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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 : 그리스 신화로 읽는 현대 남성 내면의 원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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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47874
ISBN
9791172133917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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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3-30
페이지, 크기, 무게 292쪽, 135*210mm, 380g
목차

추천사
들어가는 말: 그림자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아서

1장 제우스: 통합하고 성찰하는 진정한 아버지 신
아버지 이미지의 현주소 | 악랄하고 잔혹한 첫 세대 아버지, 우라노스 | 크로노스의 승리와 새로운 질서의 도래 | 혁명가 크로노스는 왜 독재자가 되는가? | 건강한 성장에는 파괴적 아버지도 필요하다 | 군림하지 않는 새 시대의 통치자 | 신성한 아이, 제우스 | 고대 여신들의 계승자 제우스 | 제우스로 새로운 아버지 상상하기 | ‘아버지 고픔’의 시대에서

2장 헤파이스토스: 상처로 마침내 거룩해진 신
태어남과 동시에 거부당하다 | 절뚝이는 남성성과 어머니를 향한 은밀한 열망 | 렘노스, 소외된 마음 세계에 대한 은유 | 자연을 모방하여 자연처럼 창조하다 | 헤파이스토스는 왜 아프로디테와 결혼했을까? | 원형적 삼각관계와 섹슈얼리티 | 헤파이스토스와 디오니소스 | 현대인의 가장 억압된 세 그림자 | 상처로 신음하는 남성 속의 헤파이스토스

3장 아폴론: 멀리서 빛나는 아름다운 신
섬에서 태어난 아폴론 | 용, 땅, 어머니, 그리고 아폴론 | 아폴론, 오염 없는 신이 아닌 정화하는 신 | 오라클의 성지 델포이 | 영웅의 귀가 비극을 낳는다 | 여성은 왜 찬란한 아폴론을 거부하는가? | 뉴턴의 심장에는 아폴론이 살았다 | 아폴론의 횃불을 들고, 다시 가이아의 품으로

4장 헤르메스: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로운 신
천부적 트릭스터, 헤르메스의 탄생 | 언제 어디서든 사랑받는 신 | 기회, 타이밍, 순발력의 신 |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장사꾼 헤르메스 | 어리석음은 죄인가? | 표현의 자유는 헤르메스의 선물이다 | 헤르메스가 지닌 여성적 지성의 힘 | 리미널리티의 순간, 헤르메스가 나타난다 | 한낮에 밤의 신비를 펼쳐 내는 신

5장 디오니소스: 억압을 부수고 환희를 깨우는 신
‘두 번 태어난 신’ 디오니소스 | 매드, 크레이지, 사이코시스의 차이 | 미치거나, 갈기갈기 찢기거나 | 디오니소스의 선물, 엑스터시 | 야만은 디오니소스 신의 그림자 | 왜 여성은 디오니소스 남성에 끌리는가? | 디오니소스의 미궁도 풀어 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 열정으로 불태운 자리는 신으로 충만해진다

6장 하데스: 깊은 그림자로 유배된 구원의 신
하데스의 탄생과 지하 세계의 은유 | 하데스의 징벌, 영원성 | 헤라클레스는 지하에서 광인이 된다 | 영혼의 깊이, 깊이의 부 | 하데스는 우리의 무덤이자 자궁이다 | 삶의 위기는 곧 하데스로의 초대 | 기꺼이 하강하는 사람만이 풍요를 누린다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고혜경
신화학자,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미국 퍼시피카대학원대학교에서 신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오클랜드 창조영성대학원에서 제러미 테일러 박사에게 ‘그룹 투사 꿈작업’을 배웠다. 2013년에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을 이끌었다. 이는 국가 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꿈작업 시도였으며, 개인의 꿈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읽어 내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꿈과 신화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무의식을 탐색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마음 오디세이아 1》 《나의 꿈 사용법》 《꿈에게 길을 묻다》 《꿈이 나에게 건네는 말》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여신의 언어》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꿈이 이끄는 치유의 길》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잡아먹히는 아들들, 상처 입은 남성들:
폭력의 대물림을 끊은 제우스와
결핍을 창조로 승화시킨 헤파이스토스

