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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권태- 달아실시선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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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2640
ISBN
9791172071165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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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8-19
페이지, 크기, 무게 248쪽, 125*200mm, 248g
목차
시인의 말

1부. 움직이는 이중 거울
움직이는 이중 거울|서랍의 질문|충돌에 관한 보고서|모래 불면|공의 경계|옴파로스|비대칭적인 오후|웃는 남자|턴테이블이 더는 음반을 돌릴 수 없을 때|붉은 등불의 거리|별표 전파사|몸의 지도|나만의 매춘|포스트모던 포춘 쿠키|흉|산굼부리|루스 파우더|누에와 사귀는 법|토르소 혹은 몸 자본주의

2부. 내 안의 적란운
내 안의 적란운|소설 읽는 여인|메타세쿼이아가 있는 풍경|자기 홀극과 오르골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하오의 거리와 사내의 이중주|프랑스식 권태|프로방스|몽파르나스|1968년|생테밀리옹 가는 길|극야|발굴의 시간|논 피니토|나와 분재의 죽은 기억들|카타콤|반디|관음 혹은 소리를 보는 방식|수상한 모래시계|아홉 번째 고독

3부. 돌 아래 잠드는 시간
돌 아래 잠드는 시간|5월 흑마술|우기|폭염|반지하|채석강|반송|천사가 지나간 자리|그 남자의 독법|가위|숙주|음압병실|두더지 게임|불이|달의 변주|간절기|손바닥 안의 사랑|내시경 미장센|웃지 않는 종이

4부. 압생트
압생트|꽃뱀을 유혹하는 방식|히드라|포켓몬 고|G|구부러지는 오후와 소녀|어떤 화장술|나비 효과|전야|달의 뒷면|풍선과 선풍|사랑, 니|13월|사과의 시간|식물의 사생활|지문|선돌|파란 리본을 한 처녀|안트베르펜

해설_ 박진형의 낯섦의 지향과 반역의 시편들 ? 김윤배
저자소개
저자 : 박진형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람.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학사), 불어불문학과(석사), 외국어교육과(박사 수료) 졸업. 2016년 《시에》로 작품 활동 시작.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란 동인. 문학 동인Volume 회장 역임.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역임. 《용인문학》 편집위원. 시에문학회 부회장,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2022년 용인문화재단의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에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사업에 선정.
출판사 서평
거울 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나를 영원히 의심한다
― 박진형 시집 『프랑스식 권태』

시조와 현대시를 넘나들며 권태와 고독, 존재의 균열을 예리한 감각으로 포착해온 박진형 시인이 첫 시집 『프랑스식 권태』(달아실 刊)를 펴냈다.

『프랑스식 권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프랑스식 권태’라는 말에는 유럽풍의 우아한 무기력이랄까, 노상 카페 테라스에 앉아 담배 연기를 흘려보내는 어떤 포즈가 연상된다. 그러나 76편의 시를 무려 총 4부, 248페이지에 걸쳐 싣고 있는 이 두꺼운 시집을 다 읽고 나면, 마침내 시인이 말하는 권태가 결코 나른한 정서가 아니라 매우 정교하게 설계된 인식론임을 알게 된다.

박진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익숙한 세계의 반역을 꿈꾼다./ 어제의 언어로 지은 집을 허물고/ 길든 감각을 지운다.” 권태는 이 시집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익숙해진 모든 것―언어, 감각,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정지 상태에 가깝다.

이 정지 상태를 가장 선명하게 형상화하는 장치는 거울이다. 이를 두고 서울대 명예교수인 오생근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박진형의 시에는 거울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거울은 거울 앞에 서 있는 ‘나’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는 일치하지 않고, 거울 속에서 자아는 분열하거나 굴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끊임없이 거울을 바라보고 고통스러워한다. (중략)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매혹된 나르시스가 아니라, 현재의 자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거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현실과 이상, 실제와 환상, 자아와 타자, 허위와 진실, 이 모든 대립된 것들 사이의 매개이자 경계라고 할 수 있다.”

시집의 문을 여는 시 「움직이는 이중 거울」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거울 속의 내가 거울 밖의 나를 기만하고/ 어제의 내가 내일의 나를 속이듯/ 책 표지는 저절로 탄다”. 거울은 진실을 비추는 도구가 아니라 “이 거짓말을 아주 능숙하게 반복”하는 장치로 재발명된다. 이후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이 ‘반복되는 기만’의 감각이다. 나와 나, 어제와 오늘, 안과 밖이 서로를 베끼면서도 끝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인식―박진형의 시가 부리는 낯섦은 대개 이 어긋난 대칭에서 발생한다.

해설을 쓴 김윤배 시인은 이 시집을 ‘반역과 낯섦’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하며 박진형의 시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견준다. 다소 과감한 비유이지만, 적어도 이 시집이 익숙한 서정시의 문법―고백하되 위로하고, 상처를 드러내되 봉합하는―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박진형의 권태는 위안을 거절한다. 거울은 끝내 화해하지 않고, 거울 속 나와 거울 밖 나는 “서로를 영원히 의심”한 채로 시집을 닫는다. 이 미완의 대칭이야말로, 다음 시집에서 이 시인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다시 배반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이유다.

*

이번 시집을 책임 편집한 박제영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식 권태』는 권태를 소재로 삼되 권태에 잠식되지 않는 시집이다. 거울 이미지로 시작해 고고학적 퇴적을 지나 증강현실의 나비 꿈으로 끝나는 이 시집의 궤적은, 익숙한 자아와 세계를 반복해서 의심하고 다시 짓는 작업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프랑스라는 표제가 암시하는 이국적 정취보다, 그 정취를 빌려 자기 자신의 경계와 대결하는 시인의 집요함이야말로 이 시집의 진짜 성취라 할 수 있다.

시는 모국의 언어로 쓰여지는 이방의 언어라는 모순과 역설의 숙명을 지녔다. 시인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를 죽을 때까지 온몸으로 밀고 가는 모험가의 유전자를 지닌 족속들이다. 이것은 나의 평소 지론이다. 그리고 이 생각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는 시인이 박진형이고 이번 시집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상찬일까.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일 테다.

■ 시인의 말

익숙한 세계의 반역을 꿈꾼다.

어제의 언어로 지은 집을 허물고
길든 감각을 지운다.

나는 오랫동안 경계에 머물러야 했다.
내가 마주한 세상은 대개 고립이었으나
불안과 결핍의 바다를 건너는 동안
끝내 누군가를 읽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되었다.

이 여정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혹은 말줄임표였다.
풀리지 않은 질문이 수면에 던진 파문이며
거센 물결과 맞서
쓰고 지우고 고쳐 쓴 항해일지였다.

오늘도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서 밀려오는
세계의 숨결을 따라
생의 비의를 찾는 모험을 이어간다.


2026년 한여름 처인에서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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