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경희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계명문화상과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기금을 받았습니다. 얼굴에 큰 흉터가 있습니다. 여섯 살 때 열여섯 개의 계단을 데굴데굴 데구루루, 16 대 1로 싸워 이긴 영광의 상처랍니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아빠는 나의 영웅』, 『1등 봉구』, 『김 반장의 탄생』, 『행복마트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 『직업을 파는 상점』, 『말상처 처방전』, 『무역전쟁 : 토마토 파이터 VS 엔젤드래곤』,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이갑규
일러스트레이터. 『진짜 코 파는 이야기』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고, 2017년 IBBY 세계장애아동을 위한 그림책에 선정되었다.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는 『진짜 코 파는 이야기』, 『방방이』, 『무서운 이야기』, 『우리 아빠 ㄱㄴㄷ』, 『여름밤의 불청객』, 『늦가을의 골칫덩이』, 『한겨울의 심술쟁이』, 『봄날의 성가신 손님』 등이 있다. 이 외에도 300권이 넘는 책에 그림을 그렸으며, 기업 홈페이지 일러스트, 공연 포스터 일러스트, 월그래픽, 캘린더, 제품, 광고, 사보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다. 청강대, 오산대에서 일러스트와 드로잉을, 창작 교육기관 입필에서 그림책과 일러스트를 가르쳤고, 현재는 그림책그림과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그림책을 가르치고 있다. 『나는 그냥 고양이』가 2026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수상작 THE BRAW AMAZING BOOKSHELF에 선정되었다.
출판사 서평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상황에 맞는 선택을 가르치는 중용의 가치
쌍둥이 형제인 선우와 은우는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입니다. 성격이 급하고 충동적인 선우는 늘 조용하고 신중한 은우와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느끼고, 학교에서도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중용』을 소개받게 되고,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 ‘중용은 중간이 아니라 상황에 알맞게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선우와 은우는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다양한 갈등을 『중용』의 지혜에 비추어 하나씩 풀어 나가며, 서로 다른 성격에도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엄마는 쌍둥이인 선우와 은우를 똑같이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채 같은 기준으로 이끌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은우는 자신의 마음보다 엄마의 기대를 먼저 생각하는 아이가 되어 갑니다. 하지만 영어 학습지 사건을 계기로 선우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늘 부모의 기대에 맞추기만 했던 은우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엄마 역시 아이들을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서로 다른 성향을 이해하게 되고,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중용의 실천임을 깨닫게 됩니다.
『중용』의 지혜를 통해 선우는 열등감과 조급함을 극복하며 성실하게 노력하는 아이로 성장하고, 은우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용기를 갖게 됩니다. 서로 다른 두 형제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존재가 되어 가며, 가족 역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진정한 중용의 가치를 배워 나갑니다.
책 속으로
“빨리 앉아!” 은우가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신경질적이고, 아이들을 교실 안에 가두기 좋아하는 마영주 선생님과 또 1년을 보내야 하다니. 게다가 은우까지 같은 반! 울음이 터져 나오려 해서 입술을 앙다물어야 했다. 은우와 나는 일란성 쌍둥이다. 내가 형이고, 은우가 동생이다. 일란성 쌍둥이라서 붕어빵 틀에 넣고 찍어 낸 것처럼 생김새가 똑같다. 손가락, 발가락 모양까지도 똑같아서 겉모습만으로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하지만 얼굴이 똑같다고 속까지 똑같지는 않다. 겉모양은 찍어 낼 수 있어도 속마음을 찍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 p.12~13
“너희 둘, 혹시 공자에 대해 들어 보았니?” 나와 은우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교장 선생님이 엉뚱하게도 공자 이야기를 꺼냈다. 교실에서 쫓겨난 것과 공자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나는 멀뚱멀뚱 교장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은우는 공자에 대해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줄줄 읊기 시작했다.
은우의 말에 의하면 공자는 중국 춘추 전국 시대 때 노나라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공부하고 가르치기를 좋아해 무수히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본래 이름은 ‘공구’인데 중국에서는 훌륭한 사람을 높여 이름에 ‘자(子)’를 붙여 부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공자’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 p.21
은우의 말을 들은 나는 이마를 탁 쳤다.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의 말을 듣고 ‘성실’을 머릿속에 새겼는데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은우, 아니 공자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은우는 어렸을 때부터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했다. 은우도 나처럼 놀고 싶고, 먹고 싶고, 자고 싶었을 거다. 날마다 꾹 참고 5분, 10분, 15분, 20분씩 시간을 늘려 가면서 성실하게 노력했기 때문에 똑 똑해지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아이가 되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 p.80
“회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인데, 나 찍어 줄 거지?” 은우에게 바짝 다가가 친한 척 팔짱을 끼며 물었다. “회장은 아무나 하나? 나는 내가 찍고 싶은 후보를 찍을 거야.” 은우가 차갑게 말했다. 은우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건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순 거짓말이다. 오히려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때가 많다. “쳇! 두고 봐!” 나는 팔짱을 풀며 콧방귀를 뀌었다. 은우가 아무리 비웃어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기필코 회장에 당선되어 잘난 척하는 은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 p.94~95
“조금 전에 내 편 들어 준 것 고마웠어. 그리고 그동안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민서가 은우에게 사과하는 것 같았다.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휙 뒤돌아보고 말았다. 은우를 볼 때마다 도끼눈이던 민서의 눈이 반달이 되어 있었다. “네 편을 든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에 알맞게 심판을 본 것뿐이야.” 은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만약 나였다면 그동안 민서에게 당한 것을 되갚아 주고도 남았을 텐데 은우가 대단하게 보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회장 깜냥이 안 된다는 사실을.
--- p.12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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