1장에서는 오랜 시간 ‘가부장적 독재자’로 인식되어 온 제우스 신화를 전복하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적 아버지상을 발굴한다. 제우스 이전 세대인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는 자식을 땅에 감금하거나 삼켜 버리는 ‘잡아먹는 아버지’였다. 저자는 이 비극적 이미지에서 기성세대의 억압에 눌려 체념과 무기력, 우울에 빠져 버린 현대 청년들의 초상을 읽어 낸다. 저자는 “제우스를 건강하고 온전한 아버지 모델로 간주하는 데 분명 편치 않은 지점이 있다”(63쪽)고 고백하면서도, 신화적·심리학적 해석을 통해 그가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아버지 신임을 보여 준다. 헤라를 두고서도 수많은 다른 여신을 아내로 맞거나 심지어 억지로 범하는 기존의 폭력적인 이미지는, 내면의 여성성(아니마)을 기꺼이 수용하면서 다른 12신과의 공존을 이루어 내는 통합적 리더십으로 재해석된다. 이러한 제우스의 유연함은 “‘아버지 고픔’의 시대”(68쪽)를 사는 뭇 남성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
2장에서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와 신체적 결함을 딛고 위대한 장인으로 거듭난 헤파이스토스를 조명한다. 올림포스에서 유일하게 노동하는 절름발이 신인 그는 현대인이 깊이 감추고 싶어 하는 수치심, 열등감, 존재론적 부적절감을 상징한다. 특히 “헤파이스토스 유형의 남성이 일평생 즐겨 부르는 노래는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곡”(102쪽)이라며, 헤파이스토스를 통해 모성을 갈구하면서도 그 결핍을 연인이나 아내에게서 채우려 드는 일그러진 남성성의 단면을 포착해 내는 지점은 흥미롭다.
이 장은 인셀 문제나 과잉된 남성성 이면에 도사린 깊은 상처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프로디테를 둘러싼 삼각관계에서 드러난 헤파이스토스의 나약하고 찌질한 면모나, 헤파이스토스의 거울쌍인 아레스가 보여 주는 과장된 허세와 폭력성 모두 ‘근원적 배제와 소외’에서 비롯되었음을 신화는 말해 준다. 저자는 “‘아레스’가 발붙일 곳을 아예 없애 버린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108쪽)라고 물으며, 이들을 단순히 사회 밖으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자신의 결함을 창조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당당히 올림포스에 입성한 헤파이스토스의 궤적을 통해 상처와 소외 속에서 길 잃은 남성들과 현대인에게 자기 삶을 되찾을 눈부신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를 지배해 온 신, 우리가 잃어버린 신:
이성에 갇힌 아폴론과 경계를 유영하는 헤르메스

3장에서는 찬란한 이성과 합리를 상징하는 아폴론을 통해 인류 문명의 눈부신 성취와 그 이면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를 동시에 조명한다. 저자는 “아폴론은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는 데 특히 중요한 신”(131쪽)이며, 무질서를 몰아내고 인류에게 이성과 추상이라는 진일보한 개념을 선사한 신임을 말해 준다. 하지만 아폴론의 ‘맹목적인 빛(이성)’은 오히려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 귀를 멀게 했다. 애매모호한 신탁의 숨은 뜻을 곱씹지 않아 파국을 맞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처럼, 현대인 역시 오직 명료함만을 좇느라 삶의 복잡성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올림포스 최고의 미남이자, 주로 긍정적 이미지로 인식되어 온 아폴론이 정작 구애한 여성들에게는 번번이 거부당하는 아이러니와 그 이유에도 주목한다. 아폴론은 신화에서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여성들을 포기하지 않고 탐하려 들다 끝내 파멸로 몰아넣는다. 저자는 이를 통해 땅(여신)의 에너지, 감정적 언어, 무의식을 억압한 극단적 이성주의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충동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4장에서는 이승과 저승,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헤르메스를 살펴본다. 자주 도둑이나 사기꾼으로 오해받곤 하지만, 형 아폴론의 소를 훔친 뒤 수금을 내어 주어 모두를 승자로 만든 일화(179~181쪽)에서 알 수 있듯 헤르메스는 재기 넘치는 교환과 협상의 신이다. 특히 헤르메스가 ‘경계의 신’으로서 우리를 내면 깊은 곳으로 안전하게 이끄는 영혼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은, 삶의 전환기나 위기 앞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줄 만하다.
현대 사회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만, 안개처럼 모호한 삶의 전환기마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폴론적 명료함이 아니라 헤르메스의 유연한 지혜다. 저자는 이 장의 마지막에서 “지금껏 우연이라 여긴 일들이 헤르메스의 설계”(210쪽)가 아닐까를 스스로 물으며, 삶에 등장한 숱한 우연을 혼란이나 혼돈이 아닌 헤르메스가 건넨 선물로 받아들인다. 세상과 현상을 논리적 언어로 통제하고 설명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강박적 현대인들에게, 우연이야말로 신이 열어 주는 기회이자 풍요라는 저자의 신비로운 통찰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현대 문명이 철저히 추방한 신들:
광기와 환희의 디오니소스와
존재를 거듭나게 하는 미지의 신 하데스

