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활기차게 지나가는데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차라리 돌이 되고 싶습니다. 돌이 된다면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진짜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고양이가 다가옵니다. 고양이는 돌에게 “감자야?” “빵이야?” 하고 묻습니다. 먹을거리인 줄 알고 호기심을 보였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이라는 걸 알게 되니, “하필이면 돌이라니…….” 하고 낙심하고 말지요.
돌과 고양이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고양이는 톡 쳐서 뒤집힌 돌을 그대로 두고 떠납니다. 뒤집힌 돌은 아무리 돌이라고 해도 위아래가 있다고 투덜거려 봅니다. 뒤집힌 채 거꾸로 세상을 본 경험 때문인지, 신기하게 다시 돌아온 고양이에게 슬슬 마음이 갑니다. 고양이와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너를 좋아하는 내가 마음에 들어.” 하고 말하기도 하지요.
돌은 더욱더 마음을 활짝 열어 봅니다. 고양이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해하고, “하물며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부서지고 쪼개져서 다른 무엇인가가 되었을 때 고양이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까지 갖게 됩니다.
한바탕 꿈이었을까요? 아니면 아이의 상상이었을까요? 또 어떻게 된 일인지, 아이는 눈 깜짝할 틈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눈앞에 등장한 것은 바로 고양이입니다. 아이는 고양이에게 “안녕?” 하고 말을 걸어 봅니다.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허은미
어린이의 입에서 ‘하마터면’이나 ‘하필이면’ 같은 단어가 튀어나올 때마다 사랑에 빠지곤 했어요.
맞춤하게 쓰인 부사나 접속사만큼 문장을 생생하고 맛깔스럽게 만드는 건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만든 책으로 《진정한 일곱 살》 《너무너무 공주》 《달라도 친구》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 《쿵쿵이의 대단한 습관 이야기》 《친구를 만드는 커다란 귀》가 있고, 《돼지책》 《우리 엄마》 《코 없는 토끼》 같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그림 : 조원희
이 원고를 처음 읽고 ‘하물며’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어요. 의식하지 않고 사용해 왔던 단어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아름다운 그 어감과 뜻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싶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 《미움》 《호두와 사람》 《하루의 끝》 등이 있고, 그린 책으로 《쿵쿵이의 대단한 습관 이야기》 《문 밖에 사자가 있다》 등이 있습니다.
그림책 세계에서 개성적인 행보를 보인
두 작가의 컬래버레이션!
짧고 강한 부사로 읽는 이의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그림책!
“하물며 우리도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부사에 담긴 간질간질한 마음을 느껴요!
≪하물며 돌≫ 그림책 글을 보면 무엇보다도 색깔이 들어간 글자가 보입니다. 색을 넣고 크기까지 키워서 지나칠 수 없는 단어들입니다. 바로 부사입니다.
하나씩 나열해 보면 ‘차라리’ ‘그런데’ ‘하마터면’ ‘마침’ ‘하지만’ ‘설마’ ‘혹시’ ‘하필이면’ ‘그렇다고’ ‘아무리’ ‘아무튼’ ‘그래도’ ‘어차피’ ‘그래서’ ‘하물며’ ‘언젠가’ ‘만약에’ ‘마침내’입니다. 부사는 문장 안에서 풍성한 의미를 드러내는 기능을 하지만 덜어 내도 문장을 이루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마치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부사에 집중하며 글을 읽어 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외톨이로 느껴질 때 아이는 “차라리 돌이 되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 ‘돌이 되고 싶어.’라고 말해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지만, ‘차라리’를 더하면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는 균열이 느껴집니다. 지금 홀로 있는 게 얼마나 힘겨운지 토로하며 무생물인 돌이 되는 게 낫겠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어지는 문장은 ‘그런데, 이런!’입니다. ‘그런데’는 접속 부사입니다. 앞 상황과 다른 전환이 이뤄졌을 때 쓰는 접속 부사이지요. 돌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진짜 돌이 된 상황입니다. 툭 뱉어 본 말이 현실이 되었을 때 놀라는 감정이 ‘그런데’ 안에 담겨 있습니다.
때마침 고양이가 건드립니다.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잖아.’에서 ‘하마터면’에는 아슬아슬,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인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부사에 집중하면 문장 속에 담긴 감정들이 몇 배가 되어 다가옵니다. ‘마침’에는 간절함이, ‘설마’에는 황당함이, ‘혹시’에는 의심이, ‘아무튼’에는 체념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황당해하고 놀라워하다가 반갑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고양이를 향합니다.
어쩌면 아이가 돌로 변한 것은 제대로 자기표현을 못 하고, 그저 부사로 한두 마디 툭툭 내뱉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요? 서툴지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향한 곳이 그림책에서는 고양이로 드러납니다.
마침내 아이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고양이를 만나게 됩니다.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고 말은 어떻게 건네야 할지, 어찌할 줄 몰랐던 답답함을 뚫고 용기를 내었을 때 마음이 통하는 순간을 만난 듯합니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진짜 마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돌이 되면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까?
여러 가지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양한 의미를 찾아요!
이 그림책의 재미는 책을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받아들여진 주인공의 성격도 매번 더 많이 상상하게 되지요. 과연 주인공 아이가 어떤 아이일까요?
외톨이를 견디다 못해 차라리 돌멩이가 되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발랄하고 깜찍한 아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지요. 의심 많고 까칠한 성품은 말 그대로 차라리, 혹시, 하물며, 같은 부사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꼭 예민한 아이로만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언어의 작은 차이를 느끼는 섬세한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고 섬세한 부사를 구사하는 아이인 만큼 어쩌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요.
한 발짝 더 상상해 보면 말로 느껴지는 아이의 겉모습과 아이의 속마음은 다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여린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강한 어휘로 자신을 포장하는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아이는 짧고 강한 부사로 도발적으로 자신을 내보이며 언어의 온도가 맞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이 그림책을 접하는 이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춰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할 것입니다. 그림책을 읽어 내는 데 누구보다 거침없는 아이들은 속마음과 언어 사이에 큰 여백만큼 이야기의 여백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끄집어낼 것입니다. 친구가 없고 관계 맺기에 서툰 아이는 상대에게 먼저 다가갈 용기를 보고, 짧은 부사로 강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는 주인공 아이의 어투에 공감을 하겠지요. 말을 고르느라 고심하고 조심스러운 아이는 작은 언어의 차이를 느끼며 고양이와 진짜로 만났을 때,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겠지요. 무엇보다 단단한 돌이라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친구가 있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하물며 돌≫은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여 자꾸 꺼내 보고 그 의미를 곱씹게 하는 그림책으로, 서로 어떻게 읽히는지 대화를 나눠 보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책장에 두고 여러 번 읽고 또 읽는 그림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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