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아, 너희가 내 인생의 가장 예쁜 꽃이다
- 양선희 산문집 『행복한 기억은 늙지 않아』
치매 노모와 사 남매가 함께 그려낸 눈물과 웃음의 기록
시와 소설, 시나리오, 에세이 등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선희 시인이 신작 산문집 『행복한 기억은 늙지 않아』(달아실 刊)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산문집은 치매라는 불청객을 맞이한 노모와 그 곁을 지키는 자식들의 애틋하고도 다정한 풍경을 시인의 정밀한 시선과 따뜻한 감성으로 포착해낸 일상의 기록이다. 기억을 점차 잃어가는 늙은 엄마를 돌보면서 중장년의 사 남매가 겪어내는 애틋한 고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눈부신 사랑의 순간들을 양선희 시인 특유의 시적 문장으로 그려냈다.
목차
1부. 행복한 기억은 늙지 않아
행복한 기억은 늙지 않아 - 노래를 부를 때만은 팔팔한 꾀꼬리가 되는 엄마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 기억의 소멸 앞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사랑의 얼굴
너희가 꽃이다 - 베란다 화초와 자식들을 꽃이라 부르는 엄마의 지극한 마음
가벼운 것을 예찬하는 무거운 나이 - 무거운 냄비를 들지 못하는 노화의 서글픈 진실
재생의 여왕 -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던 엄마를 닮고 싶은 마음
2부. 진정한 산책자
환생의 꿈 - 요리사, 가수, 영화배우를 꿈꾸는 시인과 엄마가 나누는 환생 이야기
진정한 산책자 - 한 걸음마다 쉼표를 찍으며 비로소 깨달은 산책의 속도
죽음에 관한 단편 - “마음에 맺힌 게 없어야 잘 죽는 법” 화가와 나눈 진지한 문답
우리 함께 반짝거릴까요? - 반짝임을 잃어가는 나이, 원색의 옷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어디쯤 왔니? - 속옷에 적힌 이름 세 글자, 그리고 엄마를 위해 차리는 뭉클한 밥상
3부. 엄마라는 이름의 대피소
엄마의 손끝 - 눈이 어두워져도 바늘귀를 척척 꿰는, 사람을 살려온 야무진 손길
목욕 전쟁 - 씻기 싫어하는 엄마를 구슬리는 ‘하얀 거짓말’과 간병의 기술
참고 살지 마 - 일평생 참음으로 맺힌 엄마의 옹이를 풀며 나누는 자매의 약속
엄마라는 이름의 대피소 - 시린 들판에서 보리를 밟던 날, 풍파를 막아주던 엄마의 널찍한 등
사랑해, 엄마! - 60년 만에 처음 해보는 볼 뽀뽀와 쑥스럽지만 찬란한 사랑의 고백
4부. 다른 세상이 엄마를 부른다
저년이 누군지 나는 몰라 - 기억을 잃은 엄마의 무심한 한마디에 쏟아지는 눈물 섞인 웃음
여기가 내 집이다 - 고향 집을 그리워하며 아파트 베란다에 ‘사람 구경 의자’를 내놓은 마음
꽃들이 자살하는 봄에 - 제 속도를 잃고 피어난 꽃들을 보며 요양원의 엄마를 생각하는 봄
하얀 거짓말 - 요양원 면회실에서 나눈 슬픈 수다, "엄마, 목욕하고 나니 새색시 같네!"
다른 세상이 엄마를 부른다 - 유년의 죽음들과 엄마를 보내드리는 마지막 길의 평온함
저자소개
저자 : 양선희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계간 문예지 『문학과 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봄날에 연애』, 『그 인연에 울다』, 『일기를 구기다』가 있고, 장편 소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를 발표했다. 『엄마 냄새』, 『힐링 커피』, 『커피 비경』 등의 에세이를 펴냈으며, 이명세 감독과 영화 [첫사랑]의 각본을 공통 집필했다. 토픽이미지스의 스톡 작가와 구름감상협회(The Cloud Appreciation Society)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낯가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 속에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가 문득 혼자 떠나 버리곤 한다.
시인의 어머니는 작품 속에서 치매 3등급 판정을 받고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상태다. 딸의 얼굴과 목소리마저 흐릿해지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지만, 신기하게도 옛 노래를 틀어놓는 순간만큼은 엄마의 기억이 또렷해진다.
백난아의 〈찔레꽃〉, 김태희의 〈소양강 처녀〉 전주가 끝나기 무섭게 박자 하나 놓치지 않고 또랑또랑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엄마.
시인은 그 순간만큼은 ‘치매 걸린 엄마’가 아니라 “팔팔한 꾀꼬리”가 되어 엄나와 딸 모두 이팔청춘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한다.
“육체의 노쇠함과 기억의 소멸 속에서도 ‘행복한 기억’만큼은 결코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한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당신의 정수리를 치고 당신의 가슴을 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런 문장들이 책 속 곳곳에 숨어 있다. 죽비 같은 문장을 찾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여러 기쁨 중 하나일 테다.
“너희가 꽃이다” 자식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지극한 모성
책 속에서 시인의 늙은 엄마는 베란다 화초에 물을 주며 자식과 손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다. “나한테 제일 예쁜 꽃은 너흰데…”라며 사 남매와 손자녀들의 이름을 ‘선희꽃’, ‘은희꽃’ 등으로 부르는 늙은 엄마의 목소리는 독자인 당신의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 테다.
한평생 자식들의 거친 풍파를 막아주던 널찍한 대피소였던 엄마였는데, 그런 엄마가 이제 자식들의 세심한 돌봄이 없으면 금세 엉망이 되고 마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죽음이라는 이별이 들이닥칠 테다.
하지만 시인은 결코 슬퍼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엄마 앞에서 재롱부리는 ‘예쁜 꽃’이 되어 엄마를 웃게 하겠다니 참 갸륵한 딸이다.
슬픔을 유머로,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문장
양선희 시인은 자칫 무겁고 통속적으로 흐르기 쉬운 간병과 치매와 노화의 이야기를 특유의 따뜻하고 위트 있는 시선으로 풀어낸다.
주방의 무거운 주물 냄비를 들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살림살이를 가벼운 것으로 싹 교체해주고, 늙어감에 따라 가벼운 옷과 소품을 찾게 되는 스스로를 보며 “가벼운 것을 예찬하는 무거운 나이”가 되었음을 긍정한다.
과거 도시살이의 외로움을 달래려 골목길에서 버려진 물건을 주워와 정성스레 고쳐 쓰던 엄마의 모습을 회상하며, 자신 역시 길가에 버려진 화분을 주워와 새 생명을 심는 ‘재생의 철학’을 실천한다.
시인은 엄마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슬픔과 웃음, 상실과 사랑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렇다고 치매와 노년의 아픔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의 사랑, 삶에 대한 애착, 인간다운 존엄, 그리고 끝까지 서로를 지켜내는 마음을 담담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행복한 기억은 늙지 않아』는 부모를 돌보는 세대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건네며,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달아실출판사 박제영 편집장은 “이번 산문집은 문학적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대를 두루 갖춘 작품”이며, “기억의 소멸 앞에서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품위와 사랑의 얼굴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산문집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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