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순재
심심한 걸 재밌어하는 이상한 구석이 있어요. 많이 사귀기보다 오래 사귀는 은근한 구석이 있어요. 더 많은 구석을 찾아가는 중에 이 책을 썼어요. 그동안 《가장자리》 《우리 사이에는》 《딱 알맞은 집》 《한발 늦었네》 《우리 할머니, 제인》 등의 그림책을 썼습니다.
그림 : 김지혜
뾰족한 마음의 구석을 다듬느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림 그리기는 날 선 구석을 부드럽게 만들어 줘요. 찬이, 해수와 함께한 시간도 그랬어요. 동그란 구석을 발견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또 다른 구석에서 지은 그림책으로는 《매일, 살림》이 있습니다.
‘구석’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어쩌면 잘 보이지 않는 장소나 어둑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모퉁이의 안쪽을 뜻하는 단어 ‘구석’에는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바로 ‘좋은 구석이 있다.’처럼 마음의 한 부분을 나타낼 때 쓰이는 뜻이지요. 이 책은 구석이 가진 중의적인 의미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다양한 구석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만 아는 어리숙한 구석이나 나만 몰랐던 귀여운 구석들이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어떤 구석을 숨기고 싶어 더 어둡고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쏙 숨어 버리기도 하지요. 작품 속 반짝거리는 눈빛을 한 주인공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구석들을 찾고, 발견하고, 더 알아 갑니다. 우리에게는 또 어떤 구석들이 있을까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구석들을 따라가면서 나도 몰랐던 내 마음속 구석들을 만나 보세요.
자꾸만 네가 더 궁금해
구석구석 알고 싶은 그 애를 향한 설레는 고백
해수에게는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눈길이 닿는 친구가 있어요.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도, 피구 시합을 할 때도 이상하게 찬이만 눈에 들어옵니다. 가만가만 그 애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도 모르는 구석들을 발견할 수 있지요. 그 애는 코를 찡긋하고 웃을 때 보이는 귀여운 구석도 있고, 짓궂은 장난에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구석도 있어요. 맛있는 간식 앞에선 치사한 구석도 보이지만 장래 희망이 늑대라는 엉뚱한 구석엔 또 쿡쿡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역시 구석구석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걸까요? 자신만의 구석으로 쏙 숨은 찬이에게 눈물 자국이 보여요. 해수는 그런 찬이에게 씩씩한 구석을 내보이며 먼저 손을 내밉니다. 숨기고 싶은 구석이 있더라도 그건 우리가 가진 수많은 구석들 중 한 구석일 뿐일 거예요. 해수는 자신의 구석을 내보이며 다정하게 위로합니다. 그리고 찬이에게 건네고 싶던, 마음속 깊은 구석에 간직하던 설렘 가득한 한 마디를 전해 봅니다. 살랑살랑, 마음이 간질거리는 해수와 찬이의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가을바람처럼 불어옵니다.
그림책을 통해 맞닿는 우리의 구석들
늘 섬세하고 새로운 눈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신순재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독자들의 마음속 깊은 구석구석을 살가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작가는 구석을 숨기기 위해 구석에 숨어본 적이 있는 이들에게 ‘괜찮다’라는 말을 건네고 싶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찬이처럼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구석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한 구석이 나의 전부인 건 아니니까요. 작품 속, 찬이의 구석들을 오롯이 인정해 주는 해수의 모습은 책장 밖의 독자들에게도 따스한 온기를 전해 줍니다.
지난해, 첫 그림책 《매일, 살림》으로 그림책 애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렸던 김지혜 작가는 두 주인공에게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습니다. 긴 앞머리로 두 눈을 가린 비밀스러운 찬이와 맑은 눈망울을 가진 해수가 더욱 생동감 넘치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찬이의 구석이자, 서로의 구석이 맞닿는 공간인 색종이 세상은 작가가 찾아낸 환상적 세계입니다. ‘색종이’는 다양한 무늬와 색깔이 있습니다. 또 흥미를 가졌다가도 마구 구겨버리거나 고이 접어 숨길 수도 있지요. 마치 우리들의 ‘구석’처럼요. 서로의 구석을 함께 여행하며 조금씩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두 어린이의 모습을 찬찬히 따라가 보세요.
‘구석’이 언제나 두 면이 맞닿아야 생기는 공간이듯, 서로 다른 구석을 가진 두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맞닿아 새로운 구석을 그려냈습니다. 그 아늑하고 포근한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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