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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노랑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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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4090
ISBN
9791124065716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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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7-31
페이지, 크기, 무게 364쪽, 146*204mm, 472g
목차
Prologue 색에 대한 궁색한 변명 p. 9
Recommendations p. 357

red
1 생기 있게 식탁을 차리는 어떤 방법_ 앙리 마티스 〈붉은 조화〉 p. 15
2 기원으로 떠나는 모험_ 마르크 샤갈 〈타오르는 집〉 p. 25
3 미치기 싫은, 미칠 수밖에 없는_ 에른스트 키르히너 〈드레스덴 거리〉 p. 37
4 춤추는 첨탑_ 로베르 들로네 〈붉은 탑〉 p. 47
5 화염에 휩싸여 댄스, 댄스, 댄스_ 에밀 놀데 〈촛불 무희들〉 p. 59

blue
6 오후 3시의 청사진_ 메리 커셋 〈파란 안락의자의 소녀〉 p. 71
7 붓끝의 신념_ 호안 미로 〈블루 II〉 p. 83
8 저녁의 수수께끼들_ 르네 마그리트 〈아른하임의 영토〉 p. 95
9 미드나이트블루를 먹다_ 파블로 피카소 〈맹인의 식사〉 p. 103
10 수련 옆에서 수련하기_ 클로드 모네 〈수련〉 p. 113

white
11 홀로 개화해서 함께 만발하기_ 에드가 드가 〈무대 위의 리허설〉 p. 125
12 따듯한 멜랑콜리_ 모리스 위트릴로 〈파리의 골목〉 p. 135
13 감동의 기하학_ 카지미르 말레비치 〈흰색 위의 흰색〉 p. 147
14 눈물을 위하여_ 알프레드 시슬레 〈루브시엔느의 설경〉 p. 157
15 내일은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_ 이브 탕기 〈내일〉 p. 167

yellow
16 언제나 있는 이름,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이름_ 오딜롱 르동 〈베아트리체〉 p. 181
17 너는 이상해_ 파울 클레 〈회전하는 집〉 p. 191
18 이글거리는 밀밭_ 빈센트 반 고흐 〈수확하는 사람〉 p. 201
19 옐로 인 모션_ 프란츠 마르크 〈노란 소〉 p. 213
20 2인 1색, 2인 3각_ 구스타브 클림트 〈키스〉 p. 223
저자소개
저자 : 오 은
어릴 적에는 회색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갈피를 못 잡고 언제나 오락가락 정신없었다.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머릿속으로 그 죽을 끊이다가 새까맣게 태워먹기 일쑤였다.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피와 고깃덩어리를 무서워했고, 같은 이유로 사과와 우체통을 마음에 두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다. 부잣집 아이들처럼 은색과 에메랄드색이 포함된 64색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원색은 좋아했지만 원색적인 말은 싫어했다. 한마디로 평범했단 소리다. 특히 푸른색에 열광했는데, 등굣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지만 쇳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인정하게 되었다. 키는 쑥쑥 자랐지만, 노래방에서는 외려 키를 낮춰야만 했다. 시험을 망친 날에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청포도 맛이 나는 연두색 사탕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 일이 잦았다.
이십대에는 하늘과 바다를 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빨간색이 식욕을 돋우는 색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선홍색 꽃등심이 회색으로 변할 때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더이상 나는 회색을 동경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쓰고 있던 색안경들을 손수 하나씩 벗었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들을 채워넣는 일은 어느새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되어 있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개중 빨간 펜이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서른이 된 지금은 연두색을 가장 좋아한다. 먼셀 표색계에서 5GY 7/10에 해당하는 바로 그 색 말이다. 연두라는 말에는 모종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앞으로 더 짙어질 거라는 희망도 있고 무럭무럭 자라나 누군가에게 그늘을 선사해주겠다는 당찬 의지도 있다. 무엇보다 연두는 철들지 않아서 좋다. 철이 들면 색은 짙어지고 무거워지고 참을 수 없이 끈적끈적해진다. 나는 아마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레드와 옐로의 계절을 지나 화이트와 블랙의 계절을 거쳐 그린과 블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게 사는 법이 필요한 때가, 또다시 찾아든 것이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다독임』 『초록을 입고』 『뭐 어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시인수첩작품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출판사 서평
[b]카드뮴옐로와 니코틴옐로는 얼마나 가까운가 [/b]
[b] [/b]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와 네이비블루는 얼마나 또 먼가, 하고 오은이 묻는다. 그가 보는 색과 당신이 보는 색이 완전히 같을 수 없음이, 그 어쩔 수 없는 어긋남이 시인을 슬프게 한다. 그 슬픔이 시인 궁극의 무기를 들게 했다. 언어. 그냥 언어가 아니라 오은의 확산하는 언어. 오은은 한국어만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다. 영어도 쓰고 한문도 쓰고 아마 언어를 하나 새로 배울 때마다 그 나라 말로 말장난을 할 거다. 스페인어의 더블 R을 끝없이 굴릴지도 모른다. 그의 즐겁고 탄력 있는 언어 유희가 그림과 그림 사이, 색과 색 사이, 죽은 화가와 산 우리들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타일 사이를 반투명하게 마감하는 실리콘같이.

