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리베카 터허스더브로Rebecca Tuhus-Dubrow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뉴요커, 가디언,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워싱턴 포스트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다. 워크맨의 짧은 문화사를 다룬 『퍼스널 스테레오』는 2017년 미국 음악 평론 웹진 피치포크에서 ‘최고의 음악 도서’로 선정되었다. 2025년 『아토믹 드림스: 새로운 원자력 전도사들과 미래 에너지를 둘러싼 싸움』이 출간될 예정이다.
역자 : 배순탁
음악평론가, 방송작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로 2008년부터 활동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구석 1열> 등 이런저런 방송에 출연하면서 아주 약간 이름을 알렸다. 경향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 시사IN, 씨네21 등의 매체에 기고했거나 기고 중이다. 여러 권의 책을 발간했고, 『모던 팝 스토리』와 『레코드 맨』을 번역했다. 홍익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오래전에 졸업했고, 얼마 전 마침내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밥 딜런에 관한 석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여행가방, 트렌치코트, 퍼스널 스테레오, 청바지, 유아차, 인형, 먼지, 쇼핑몰 등 이 시리즈에서 조명하는 사물의 종류에는 한계가 없다. 작가들은 사물이 겪어온 다양한 변화들을,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풀어낸다. 형식에도 제한이 없다. 작가가 선택한, 아니 작가를 선택한 사물이 무대에 앉아 마치 감독이자 주연배우처럼 책의 장르와 연구 방향을 지시하는 것 같다. 그 결과 독자들은 갖가지 주제와 형식의 다채로운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지식산문 O’의 두번째 책은 『퍼스널 스테레오』다. 1979년 소니 워크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에 몰입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경험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워크맨은 ‘이기적인 세대’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여겨지며 반사회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워크맨이 폐허가 된 전후의 도쿄에서 탄생하여 전 세계적으로 고독한 행복의 상징이 되고, 더 나아가 MP3와 아이팟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쓸모없게 되고, 역사의 뒤편에서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된 모든 과정을 추적한다.
워크맨에 담긴 한 시대의 기억을 열다
2009년 BBC 〈뉴스매거진〉은 13세 소년에게 워크맨을 잠시 사용해보고 소감을 들려달라는 재미난 요청을 했다. 워크맨 출시 30주년에 맞춘 기획이었다. 워크맨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소년은 아마도 이 물건을 전설로나 접했으리라.
“아빠가 크다고 말했지만 그렇게까지 클 줄 몰랐어요.” _13쪽
소년은 워크맨이 너무 크고 번거롭고 미심쩍다고 생각했지만, 30년 전 이 물건은 혁신적인 기술의 표본이자 일본 전자회사 소니를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린 제품이었다. 전후 도쿄의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소니는 워크맨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도 있다. 소니의 창립자 아키오 모리타와 마사루 이부카 외에, 워크맨의 또다른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다. 간발의 차로 ‘퍼스널 스테레오’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를 놓친 불운의 남자, 바로 안드레아스 파벨이다.
1979년 밀라노에 있던 파벨은 아시아에 다녀온 브라질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여행 중에 헤드폰을 착용한 사람을 보았다. “당신이 내게 항상 설명하는 그 스테레오 헤드폰을 쓰고 있는 것 같았어요.” _68쪽
저자 리베카 터허스더브로는 70대에 접어든 파벨과 긴 대화를 나누며, 그가 어떻게 퍼스널 스테레오를 개발했는지, 어떻게 소니에 대항했는지 듣는다. 파벨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감동을 줬어요. 실제로 우리 삶에 마법을 불어넣었죠.”(75쪽) 왜 아니겠는가? 퍼스널 스테레오는 사람들에게 그저 효율성과 편리함만을 주는 기술이 아니었다. 워크맨을 구입한 뒤 한 달 동안 헤드폰을 벗지 못했다고 고백한 소설가 윌리엄 깁슨처럼, 나만을 감싸는 소리의 황홀경을 경험한 사람은 절대로 그것과 떨어져 살 수 없다. 사람들은 업무, 산책, 공부, 여행 등 모든 일을 워크맨과 함께했다.
“사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워크맨이 아니다.
이후 등장한 기술에는 없었던 바로 그것, 즉 자유로움이다.”
하지만 한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세상을 사로잡았던 다른 기술들처럼, 워크맨도 시간이 지나며 결국 새로운 기기에 밀려났다. 사람들은 워크맨을 잊고 작은 사이즈에 수천 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아이팟과 스마트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묘하다.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스마트 기기가 내 손안에 있는 지금, 그 투박한 기계가 가끔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딱 한 가지 기능에만 충실한, 그 우직한 아날로그 기기들. 이 책은 지나간 기술에 깃든 사연과 추억, 그리고 특유의 아름다움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기술 변화 속에서 왜 이토록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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