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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87169
ISBN
9788932045610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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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7-15
페이지, 크기, 무게 552쪽, 150*225mm, 718g
목차
서문

1부 규약
자서전의 규약

2부 자서전 읽기
아이들 벌주기, 루소의 고백 읽기
『고백록』 1권
지드와 자전적 공간
사르트르의 『말』에서 이야기의 질서
미셸 레리스, 자서전과 시

3부 역사
자서전과 문학사

발문(1996년)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저자 : 필리프 르죈
문학 연구자이자 비평가.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erieure에서 수학한 뒤 예일 대학교 강사를 거쳐 파리 13대학에서 2004년까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서전 연구자이다.
초기에는 사르트르, 앙드레 지드, 미셸 레리스, 조르주 페렉 등 현대 자서전의 개념을 바꿔놓은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1975년에 발표한 『자서전의 규약』은 자서전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르죈은 자서전뿐 아니라 자전적 소설, 일기, 서간체 소설, 시적 자서전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했으며, 일반인들이 쓴 자전적 기록과 인터넷상의 일기까지 폭넓게 관심을 기울여왔다. 1992년에는 샹탈 샤베리아-뒤물랭과 함께 평범한 사람들의 자전적 글쓰기를 수집, 보존, 연구하는 ‘자서전 협회APA’를 공동 창립했다.
주요 저작으로 『프랑스의 자서전』 『모호성 연습』 『나는 타자다』 등이 있다.

역자 : 윤 진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필립 르죈의 『자서전의 규약』,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베르나노스의 『사탄의 태양 아래』, 모파상의 『벨아미』, 졸라의 『목로주점』, 유르스나르의 『알렉시?은총의 일격』, 알베르 코엔의 『주군의 여인』, 뒤라스의 『태평양을 막는 제방』 『물질적 삶』 『평온한 삶』, 피에르 미숑의 『사소한 삶』,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 『알 수 없는 발신자: 프루스트 미출간 단편선』,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스의 눈물』,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 등을 옮겼다.
출판사 서평
자서전 연구의 전기를 마련한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필리프 르죈의 『자서전의 규약』 완역 개정판이 30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1998년 한국어판에 생략되었던 미셸 레리스에 대한 장(「미셸 레리스, 자서전과 시」)과 프랑스어 개정판 발문을 새롭게 수록하고 기존 번역을 수정 보완해 르죈의 사유를 처음으로 완전한 모습으로 소개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쓰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된 오늘날, 동시대 문학은 자서전을 넘어 오토픽션, 자기이론, 사회학적 자기 서사에 이르기까지 사실과 허구, 경험과 이론, 고백과 비평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기 서술의 형식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갱신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텍스트를 실제 삶에 대한 기록으로, 또는 문학으로 받아들이는가. 또한 자기 서술적 문학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자서전의 규약』은 바로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책으로, 이후 자기 서사를 둘러싼 거의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르죈은 자서전을 “실제 인물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소재로 하여 산문으로 쓴 회고적 이야기로, 개인적인 삶, 특히 자신의 인성의 역사에 주목”하는 글로 정의하고, 저자, 화자, 주인공의 동일성을 바탕으로 독자와 체결하는 ‘자서전의 규약’ 개념을 제시한다. 독자는 이 암묵적인 약속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허구가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증언하는 글로 읽게 된다. 그러나 르죈의 관심은 자서전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확정하는 데 있지 않다. 그가 제시한 정의는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형성된 하나의 모델로, 장르는 시대마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자서전의 규약』은 자서전과 소설, 사실과 허구가 맞닿는 경계에서 하나의 텍스트가 어떻게 실제 삶의 이야기로 읽히는지, 자서전이라는 장르가 어떤 조건과 약속 위에서 성립하고 변화하는지를 탐구한다.

자서전은 어떻게 하나의 약속이 되는가?: 장-자크 루소
“자서전의 고백은 진정한 수신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읽는 편지다”

이 책은 자서전에 관한 이론적, 역사적 탐구에 더해, 개별 작품에 대한 집요할 정도로 정교한 독해를 전개해나간다. 그중에서도 루소의 『고백록』에 대한 분석은 자서전의 규약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장으로, 르죈은 루소의 『고백록』을 최초의 근대적 자서전으로 간주한다. 『고백록』은 “완전히 자연 그대로, 그리고 온전한 진실 속에서 그려진 유일한 인간의 초상” “전에도 결코 예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 성취를 모방할 사람이 전혀 없을 기획”이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는 자신의 ‘이름’ 아래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겠다는 공적인 선언이자, 저자와 독자 사이에 맺어지는 근대 자서전의 규약의 원형을 보여준다.

『고백록』에서 루소는 어린 시절의 성적 각성, 절도 사건, 욕망과 죄책감이 얽힌 기억 등 내밀하고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당대에 큰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르죈에게 중요한 것은 고백의 내용, 즉 사건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고백이라는 행위 자체이다. 그는 루소의 고백을 과오를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동일한 행위를 되풀이하는 시도, 다시 말해 “욕망의 우회적인 표현”으로 읽는다. 르죈에게 자서전의 핵심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데 있지 않다. 과거는 단순히 회상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글쓰기 안에서 다시 말해지고 다시 수행된다.