레드 카펫red carpet은 누구나 한 번쯤 서고 싶어하는 공간이고, 공휴일은 달력 위에서 레드 레터red letter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17쪽)

레드는 고도로 고고하고 도도하다.(20쪽)

맥도널드의 맥이 빠지고 코카콜라의 코가 납작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55쪽)

왜 정기(精氣)를 푸르다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97쪽)

화이트는 여리고 세심해요white-glove. 화이트는 그녀들의 꿈을 이해해요. 화이트는 백설탕white sugar의 단맛처럼 쉽게 거부할 수 없어요. (중략) 이렇듯 화이트는 백혈구white cell처럼 몸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져요. 잠자리에 들며 그녀들은 또다시 화이트를 떠올리지요. 화이트는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처럼 근사하고 당연한 무엇이 돼요. 따라서 이 밤은 잠 못 드는 밤white night이 되고 그녀들은 공정한 판단white light을 내리기 위해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어요.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휴전기white flag를 펄럭거리며 저 멀리 하얀 별똥별이 떨어져요.(126-127쪽)

베이킹 파우더를 잔뜩 뿌린 밀가루 반죽처럼, 모든 것들이 부풀어오르고 있잖니. 노란 흙(土), 노란 십자가(十), 노란 전봇대(?), 노란 안테나(干), 노란 사다리(目). 우리가 보고 느끼는 온갖 뿌리들이 자라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이제 노란 발판들 중 하나를 고르자. 그 위에 서서 서로 마주 바라보자. 노란 이불을 덮고 있던 병아리가 갑자기 고개를 내밀듯, 천진하게 웃자. 느껴지니? 네 눈에 방금 노란 눈물이 맺혔어.(197쪽)

그러나 오은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분명 2012년 서울을 살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지만, 그 너머에는 화가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메리 커셋은 정말 푸른 소파에 앉은 소녀처럼 입술을 움직이고,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쓰지 않을 때 고흐는 조용히 독백한다. 호안 미로는 어느새 시가 되며, 그 스스로가 시가 되기에 가장 적합한 화가임을 우리에게 각인시킨다. 인터뷰가 되고 희곡이 된다. 우리는 잠깐 희미해졌다가 어느새 키르히너와 함께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의 드레스덴 거리에 있으며, 위트릴로와 함께 파리를 걷고, 모네와 함께 수련(垂蓮)을 바라보며 색을 수련(修練)한다.

[b]이상해 요상해 괴상해, 그러나 아름다워 [/b]

운문과 산문 사이, 문학과 미술 사이를 지그재그로 누비다보니 문득 이 책이 그 너머의 어떤 것을 말하고 있지 않나 한다. 오은은 본인답지 않게 “세련을 제련하는 법을 모릅니다”(317쪽) 하고 겸손한 척을 했지만, 이 책은 아주 세련되게 그림 너머 색 너머를 가리키고 있다. 누구나 아는 그림을 전혀 새롭게 보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림을 쉽게 이야기한다. 시적으로 다가가 가벼이 떠올랐다가 화가들의 육성이 담긴 팩트 자료로 가볍지 않은 마침표를 찍는다. 실눈을 뜨거나 동그랗게 뜨거나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보이는 것 이상. 어느새 시각 정보를 넘어 공감각적 정보들이 우리의 뇌를, 심장을 두드린다.

옐로는 천천히slow 흘러요flow. 때문에 옐로의 세계에서는 당신에게 가닿기까지, 당신과 피상적인shallow 관계를 청산하기까지, 마침내 당신의 애인fellow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요. 옐로의 세계에서 사랑을 구하다 사람들은 곧 공허해지고hollow 찢어진 나비 날개처럼 바람에 흩날리다가blow 좌절하기도 해요. 그러나 인내를 발휘한 자들은 찢어진 날개를 따라follow 허공을 헤치고 소용돌이billow를 넘어 앞으로 나아간답니다plow. 당신과 한 베개pillow에 누워 달콤한mellow 말을 나누는 상상을 하면 몸이 달아올라glow 침을 삼킬swallow 수밖에 없어요. 그리하여 마침내 버드나무willow 가지에 걸린 상처 입은 당신you을 붙잡는 순간, 비로소 그 자신만의 옐로Yellow가 태어나지요. 당신은 방금,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알파벳 Y를 다시 발견한 거예요.

