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나는 왜 흔들렸을까?'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 펼치고 있는 하현숙 작가의 첫 번째 평론집이다. 국내 작가 9인과 해외 작가 9인에 대한 작품론, 작가론은 물론 이 외에도 자서적 평론을 통해 작가의 수필 작품에 대한 해설도 추가하였다. 이 책은 본격적인 연구서라기보다 문학을 애호하고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도 있는 접근을 안내하고 있다. 언급한 열아홉 명의 국내외 작가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루는 작품들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이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이고자 의도한 작가의 심중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지용, 이광수 물론 박완서, 신경숙 등의 작가도 있지만 손원평, 김혜선 등 시대를 넘나드는 하현숙 작가의 분방한 시각을 통해 재미있고 흥미롭게 문학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맞기 바란다.
목차
Ⅰ
곤궁한 낭만과 위태로운 달콤
박완서 『그 남자네 집』
여성의 표상과 근대성에 대한 성찰
이광수 『무정』
낯선 이미지와 섬세한 은유의 이중주
김승옥 『무진기행』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의 가능성
손원평 『아몬드』
현대인의 윤리적 피로를 읽어내려는 인간의 시도
구병모 『절창(切創)』
Ⅱ
윤리의 음성으로 말하는 계몽의 서사
이인직 『은세계』
삶의 허무와 고통을 어루만지는 화자의
신경숙 『감자 먹는 사람들』
시적 정서와 체험을 통해 그려낸 빛나는 은유
정지용 작품론
실패한 언어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언어
김혜선 『잔소리 약국』
Ⅲ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로빈슨 크루소 다시 쓰기와 그 배경
미셀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권력의 언어와 인간의 붕괴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대통령 각하』
생계의 그물에 갇힌 인간의 자화상
프람츠 카프카 『변신』
여성의 주체성과 사회적 제약의 긴장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Ⅳ
시공간을 넘나드는 풍성한 필력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인간은 무엇으로 존엄해지는가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인간은 어떻게 상실을 견디는가
폴 윤 「벌집과 꿀」
감정에 과몰입한 인간의 위험성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에필로그_자서적 평론
우리는 관계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하현숙 「정아」
저자소개
저자 : 하현숙
수필가, 소설가, 문학평론가, 아동문학가,
자서전대필가, 시사칼럼니스트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파주지부 회원
토담미디어 편집장, 파주시대신문논설위원, 석하문학회 회장
문학은 나보다 나를 먼저 알고 있었다.
정식으로 문단에 적을 올린 지 20여 년이다.
그러나 내 이름으로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몇 번이고 기회가 있었지만 쉽게 서두르지 않았다.
이 늦음에는 망설임과 성찰의 시간이 보태졌다.
처음에는 수필을 썼다.
사람 사는 일의 기쁨과 슬픔, 사람 사이의 온기를 붙잡고 싶었다.
동화를 쓰며 아득한 순수를 빚었고,
소설을 쓰면서 인간의 고독과 침묵을 보았다.
어느 날부턴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대하면,
특별히 오래 머무는 문장 앞에 흔들렸다.
사유하고 고민했다.
평론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이 책의 글들은 단순한 독후나 해석이 아니다.
문학 곁에서 오래 머물며 건네받은 마음의 기록에 가깝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고,
어떤 인물 앞에서는 외면하지 못하는 삶의 슬픔을 발견했다.
문학평론과 동행한 지 10년이다.
이제는 함께 배운 시간을 모아 책으로 엮는다.
문학은 사람을 믿게 하는 힘이 있기에
앞으로도 문장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려 한다.
부디 이 책의 한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라도 머물러 갈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문학을 배우는 사람이다.
책 속에서
『무정』이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이유는 단지 최초라는 상징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근대를 하나의 추상적 이념으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인간의 감정과 관계, 윤리와 선택의 문제 속에 구체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서 근대는 거대한 관념이 아니다. 교육받은 개인의 태도와 판단, 문명에 대한 동경, 타인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사랑을 이해하는 감정의 구조 속에서 실감 나는 현실로 나타난다. 즉 『무정』은 근대를 설명하는 소설이 아니라, 근대를 살아내야 하는 인간형을 서사적으로 설계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무정』은 근대적 계몽을 표방하지만, 내부에는 여성의 주체를 억압하는 가부장적 질서와 서구 중심적 사고를 내면화한 식민지적 시선이 동시에 출현한다. 『무정』은 흔히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점으로 회자한다. 그러나 단순한 문학사적 기념비로 환원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성을 지니고 있다. 이광수는 이 작품을 통해 계몽과 근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문학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자 했으나, 그 과정에서 서사의 자율성은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다.
---「여성의 표상과 근대성에 대한 성찰(이광수 『무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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