자전적 공간: 앙드레 지드
“결국 행복한 자서전 작가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루소가 자서전의 규약을 확립했다면, 앙드레 지드는 그 규약이 어떻게 변형되고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르죈은 지드를 통해 ‘자전적 공간’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제시한다. 진실은 작품 바깥에 존재하는 삶을 충실히 재현함으로써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서전, 소설, 일기, 편지 등 서로 다른 글쓰기들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내는 긴장과 대화 속에서 생산된다. 르죈은 “자전적 공간의 구축 자체가 이미 독서이며 독자는 그것을 되풀이할 뿐”이라고 말한다.

르죈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드의 삭제와 침묵의 글쓰기이다. 그는 지드의 문체를 “삭제를 문체화하는 작업”이라고 부른다. 지드는 모든 것을 고백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지 않은 것, 건너뛴 것, 아껴 둔 것이 텍스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도록 한다. “그가 텍스트에서 벗겨낸 모든 것이 그 텍스트 안에 포함된다.” 따라서 지드를 읽는 독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는 일이 아니라, “건너뛴 생각들”을 복원하고 “정교한 모호성”을 읽어내는 일이다.

철학 이론과 자기 서술의 변증법적 융합: 장-폴 사르트르
“『말』은 자서전인 동시에 팸플릿이라 할 수 있는 투쟁적 작품”

사르트르의 『말』을 분석하는 장에서는 자서전의 시간 구조가 새롭게 분석된다. 르죈에 따르면 『말』은 단순한 유년기의 회고록이 아니다. 그는 성인이 된 사르트르가 어린 시절을 하나의 이야기로 조직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말』은 겉으로는 연대기적 질서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증법적 질서”에 따라 조직된다. 독자는 연대기를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의미에 논리에 이끌리는 “함정”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르죈은 『말』이 어린 시절을 한 인간의 “근본적 기획projet”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재구성한다고 본다. 어린 사르트르는 훗날의 철학자를 예고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사르트르가 자신의 과거를 해석하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하나의 인물로 구성된다. 이때 『말』은 작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기록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 시절 자신을 지배했던 ‘문학이라는 환상’을 성인이 된 사르트르가 해체하는 비판적 서사가 된다. 르죈은 『말』을 “형식 자체를 통하여 한 삶을 총체화하는 데 성공한 유일한 작품”으로 평가하며, “철학적 담론과 서술이라는 두 가지 양태가 하나의 형식 속에 완벽하게 융합되어 종합을 이룬다”고 본다.

시와 자서전의 경계: 미셸 레리스
“글쓰기는 미래 쪽으로 돌아섰고, 게임은 계속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이번에 처음로 소개되는 미셸 레리스 장은 르죈이 자신이 정립한 자서전 이론을 스스로 시험대에 올리는 대담한 글이다. 『성년』부터 『게임의 규칙』 연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이 보기 드물게 하나의 자서전을 이루는 레리스는, 자서전을 완성된 삶의 기록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시작되는 자기 탐색으로 변모시켰다. 르죈은 ‘시와 자서전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레리스의 작품을 통해 자서전을 안전한 자리에서 행해지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삶을 걸고 자신을 탐구하는 시적 실천으로 다시 읽어낸다. 르죈은 레리스의 글쓰기에서 여러 경험과 자료를 병치하는 콜라주 방식과 의미를 해석하고 주석을 다는 작업이 어떻게 긴장 관계 속에서 공존하며, 『게임의 규칙』에 이르러 ‘땋기(tressage)’라는 구성 원리로 드러나는지를 추적한다. 레리스에게 땋기란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을 하나의 의미로 통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려는 해석의 힘과 끝내 해명될 수 없는 자신의 잔여를 보존하려는 힘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글쓰기의 방식이다. 자신을 붙잡으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지점에서 오히려 자기 자신과 더 진실한 관계에 도달한다. 말하자면 그의 글쓰기는 “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역설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레리스는 루소가 확립한 자서전의 규약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규약이 끝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내부에서 가장 치열하게 드러냈다. 오토픽션과 자기 이론 등 자기 서사의 새로운 형식들이 활발히 실험되는 오늘날, 그의 글쓰기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더욱 첨예한 의미를 갖는다.

『자서전의 규약』은 자서전에 대한 유명한 정의와 규약 개념을 제시한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의 진정한 성취는 자서전을 하나의 고정된 규범으로 정의하는 데 있지 않다. 르죈은 오히려 자서전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독자와의 관계, 자기 서술이 성립하는 방식을 밝힘으로써 장르에 대한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무명의 사람들이 남긴 자서전과 일기, 자서전 아카이브, 인터넷상의 자기 기록까지 연구 대상을 확장하며, 누가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지, 우리는 어떤 약속을 바탕으로 그 기록을 읽는지를 계속해서 연구해나갔다 르죈에게 자서전은 위대한 작가들만이 쓸 권리를 부여받은 장르가 아니었다. 이름 없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 역시 하나의 자기 서술이며, 그 기록이 타인과 어떻게 관계 맺고 의미를 획득하는지 밝히는 일은 그의 평생의 과제였다.

오늘날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쓰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저자가 된 시대에, 자서전이란 무엇인가를 둘러싼 르죈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더욱 현재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것 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수행하는 ‘자기에 대해 쓰기’라는 행위가 어떤 약속 위에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문학적 가능성과 한계를 품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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