이번엔 색이, 미술이 주제였지만 결국 오은이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에 대해 모두가 말하는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문득 내일을 불러오는 게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브 탕기의 입을 빌려 말했듯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일의 우리는 어떤 감각도 예전처럼 감각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수용체는 유전적인 형질에서 벗어나 아주 다른 무엇이 되어 있을 것이다. “발광 다이오드처럼 발광(發狂)”(49쪽)하는 오은의 추종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오은은 위험하다. 샤갈의 목소리로 “상상만으로 불을 지를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하지 않을까” 도발하는 그는, 마티스의 빨강처럼 자극적이고, 마그리트 풍의 블루였다가, 시슬레의 설경처럼 희고, 르동의 베아트리체처럼 황금색이며, 보초니의 녹색 숲처럼 달린다.

*본 도서 소개글은 초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본 개정판은 초판 도서와 내용이 동일함을 알려드립니다.

작가의 말

여기에 실린 서른 점의 작품들은 하나의 색채가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물론 대상이 된 화가들 중 대다수는 우리가 흔히 ‘색채 화가’라고 부르는 이들이 아니다. 색채 화가로 그 대상을 한정했다면, 나는 아마 야수파와 표현주의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술사적으로 볼 때, 개중 어떤 화가들은 형태나 상징, 기법 등 다른 잣대를 들이댔을 경우에 더욱 빛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고집을 부려 오직 색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림들을 오해하고 오독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껏 느끼고 상상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색으로 떠나는 모험이 비로소 흥미진진해진 것이다.

책을 쓰면서 나는 직접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되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화가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관찰자로 둔갑하기도 했다. 그림을 보고 느꼈던 여러 가지 소회를 시로 옮겨 적기도 하고 편지의 형태로 화가에게 되돌려보내기도 했다. 레시피를 만들고 화가와 가상의 인터뷰를 하고 그림 속 인물이 되어 모놀로그를 써보기도 했다. 이것은 분명 행복한 경험이었다.
내가 맨 처음 다룬 작품은 뭉크의 [키스]였고, 내가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작품은 클림트의 [키스]였다. 키스에서 시작해서 키스로 끝난 셈이다. 서른 점의 작품을 마주할 때 나는 그야말로 키스하는 심정이었다. 정확히 말해 키스하기 직전의 심정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어떤 키스는 절박했고 어떤 키스는 짭조름했으며 또 어떤 키스는 황홀하면서도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어렵사리 서른 번의 키스를 하고 나니, 입술은 다 헐고 궁색만이 남게 되었다. 가만히 더듬어보면 지금도 그 직전들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키스의 숨결이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가닿기를 바란다.


추천평

이 책을 사실 때 주의할 점:
1. 물론 이 책은 색과 빛과 그림과 사랑에 대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2. 만일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아주 위험한 일을 한 겁니다. 왜냐구요?
3. 이 책에는 폭발물질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4. 그 폭발물질이 당신의 감성과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열망과 결합할 때,
5. 그때 일어날 불꽃 축제에 관하여 이 책을 지은 오은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다만 아름다운 것들 앞에서 치열하게 웃고 울다가 드디어 쓸쓸해진 죄밖에는.
6. 당신에게도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다만 오래 이런 책을 보고 싶어한 당신의 기다림에 책임이 있다면 있을 뿐.
- 허수경 (시인)

이미지에 드리운 편견을 언어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서른 점의 그림을 멋대로 분류하고 자신의 언어로 마구 휘젓고 다니는 이 책을 나는 ‘회화 감상 매뉴얼-근미래 버전’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역시 근미래인 만큼 구식 매뉴얼과는 다르다. 매뉴얼 안에 적힌 건 설명문이 아니라 예문이다. 미술관에서 늘 패배했던 나는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고 고무되었다. 돌아오는 마감이 끝나면 시립미술관에 가야겠다. _
- 정우열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방금 책을 덮은 독자로서 확신컨대 오은이 책상 앞에서 감당한 과정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도 감당하기 힘든 미로인 동시에 황홀경이었을 것이다. 레드, 블루, 화이트, 옐로, 그린, 블랙에 관해 오은은 창의적으로 ‘오독’하고 즐거운 ‘말장난’을 무지개 형상으로 펼친다. 여섯 빛깔을 하나로 꿰는 실은 운율이다. 『너랑 나랑 노랑』은 기사, 일기, 편집, 희곡의 온갖 겉옷을 입고 있지만 끝내는 행갈이를 하지 않은 시집처럼 읽힌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표제 음악을 듣는 기분에 젖었고 세 페이지 걸러 한 번꼴로 누군가 이 문장들에 가락을 붙여 노래로 불러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 김혜리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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