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 너도 봄날 | 소년 | 새봄 | 아침 | 밤이 부족하다 2 | 초승달 | 고통이 말해주지 않는 고통 | 김포 | 잘 가라, 내 실수 | 묘비명 | 실족사 | 엄마 전화기 | 죽은 자의 전화번호 | 전화하지 않고 사랑할래요 | 직사광선 | 12시 방향 | 남고비사막 | 대초원 | 피부 바깥으로 | 밤이 켜졌다 | 밤의 사막
2부 이제야 꽃을 드는데
밤이 부족하다 |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 바람개비 2 | 피부 밖으로 | 이제야 꽃을 든다 | 무엇이 더 부족한가 | 이별 고개 | 혼자의 혼자 | 혼자 혼잣말 | 안단테, 안단테 |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 가출 | 선물 | 세상에 참평화 있어라 | 우리 집에 왜 왔니 | 죽은 자의 날 | 지상의 하느님 | 하늘나라 | 활발한 생활 | 연립주택
3부 총구에 꽃을 꽂지 말라
바람개비 | 울지 않으면 죽어야 한다 | 근황 | 전환설계 | 다시 땅끝 | 죄와 벌 | 하늘이 내게 물었다 | 내 새 이름 | 모두를 위한 것은 모두가 | 몬스 사케르 | 천상의 메아리 | 어싱 | 다시 지구 생각 | 천지간 천지인 | 최소량의 원칙 | 식물의 말 | 이것은 칫솔이 아니다 | 총구에 꽃을 꽂지 말라 | 하늘이 들어오신다 | 밤의 각오 | 미안하다
저자 : 이문재
시인 이문재는 1982년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혼자의 넓이』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사저널』 기자, 『문학동네』 편집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 대표를 맡으면서 '나를 위한 글쓰기' 촉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존재에 가닿기 위한 간절한 시도
피부 밖으로 나아가는 관계의 감각학
거울 속의 거울
마주 보는 거울은 떼어놓기
눈동자는 다른 눈동자와 마주 보게 하기
눈동자 안에 다른 눈동자 빛나게 하기
반짝이는 눈동자에게
꿈을 꾸게 하는 꿈 말해주기
시를 쓰게 하는 시 서로 읽어주기
-「너도 봄날」 전문
상대방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말을 건네고, 귀 기울여 듣는 일. 이문재의 시는 이러한 감각적 행위를 통해 타자와 관계를 맺는다. 간절하리만큼 관계 지향적인 태도는 오늘날 만연한 소통의 단절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눈동자를 바라본 적이/언제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다른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언제였는지”(「눈동자 2」)라는 고백은 “전화 한 통 안 하거나/문자 하나 확인하지 않”(「혼자의 혼자-농담 2」)을 만큼 각박해진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시집의 1부와 4부에는 시인의 자전적 기억과 더불어 삶의 시간 속에서 만난 존재들과의 관계가 담겨 있다. “죽은 엄마 전화기를 어찌하지 못”한 채로 “엄마한테 문자를 보”(「엄마 전화기」)내곤 하는 시의 화자는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와 “음식은 끝 맛이라시던 외할머니”(「백모란」) “월남에서 돌아온 말 없던 막내 삼촌”(「커피를 꿀꺽」) “통영 바닷가에 사는 시인”(「전화하지 않고 사랑할래요」) 등 삶을 함께해온 얼굴들을 조용히 호출한다. 타자와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시인은 연결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밤중에도 달을 바라보며//반대편에 떠 있는 태양을 생각하는 거야”(「직사광선」), “보름달 보이지?/그래, 보여!//그렇구나, 우리 눈빛이/지금 저 달에서 만나는 거로구나”(「밤이 켜졌다」)에서처럼 만남은 거리를 넘어 감각의 공명으로 확장된다.
나아가 시인은 타자에 가닿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경로로서 ‘피부’를 호출한다. “내 생각이 피부 밖으로 나가/다른 몸 안으로 들어가본 적이/과연 몇 번이나 있었는지”(「피부 바깥으로」), “내가 나의 밖으로 나가야/당신을 만날 수 있을 텐데”(「피부 밖으로」)라는 사유에서 이문재의 시적 태도는 나와 세계가 동일한 감각의 조직 위에 놓여 있다는 지각의 현상학을 여실히 수행해낸다.
우주가 함께한다는 광활한 연대감,
세계와 다시 맺는 생태적 윤리
우리 안과 밖에 천지자연
천지자연 안에 우리 우리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느니
-「모두를 위한 것은 모두가」 부분
이문재의 시에서 만남의 대상은 인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만은 아니겠지요 동식물을 비롯해/땅과 하늘 별과 달은 물론 도구와 기계에 이르기까지”(「최소량의 원칙-『문학사상』 지령 600호에 부쳐」), “인간과 비인간 존재 모두 형제자매입니다”(「이것은 칫솔이 아니다」)라는 선언은 세계 전체를 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인식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집의 2부와 3부에서는 이러한 대사회적 메시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된다. ‘하늘’ ‘땅’ ‘아침’ ‘밤’ ‘대초원’ ‘사막’ ‘꽃’ ‘뿌리’ 등 자연에 대한 호명은 등단작에서도 이미 명징하게 드러났던 화두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에는/우리가 울면서 이름 붙여준 울음 우는/별로 가득하고/땅에 묻어주고 싶었던 하늘/우리 살던 옛집 지붕 근처까지/올라온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무거워진 나뭇잎을 흔들며 기뻐하고/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그해의 나이테를/아주 둥글게 그렸었다”(「우리 살던 옛집 지붕」).
삶과 자연을 하나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던 젊은 시인은 이제 시단의 어른이 되어 다음 세대의 삶을 염려하며 “물려받은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게 해서/물려주는 것이 진정 예술이고 정치”(「근황」)임을 되새기고, “물려받은 것을 그대로 물려주진 못할지언정/물려받은 것보다 더 나쁘게 해서 물려주는/이런 사회, 이런 시대, 이러한 문명”(「죄와 벌」)을 깊이 반성한다. 시인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시니어 단체 ‘60+기후행동’의 공동대표로 활동해왔으며, 발문을 쓴 나희덕 시인과 함께 ‘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을 꾸려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해왔다. “순결하고 건강하고 웅숭깊은/생명의 품을 우리가 이렇게 더럽혀놓아서/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미안하다」)고 고백하며 책임의 언어를 놓지 않는 시인의 윤리 의식이 시집 전반에 흐르고 있다.
시인의 말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을 얼마 전에 들었다.
우리는 모두 시인으로 태어난다는 과학자의 말은 오래전에 들었고.
나는, 우리가 ‘시의 마음’을 되찾는다면 이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2026년 1월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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