자주 겁쟁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이가 가엽다. ㅡ 유지, 12p

미립자가 즐비한 이곳은 결국 내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무리 단단하고 두꺼운 벽으로 고통의 미립자를 막는다고 해도 벽은 언젠가 허물어질 테고, 그 뒤로 켜켜이 얽힌 이야기의 수관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자라났을 테다. 우리는 외면하지 않고 마리, 명, 구의 얼굴을 마주하며 길게 이어진 관을 걸을 것이다. ㅡ 가경, 17p

수도권 권역이면서 바다를 품고 있는 곳, 그 바다로 밀고 들어온 외국의 배들이 도시의 정체성을 빚어 올린 곳, 근대 초기의 흔적들이 여행객의 인증 사진을 부르는 곳, 한반도를 둘러싼 대국의 욕망과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소년만 아니라 숱한 소녀가 미처 영글지도 않은 젊음을 〈불태웠던〉 곳. 우리의 첫 도시는 그곳, 인천이었다. 우리는 인천역에서 만나 걷기 시작했다. ㅡ 유지, 21p

도시에는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는 이야기들이 마치 지하철 노선처럼 깔려 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영화로, 책으로, 뉴스로, 누군가의 말을 통해 접하면서 〈잊힌 이야기〉라는 파편이 마음에 박힌다. 때로 어떤 이야기는 정말로 까맣게 잊기도 한다. 완전히 잊고 살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그것을 마주쳤을 때 〈그간 속 편하게 그 일을 망각하고 살았구나〉 하는 죄책감을 느낀다. ㅡ 가경, 65p

슬픔은 영어로 grief, 그 어원은 gref로 〈무겁다〉는 뜻이다. 슬픔은 저마다의 무게를 가진다. 그리고 그것은 무겁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서 도무지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그런 슬픔은 바다를 압도한다. 그래서 가라앉을 수도 없다. 그것만이 침몰하지 않을 유일한 진실이다. ㅡ 유지, 101p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은 부정적 감정을 덮든지, 숨기든지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고 그저 〈일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괜찮다는 착각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단서를 제거하는 편협함. 일상이 고통과 동행할 수 없다는
그 잔인한 처사는 오히려 사람들을 분열 속으로 밀어 넣는다. ㅡ 가경, 116p

사람에 의한 범죄라는 점에서는 이태원도 마찬가지다. 이태원의 저 벽은 너무 가까이 있었고, 그 벽 사이로 밀고 밀리는 숱한 밤들은 언제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 부처, 서울시, 용산구, 경찰 관계자, 해밀톤의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소아 성애자이든 불법 증축물이든 범인은 언제나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ㅡ 유지, 136~137p

나의 작은 투쟁은 이런 것이다. 하나의 진실에 다가가는 공부를 일상적으로 꾸준히 하기. 진실을 가려내는 눈을 기르기. 특정 집단이 시간을 끌며 대중의 망각을 유도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음을 끝끝내 증명하기. 계속 말하기. 계속 쓰기. 작든 크든 계속 투쟁할 수 있는 위로와 에너지를 얻으러 여기저기 다니기. ㅡ 가경, 153p

일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가 투명 옷깃을 입고 언제든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도록 자발적으로 〈브랜딩〉한다. 나는 필경사 바틀비처럼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자주 속으로 선언하지만, 동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그건 불가능하다고도 느낀다. 그것을 하지 않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ㅡ 가경, 170p

사람들은 때로 피해자를 나무라는 방식으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내가 사람에게 다쳤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그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냐며 호되게 말한 것은, 나를 염려하는 마음인 줄 알면서도 아프게 들린다. 나를 배반한 사람이 중요해서가 아니다. 내가 바친 그 마음이 다친 거라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내가 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망친 거라서 오래 앓는 것이다. ㅡ 유지, 183p

계엄과 백골단이, 무장한 경찰이 죽지도 않고 돌아온 것을 이번 겨울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지나며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걸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성숙했는가. 민주화도 성인도 되지 않은 채 이 사회가 얼렁뚱땅 나이만 먹어 가고 있지는 않나. ㅡ 유지, 196p

사회가 줄 세운 기준에 상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누구도 〈루저〉로 불러선 안 된다. 심지어 〈교육자〉로부터 발화돼선 안 되는 말이다. 그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 근대화가 느린 약소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지배당해야만 발전하는 국가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어떤 대상을 죽도록 미워하고 복수하고 원한을 되돌려주는 것일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일본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ㅡ 가경, 238p

다만 활활 타오르는 화가 언젠가 한으로 바뀐다면 좋지 않을까? 나는 화와 한으로 열렬히 끓어오르는 가마에 더 큰 불을 지르고 싶다. 그렇게 만들어진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서 영험해 보이는 돌무더기나 인공 폭포 절벽, 사람을 잡아끄는 둥근 아치 현관 같은 것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ㅡ 가경, 280p

종종 아이의 눈에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은 비싸고 고급진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걸 알아주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는 그 어른을 믿는다. 그가 나를 들여다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ㅡ 유지,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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