5장에서는 야성과 억압된 감정을 해방하는 광기의 신 디오니소스의 진정한 의미를 복원한다. “현대인은 디오니소스 신을 망각했다.”(216쪽) 디오니소스는 오랜 세월 알코올 중독이나 파괴적 광란의 대명사로 폄하되어 인류의 깊은 무의식 속으로 유배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성 중심 문명이 거세해 버린 생명력과 몸의 영성을 대변하는 신이다.
저자는 ‘미치다(mad)’ ‘제정신이 아니다(crazy)’ ‘광증(psychosis)’이 혼용되곤 하지만 엄연히 다른 뜻임을 짚으며(226쪽), 디오니소스를 오해해 온 우리에게 그가 이끄는 ‘환희와 황홀경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특히 저자가 직접 겪거나 들은 엑스터시 체험을 진술하는 대목에서는 좀처럼 닿을 수 없는 이성 저 너머의 신비가 엿보인다. 흔히 ‘묻지 마 범죄’나 각종 중독, 전체주의적 광기 등 현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디오니소스적 광기로 치부하지만 이는 오히려 그 에너지를 억압하고 배척한 데서 비롯된 ‘디오니소스의 그림자’다. 이성에 얽매인 현대인에게 디오니소스는 두렵고 막연할 수밖에 없지만, “신화는 디오니소스 신을 위한 자리를 우리 안에 마련할수록 벌이 아니라 오히려 신의 선물을 받게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한다.”(252쪽) 경직을 풀고 내면의 열정을 뜨겁게 연소할 때 진정한 자유와 황홀경을 누릴 수 있다는 디오니소스의 매혹적인 초대는, 무채색의 일상을 견뎌 내는 현대인들에게 벅찬 해방감을 선사한다.
6장은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심연, 하데스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정이다. 이 장은 《아버지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이 이끄는 내면 탐색의 도착지이자 모두가 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지다. 하데스 역시 디오니소스만큼이나 크게 오해받고 있는 신이다. 그는 흔히 죽음의 신으로 여겨지지만, 그가 상징하는 특질은 ‘무(無)’나 ‘공허’가 아닌 ‘비가시성’ 그 자체다. 저자는 지상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조차 지하 세계에서는 그저 환영에 불과한 피상을 향해 헛방망이질을 해대는 ‘까막눈’에 불과했음을 꼬집는다. 자기 내면세계 깊이로는 몸을 던지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세상의 표피에만 몰두하며 얄팍한 자아의 힘만으로 모든 문제를 다루고 돌파해 내려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을 돌아보게 한다.
이와 대비되는 오디세우스 여정에 대한 해석은 단연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대목이다. 오랫동안 바다 위를 떠돌다 마침내 하데스 세계에서 만난 현자 테이레시아스의 혼백을 통해 ‘방황의 의미’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게 된 오디세우스, 낡은 자아를 허물고 기꺼이 어둠 속으로 하강한 사람이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은 독자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스 세계관에서는 어느 한쪽만을 숭배하고 다른 한쪽은 외면하는 태도를 ‘불경’이라 여겼다. 오늘날 남성들이 겪는 균열과 방황,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진 채 떠도는 삶은 결국 이 불경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고정적 의미, 박제된 언어로 세계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는 착각 역시 마찬가지다. “본래 정신의 언어는 단어가 아니라 이미지”(11쪽)라는 저자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은 그간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되어 온 그리스의 여섯 남신을 새롭게 읽게 하며, 경이롭고도 무한한 은유의 향연 속으로 독자를 이끌 것이다. 이성과 논리로는 좀처럼 가닿을 수 없는 세계 그 너머의 숨결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신화가 지닌 힘이다.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이 보여 주는 다채로운 남신들의 모습과 신비로운 신화의 언어는 새로운 남성성, 나아가 아름답고 새로운 인간상을 상상하게 하는 장미창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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