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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말의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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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81069
ISBN
9791194442967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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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9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6-06-26
페이지, 크기, 무게 312쪽, 127*200mm, 435g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사이토 마리코
1960년 일본 니가타에서 태어나 메이지대학교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한일 학생 모임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1991년 서울로 유학해 한국어로 쓴 시집 『입국』을 펴냈다. 조세희, 한강, 박민규를 비롯해 황정은, 정세랑, 조남주에 이르기까지 가장 주목받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며 일본에 한국문학이 소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민규 소설 『카스테라』로 제1회 일본번역대상, 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요미우리문학상 연구ㆍ번역 부문을 받았다.

저자 : 정수윤
1979년 한국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와세대대학 대학원에서 일본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바라기 노리코의 『처음 가는 마을』,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등의 시집과 다자이 오사무 전집, 다와다 요코의 『지구에 아로새겨진』 등의 소설을 옮겼다. 소설 『파도의 아이들』, 산문 『날마다 고독한 날』 등을 썼다.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 말

전학생을 좋아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느 아침, 교실 앞문을 열고 선생님이 예고 없이 모르는 아이를 데려오면 가슴이 뛰었다. 긴장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입술을 뗀 그 애들의 첫마디를 기다렸다. 이 도시에서 쓰지 않는 낯선 억양, 처음 듣는 말투가 좋았다. 선생님이 그 애에게 내 옆자리에 앉으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나는 언제나 전학생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거는 아이였다.
스무 살, 대학 도서관 서가에서 『입국』(민음사 1993)이라는 시집을 펼쳤을 때, 나는 ‘사이토 마리코’라는 이름의 전학생이 교실 문을 열고 내 마음에 성큼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써온 것과 다른 호흡, 다른 감각의 한국어가 거기 있었다. 그 책에 쓰여 있는 한국어는 나의 모국어가 아닌 듯 새롭게 읽혔다. 한국어가 모어인 내가, 한국어가 모어가 아닌 시인의 말을 닮으려 그의 시를 외웠다. 그 시집을 읽는 시간은 이방인으로부터 모국어를 배우는 수업이었다.
사이토 마리코의 한국어 시에서 느꼈던 감각을 재회한 건 미즈노 루리코 시집 『헨젤과 그레텔의 섬』(읻다 2016)에서였다. 이 시집은 물론 한국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 시인이 쓴 일본어 시를 번역가가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오래전 『입국』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단지 일본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이 나란히 실린 때문은 아니었다. ‘이 번역가는 나처럼 전학생의 생경한 말투에 이끌리는 사람일 것 같다.’ 알 수 없는 친밀을 느끼며 이름을 외워두곤 눈에 띌 때마다 찾아 읽는 그의 애독자가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정수윤과 사이토 마리코, 두 사람이 함께 쓴 책을 마음속에 그려보게 된 것은.
전학생을 무턱대고 좋아하던 마음이 나를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전히 홀로 있는 사람의 외로운 표정,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작게 속삭이는 혼잣말에 끌린다. 문학을 읽는 것은 나와 다른 말투에 마음을 여는 것, 낯선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책 안에서 나와 닮고도 다른 무수한 얼굴을 만나고, 그들과 기꺼이 사귄다. 이제까지 몰랐던 이의 세계에 초대받고, 낯선 타인에게 곁을 내어줄 용기를 비로소 배운다. 나는 지금 사이토 마리코, 정수윤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단 두 전학생과 복도에 서 있다. 문을 열고 두 사람을 소개하면 어떤 눈빛들이 우리를 기다릴까? 미지의 친구들이 부디 전학생의 처음 듣는 말투를 힘껏 환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이름이 나란히 적힌 이 책을 당신께 건넨다.
―편집자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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