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소마
별 걸 다 하는 02년생 창작자. 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학창 시절을 대치동에서 보냈다. 긴 어둠의 밤을 통과해 뜨겁고 눈부신 해를 맞이한 생존자다. 말해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떨어질 일만 남은 낙인(落人)이었다.”
‘대치동과 우울증’ 소마의 강렬한 데뷔작
형광등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서 별을 찾는 아이들
겉보기엔 성실하고 우수한 학생 은아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은 한여름에도 벗지 못하는 카디건 아래 손목에 새겨져 있다. 은아는 손목의 상처를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과 몰라주길 바라는 마음을 동시에 느낀다. 은아 주변의 누군가는 그 상처를 구호 신호로 읽어 내고, 누군가는 모른 척하는 배려심을 발휘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어쩌다 전 과목 만점을 받아버린 은아는 집안의 희망이 된다. 부모와 형제가 모두 은아의 입시 뒷바라지에 매달린다. 은아는 학원비 영수증을 스터디 플래너 앞장에 붙여 놓고 집중력이 흩어질 때마다 영수증의 숫자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숫자는 의지를 강화하지 못하고, 성적은 빠르게 추락하며 깊은 죄책감과 우울증을 불러온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은아의 일기에는 다급한 문장들이 쌓인다. 옥상 난간 앞에서 추락을 상상하고, 엄마 몰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그래도 살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애매한 엄마의 애매한 사랑, 그리고 내 애매한 성적
사랑과 폭력이 하나인 아이
혜란은 ‘친구 같은’ 딸 은아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자 한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은아를 위해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고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다. 만점 성적표를 들고 오면 진심으로 안아 주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같은 손으로 머리를 후려치고 폭언을 내뱉는다. 은아는 말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다. 이야기는 사랑과 폭력이 뒤섞인 양육이 한 아이의 영혼을 어떻게 조각내는지 냉정하게 포착한다.
『대치동 아이들』은 은아, 어머니 혜란, 언니 은영, 친구 채연, 강사 현준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입시 시스템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강요하는 폭력과 침묵을 드러낸다. 0.1점 단위로 배점을 나눠 등급을 가르는 시험, 무한정 늘어나는 시험 대비 암기 자료, 학생 이름을 워터마크로 찍어 유포를 막는 학원의 족보를 만드는 구조 등 소설은 대치동의 생태를 고발이 아닌 묘사로 보여 준다.
“우리 인생은 잘못되지 않았어. 그치?”
살아 있으니 반드시 해피 엔드
수능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은아는 중압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린다. 옥상을 자꾸만 서성이던 은아는 건물 아래에 주차된 고급 스포츠카를 보며 주변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안식에 이르는 방법을 궁리한다. 일기장에 해소되지 않는 마음을 끄적이던 은아는 수능 디데이를 내 삶의 디데이로 전환하기로 결심한다. 수능 당일, 은아는 수험장행 대신 다른 선택을 한다.
스스로를 “긴 어둠의 밤을 통과한 생존자”라고 밝힌 작가 소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기력하고, 두렵고, 자신을 탓하는 청소년들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유튜브 영상 ‘우울증과 대치동’을 만들었다고 한다.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픽션의 형식을 빌려서야 비로소 가능했던 이 자전적 이야기는 성공 서사가 아닌 생존 서사다. 지금도 일기장에만 절망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과 이를 묵시하는 우리 사회에 작가는 조용히 묻는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어떻게 행복한 결말일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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