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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삶 :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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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57458
ISBN
9791173326110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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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9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6-04-10
페이지, 크기, 무게 200쪽, 135*210mm, 260g
목차
서론. 도래하는 현재

I. 프랙털 삼위일체: 테크놀로지/신체/사회

1. 신체의 기술·경제적 배치
2. 스크린의 질서
3. 고정된 신체의 자본주의

II. 현실의 재가공

1. 감시받는 세계
2. 초개인화된 삶
3. 생성형 인공지능의 전환점

III. 또 다른 유령

1. 관계의 새로운 경제
2. 원격 관계의 보편화
3. 타자의 증발

IV. 탈주체화 과정

1. 자기다움의 피로
2. 인류의 ‘식물인간화’
3. 사기적 담론들

지평(들). 진실의 시간
주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에릭 사댕 (Eric Sadin)
철학자이자 저자로서, 디지털 기술과 인류 문명의 영향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온 프랑스의 기술 비판 사상가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인간 조건을 다룬 대표적 저서로서 『알고리즘의 삶: 디지털 이성에 대한 비평』(2015), 『세계의 실리콘-식민지화: 디지털 자본주의의 저항할 수 없는 확장』(2017), 『인공지능 혹은 세기의 쟁점: 급진적 반인간주의의 해부학』(2018) 등 8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신간으로 『현실의 재구성. 메타버스와 챗지피티의 철학』(Editions Grasset)이 발간될 예정이다.

역자 : 박지민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과 프랑스문학을 전공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불통역을 전공했다. 프리랜서 통번역사를 거쳐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법령정보원, 한국조달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 수업》이 있다.
출판사 서평
*장강명 작가, 전치형 교수 강력 추천*
*〈르뷔데되몽드〉 올해의 책 최종 후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사상가 10인’ 선정*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 머리 위에서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_장강명 작가, 『먼저 온 미래』 저자

‘오늘 어떤 도움을 드릴까요?’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어떤 질문이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공지능이 오늘도 우리에게 말을 건다. 해를 거듭하며 정교해지고 있는 인공지능은 작업 속도를 줄여주고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아예 인간의 일을 대신해줌으로써 엄청난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성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재 방식을 바꿔놓는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에릭 사댕은 『유령의 삶』에서 스마트폰, 생성형 인공지능,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체계를 '유령'이라 명명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급속도로 발전했고, 수많은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공지능 유령에 ‘중독’이 걱정될 만큼 사람들이 의존해온 데 대해 에릭 사댕은 ‘중독’은 표면적 현상에 불과하며,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순히 ‘사회적 사실’이 아닌, ‘문명적 현상’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는 철학자 귄더 안터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유령이 현실이 되면, 현실은 유령처럼 된다.”

이 책은 출간 직후 프랑스 주요 매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예지 〈르뷔데되몽드〉 올해의 책 최종 후보에 올랐다. 〈르몽드〉는 에릭 사댕을 ‘디지털 세계의 철학적 파수꾼’으로 일컬으며 찬사를 보냈고,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는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사상가 10인’ 중 한 명으로 쇼샤나 주보프, 도나 해러웨이, 루치아노 플로리디, 한병철 등과 나란히 에릭 사댕을 선정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스크린에 갇힌 신체,
인간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존재인가

사댕은 증기기관의 등장부터 전기 시대,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테크놀로지·신체·사회 사이에서 '프랙털 삼위일체'의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서로 다른 대상들에서 매우 다양한 규모로 동일한 구조가 반복된다는 의미이다. 석탄을 태워 기계를 작동시키던 시대에 신체는 기계로 환원되었고 사회는 노동계급과 자본계급으로 양분되었다. 이후 전기가 발명되면서 인간의 신체는 훨씬 정교하게 기계화된 동시에 상품 소비와 오락을 즐기며 자본에 예속되었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테크놀로지 발전으로 신체는 스크린 앞에 고정되었고, 세계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으로 우리 삶은 재편되었다. 화상회의, 온라인 쇼핑, 원격 진료, 생성형 인공지능이 모든 영역에서 보편화되는 이 흐름이 낳는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결국 "고정된 신체의 자본주의"이다. 이때 타인은 픽셀 속으로 사라지고 관계는 기능적으로 환원되며, 물리적·감각적 세계와의 접촉은 급격히 줄어든다.

