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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 조작의 최전선, 과거를 바꾸려는 한 신경과학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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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85084
ISBN
9791173327216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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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7-14
페이지, 크기, 무게 432쪽, 135*210mm, 562g
목차
서문: 기억에 얽힌 기억

1부
1장 엔그램을 찾는 100년의 여정
2장 변신의 귀재
3장 티끌 없는 마음을 원하는가?
4장 기억에는 진실보다 많은 것이 담겨 있다
5장 우리 안의 해독제

2부
6장 찰나와 영원
7장 내가 기억하는 것이 나를 만든다
8장 기억이 존재하는 한, 그대도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

감사의 말
주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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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스티브 라미레스 (Steve Ramirez)
엘살바도르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서 태어났다. 보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하버드 대학교 뇌과학 센터에서 책임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보스턴 대학교 심리 및 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사 과정을 밟던 2012년, 동료이자 선배 연구자인 쉬 류와 함께 광유전학 기술을 사용해 쥐의 공포 기억을 재활성화하는 ‘프로젝트 X’에 성공했다. 기억 조작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이 연구는 신경과학계에 큰 파급력을 미쳤으며, 〈뉴욕 타임스〉, BBC, CNN 등 유력한 매체에 소개되며 대중적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 연구를 소개한 이들의 TED 강연은 12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쉬 류와 함께 쥐에게 가짜 기억을 심는 ‘프로젝트 인셉션’(2013년), 긍정적인 기억을 활성화해 우울 및 불안을 줄이는 ‘프로젝트 제로 마우스 서티’(2015년)를 연달아 성공시켰고, 〈네이처〉 〈사이언스〉 등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기억 조작 분야의 주요한 연구자로 자리매김했다. 하버드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에 선정되었으며, 스미스소니언 인제뉴이티상, 미국 국립 보건원NIH 조기 독립 연구자상, 국립보건원장 혁신 연구상과 대통령 신인 과학기술자상PECASE을 수상했다.

역자 : 김명주
성균관대학교 생물학과,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주로 과학과 인문 분야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명 최초의 30억 년: 지구에 새겨진 진화의 발자취』(2007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를 비롯해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Vol. 1: 인류의 탄생』『신 없음의 과학』『호모데우스』『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디지털 유인원』『우리 몸 연대기』『위험한 호기심』『다윈 평전』『과학과 종교』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트라우마를 잠재우고,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고,
영원히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기억을 바꾸게 될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단 한 권의 뇌과학 책.”
-김대수,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

“기억 연구의 판도를 바꾼 과학자가 들려주는
기억에 관한 가장 과학적이고도 개인적인 이야기.”
-차란 란가나스, 『기억한다는 착각』 저자

기억 조작이라는 신경과학의 최전선에서 쓴
우정, 사랑,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기록
기억은 모든 생명체의 근본 속성이자 인간 존재의 핵심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한다. 그런데 뇌 안에 담긴 기억들의 구성 요소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처럼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기억을 바꾸는 법』은 젊은 신경과학자가 기억 조작 연구의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기록이다. 2012년, MIT의 실험실에서 저자는 동료 쉬 류와 함께 쥐에게서 공포 기억을 인위적으로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 발견은 기억 조작 연구의 판도를 바꿨다고 할 만큼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이후 신경과학계에서 유사한 기억 조작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인류는 SF 영화에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섬세한 수준의 기억 편집을 실험실에서 구현해내고 있다.
저자는 기억을 바꾸는 것과 그 의미를 과학적·철학적으로 고찰하며 자신의 내밀한 기억 속을 탐색한다. 동료 과학자이자 사랑하는 친구였던 쉬 류의 비극적인 죽음, 이민자이자 인종적 소수자로서 미국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은 부모님의 사랑, 친구를 잃고 나서 심각해진 알코올 의존증까지, 저자는 자신을 무너뜨리거나 다시 일으킨 삶의 단면들을 되짚으며 이 주제에 한층 더 개인적으로 접근한다.
기억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수시로 내용이 변하는 불안정한 흔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의 결함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의 변화하는 힘 때문에 우리는 아픈 기억을 내 안의 힘으로 바꾸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엔그램을 찾는 100년의 여정을 건너
기억 조작 연구의 현주소까지
MIT에 합격해 박사과정을 시작한 저자는 기억의 생물학적 기반을 연구하는 과학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도네가와 스스무의 연구실에서 연구 주제를 탐색하게 되는데, 도네가와 교수에게 기억 조작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절대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그날부터 저자는 그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쉬 류’의 파트너가 된다. 듬직한 멘토이자 선배인 쉬 류를 통해 저자는 기억 연구의 역사를 배워나간다.
기억이 뇌에 물리적 흔적을 남긴다고 생각하고 이 흔적을 ‘엔그램’이라고 이름 붙인 리하르트 제몬의 가설부터, 체계적으로 이 엔그램을 찾아 나선 신경심리학자 칼 래슐리, 뇌의 해마 근처를 자극하면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와일더 펜필드, 잘못된 수술로 해마의 기능을 잃어 단기 기억상실을 앓게 된 환자 HM, 기억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도네가와 스스무 등, 20세기 동안 기억의 물리적 기반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의 역사가 풀려 나온다. 특히 2005년 광유전학 기법의 개발은 신경과학에 큰 변혁을 불러왔다. 특정한 뇌세포에 아주 짧은 순간 빛을 쏘아 그 활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2012년 저자와 쉬 류는 공포 기억을 재활성하는 ‘프로젝트 X’에 성공한다. 공포스러운 경험을 할 당시 활성화된 뇌세포를 광유전학적 도구로 활성화해 안전한 환경에 있는 쥐에서 공포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이후로도 두 과학자는 쥐에게 가짜 기억을 심는 ‘프로젝트 인셉션’(2013년), 긍정적인 기억을 활성화해 우울 및 불안을 줄이는 ‘프로젝트 제로 마우스 서티’(2015년)를 연달아 성공시켰고, 〈네이처〉 〈사이언스〉 등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기억 조작 분야의 주요한 연구자로 자리매김했다. 둘의 발견은 기억 조작을 통해 우울, 불안, PTSD,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이나 장애를 치료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열었다.