나아가 사댕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 지성의 근간을 흔들려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2022년 대화형 로봇 챗GPT를 선두로 여러 인공지능 시스템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 인간과 유사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믿지만, 이는 ‘통계적 분석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이 만든 산출물’일 뿐이라고 사댕은 규정한다. 인간의 언어는 과거와 현재, 불확실성과 맥락이 얽히는 고유한 발화 행위인 반면, 기계 언어는 파라미터 설정의 결과이자 정해진 규칙에 대한 응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보기 목록을 짜고 편지를 쓰고 소설을 창작하는 일까지 시스템에 맡기는 순간, 인류는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의 자리를 잃고 "프롬프트를 입력할 따름인 존재"로 전락한다고 그는 경고한다.

교육 현장의 디지털화,
학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교육 분야의 대규모 디지털 전환은 그런 점에서 무척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학교는 지식을 통합하고 사유하며 노력과 협력, 타자성과 안목을 배워야 하는 곳이다. 그런 교육 현장에서마저 시대에 뒤처질까 봐 두려워 혁신을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여기게 될 때 신체적·지적 능력을 포기하게 되고 인간의 존엄성, 창의성이 설 자리는 점진적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사댕은 경고한다. 교실마다 컴퓨터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개인 태블릿을 사용하는 오늘날, 글보다 표현이 중시되고 교사가 코치로 인식되는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학생들이 언어의 풍요로움에 발을 담그고 고유한 문장을 써내려가는 노력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공통의 유산과 주관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창조적 긴장을 느낄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스크린 너머에서
현실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기술은 인간의 신체를 무력화했고(1부), 알고리즘이 현실을 재가공해 우리의 상상력과 판단력을 마비시켰으며(2부), 디지털 환경의 심화로 인간 관계는 급격히 픽셀화되면서 소통의 본질이 변했다(3부). 이 단계별 소외의 종착지는 인간 주체성의 상실이다(4부).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는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스크린 중독’이 아닌 ‘현실계의 거대한 변질’인 것이다. 사댕은 이를 ‘인류의 식물인간화’라 명명한다. 이런 위기의식의 심각성은 인공지능의 대부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의 돌연한 입장 변화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수십 년간 연구하고 구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출현에 상당한 공을 세웠던 그는 “평생 일궈온 업적이 후회스럽다”며 지금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사댕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서야 힌턴이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자신의 연구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보지 않았음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의 비판은 신경망 고도화를 이끈 튜링상 수상자인 얀 르쿤에게로 이어지고, 유발 하라리가 엄밀성이 떨어지는 막연한 미래 전망으로 대중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고도 비판한다. 디지털 기술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맡은 정부 기관이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고, 언론이 인공지능에 관한 기사 제목에 물음표만 다는 식으로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고도 꼬집는다. 인공지능이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는 시대에 사댕의 이 같은 날선 외침은, 일방향적인 시대 흐름에 맞서는 예언자적 메시지로 울려 퍼진다.

유령의 시대,
인간식물화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많은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행동을 알려주며, 권유에서 강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추천형 인공지능이 도래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헤게모니를 장악한 테크놀로지·경제 복합체가 지배력을 가진 이 시점에 마지막 한계를 넘어서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댕은 철학자 베르그송이 규정한 생명의 본질, 곧 엘랑 비탈(elan vital)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현실을 주의 깊게 해부하고 그 무엇도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법과 규칙으로 형성된 공동체 안에서 주체성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각자의 고유한 엘랑 비탈을 싹트게 하여 자기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고 타인과 감각적이고 건설적인 유대를 형성하며 공동의 삶의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미래 세대의 생명력을 버리지 않을 새로운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교한 유혹의 힘에 맞서 존엄성과 창의성을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문명적 차원의 전례 없는 사건 앞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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