꿈꾸었던 미래가 영영 불가능해졌을 때
뇌는 어떻게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가
비극적인 죽음 앞에 놓인 애도라는 과제
여러 뇌과학 연구에서 밝혀진바, 기억은 그저 과거에 관한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뇌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끊임없이 예측하고 상상해보며 연습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억을 적극적으로 떠올려 새로운 미래 시나리오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실현되리라 생각한 미래가 불가능해질 때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쉬 류가 교수로 임용되어 연구실을 떠나고 고작 한 달 뒤, 저자는 그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맞닥뜨린다. 친구이자 동료 과학자로서 쉬와 계속 교류하는 미래를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던 저자는, 자신의 기대를 송두리째 바꾸고 친구의 빈자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그 사실을 ‘아는 것’과 별개로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 안으로 ‘통합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행복한 미래를 사전 실행하며 연습하던 우리 뇌는 이전의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과 부조화를 일으킨다. 쉬가 떠난 후 저자는 어느 때보다 생생한 자각몽을 꾸기 시작한다. 꿈속에서 저자는 임의의 장소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며 헤매다가, 어쩌다 한번씩 나이가 든 모습의 쉬를 만난다. 이 자각몽은 ‘쉬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에서라도 상상하고자 하는 뇌의 노력이었으리라 저자는 추측하지만, 편안한 잠을 앗아가는 자각몽을 차단하기 위해 과음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부품을 교체하는 ‘테세우스의 배’처럼,
우리는 언제나 기억을 바꾸며 살아간다
쉬 류의 죽음 이후 저자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에 빠진다. 한나절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금단현상을 겪고, 과음 끝에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까지 겪은 후 저자는 자기 자신을 밑바닥부터 뜯어고치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친구의 죽음을 비통함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그와 함께한 소중한 기억들을 삶의 이정표로 재정의하기로 한다. 과학자로서, 이민자의 자녀로서 겪었던 불안감을 온전히 수용함으로써 그는 비로소 어둠 속에서 빠져나온다.
뇌를 포함한 우리의 생명 시스템은 ‘테세우스의 배’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억이 저장된 신경 세포 역시 계속해서 교체된다. 이 속성은 정체성을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상처 입은 기억을 새롭게 정의 내리도록 돕는 회복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광유전학이라는 도구로 쥐의 기억을 조작했고, 인간으로서는 자신의 어두운 기억을 직면하고 그 의미를 재정의함으로써 슬픈 기억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기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서사를 새롭게 써나갈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기억의 유연함이야말로 우리가 상처를 딛고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레이저를 켜자 생쥐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즉시 움직임을 멈췄다. 생쥐는 긴장했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경계 태세를 취했다. 아마 그 순간 공포 엔그램의 메아리와 속삭임이 생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마침내 내가 침묵을 깼다. “그래서…… 방금…… 된 거야?”
“대조군 실험을 해야지.” 쉬가 단호하게 말했다. “대규모, 이중맹검 실험이 필요해. 재현도 해야 하고. 하지만 오늘은 이쯤 하고 길 건너편에 가서 맥주나 한잔하자. 방금 성공한 것 같으니까.”
“그럴 줄 알았어!” 나는 소리를 지르며, 생쥐 우리의 바닥을 청소하려고 들고 있던 물을 쉬에게 튀겼다.
--- pp.19~20

기억은 우리가 그것을 떠올릴 때 감정적 공명을 일으키며 우리를 끌어당기고 밀어낸다. 즉 기억은 경험에 행복, 자부심, 후회 같은 감정들이 새겨진 순간들을 골라 모아놓은 개인적인 문집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기록을 뛰어넘는 의미의 층이 덧입혀져 있다. 따라서 기억을 변형한다는 건 단순히 사실을 수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수정함으로써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이로운 감정의 직물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 pp.133~134

〈이터널 선샤인〉은 양날의 검과 같은 SF적 상황을 제시하는데, 우리 연구가 진전될수록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어쩌면 기억을 지우는 문제에서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린 격인지도 모른다. 기억은 원래 뇌가 여러 요소를 엮어 만든 구성물이니, 통째로 지우지 않고 특정 요소만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 (…)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 대한 모든 기억, 즉 엔그램 전체를 지우고 있었다. 하지만 라쿠나 회사에 필요했던 건, 두 사람이 공유하는 얽히고설킨 경험의 그물망 전체를 삭제하는 대신 진흙탕 이별이 남긴 가슴앓이 같은 특정 요소만을 표적으로 삼는 시술이었다.
--- pp.140~141

기억은 원본 사건의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꺼낸 버전을 반영한다. 이것이 바로 기억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이자 유연함이다. 뇌는 마치 기억의 화산과 같아서, 활동하지 않을 때는 기억이 암석으로 굳어 있다가 회상하는 순간 용해된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똑같은 모양으로 굳지 않는다. 이런 업데이트는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는다. 실러가 말했듯이, 가장 사실적이고 정확한 기억은 우리가 한 번도 불러오지 않은 기억이다.
--- pp.162~163

하루에 두 번씩 ‘만성적으로’, 약 일주일 동안 긍정적인 기억을 인위적으로 재활성화하자, 우울 및 불안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던 증상들이 영구적으로 완화되었을 뿐 아니라 뇌 안에서 새로운 세포의 성장까지 촉진되었다. 첸은 동물의 행동을 영구적으로 회복시키는 동시에 뇌가 더 많은 세포를 만들어 스스로를 보충하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긍정적인 기억은 세포 수준에서부터 행동에 이르기까지 단기적, 장기적으로 모두 효과가 있었다.
--- pp.237~238

나는 쉬와 첫 랩 미팅을 갖기 전만큼이나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 순간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초조했다. 나는 결국 눈시울을 붉히며, 쉬에게 대학원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5년을 선사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멘토가 되어줘서 고맙고, 함께할 수 있다는 걸 믿어줘서 고맙다고도 말했다.
우리의 과학자로서의 궤적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 둘은 그 궤적이 항상 우정을 향해 휘어질 거라고 서로에게 다짐했다. 오늘이 함께 무언가를 기념할 마지막 날일 리는 없었다.
“좀 진부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둘 다 이게 작별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 토론토에서 또 볼 텐데.” 쉬가 말했다. (…) 쉬가 쉬가 속마음을 말했다. “내가 떠난 후 서로의 빈자리가 그리우면 그냥 그리워하자.”
--- pp.246~247

실제로 뇌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끊임없이 예측한다. 그리고 여러 가능한 결과들을 연습하는데, 곧 닥치게 될 결과를 미리 통제할 수 있다면 미래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마치 “거기에 도착하면 무엇을 하게 될까?”(수동적인 미래 예측)라는 질문을 “거기 도착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적극적인 가능성 탐색)로 끊임없이 바꿔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p.262

애도는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연구자들은 애도에 생물학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늘 곁에 있던 누군가가 사라져버린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애도는 심지어 생존을 위한 학습 과정일지도 모른다. 기억이 형성될 때와 마찬가지로, 애도도 뇌 속에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애도는 그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상상과 꿈을 점령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갖는다. 애도의 슬픔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우리는 잃어버린 친구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강력한지 깨달을 뿐이다.
---p.277

만일 당신이 포켓몬 카드첩을 표상하는 내 뇌세포들을 수년에 걸쳐 계속 관찰한다면 과학자들이 그런 세포들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당혹스러워했던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즉, 어느 시점이 되면 내가 여전히 포켓몬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음에도 완전히 새로운 팀의 세포들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다. 아끼는 포켓몬 카드첩을 들고 있던 순간에 대한 나의 엔그램은 세포 수준에서 변신했다. 테세우스의 배를 이루던 낡은 널빤지들처럼, 그 세포들도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되었다. 이는 새로운 경험이 뇌 속의 오래된 기억들을 끊임없이 재조직하기 때문이다.
---p.303


추천사

신경과학으로 기억을 불러오거나 지울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100여 년 전 리하르트 제몬이 엔그램이라 이름 붙인 ‘기억의 물리적 흔적’을 쫓는 데서 시작해 광유전학이라는 도구로 기억의 타임머신에 직접 시동을 거는 순간까지, 신경과학의 대담한 모험을 그려낸다. 이제 신경과학으로 트라우마를 잠재우고, 우울한 일상에서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고, 알츠하이머병으로 영영 잃은 줄 알았던 순간을 다시 불러내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동시에 저자는 사랑하는 동료의 죽음을 겪으며 아픈 기억이 ‘마음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슬픈 기억은 아픈 진실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 내가 새로이 작성한 일기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기억을 떠올리고 보듬어 그 의미를 바꾸는 일의 한층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 그것은 소중한 사건과 사람들을 어떻게 간직하고 떠나보낼 것인가에 관한 일이자, 우리가 사랑한 모든 이를 이해하는 일이다. 많은 뇌과학 책 중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한 권의 책이다.
- 김대수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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