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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6497
ISBN
9788935679324
출판사
일시재고부족
품목정보
출간일 2026-08-24
페이지, 크기, 무게 812쪽, 152*223mm, 1137g
목차
볼프람의 궁정서사시가 지닌 문학사적 의의|허창운·23

제1권·67
제2권·117
제3권·169
제4권·235
제5권·271
제6권·321
제7권·381
제8권·435
제9권·467
제10권·529
제11권·571
제12권·597
제13권·637
제14권·675
제15권·713
제16권·755

주요 인명·789
파르치팔 가문의 계보·792
독일 중세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옮긴이의 말·795
저자소개
저자 : 볼프람 폰 에셴바흐 (Wolfram von Eschenbach)
볼프람 폰 에셴바흐는 독일의 시인으로, 그의 전기에 관한 구체적인 사료는 전무하다. 학계는 그가 프랑켄 지방의 안스바흐 근처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보며, 대부분의 중세문학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봉토를 하사받지 못한 처지에서 여러 궁정을 전전하면서 귀족들의 자비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온갖 경험으로 충만한 삶을 살면서 수많은 여행을 했고 지식도 풍부한 인물이었기에, 13세기 초 규모가 가장 크고 심오한 사상을 다채롭게 형상화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독일 중세 황금기의 백미로 통하는 궁정서사시 『파르치팔』을 저술할 수 있었다. 그는 자칭 문맹이었지만 그가 보여주는 프랑스와 독일 문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볼 때 쓰는 법은 몰랐다 하더라도 읽을 줄은 안 듯하다. 현존하는 그의 문학작품은 모두 비상하고 독창적인 개성을 보여주는데, 아침에 이별하는 연인들을 묘사한 『연가』를 위시한 8편의 서정시, 서사시 『파르치팔』, 십자군 전사인 기욤 도랑주의 일대기를 그린 미완성 서사시 『빌레할름』 등이 있다. 그밖에 『티투렐』이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서사시가 짧은 단편들로 남아 있는데, 이것은 『파르치팔』의 제3권에 나오는 지구네의 비극적 사랑을 상세히 다룬 것이다. 1200~10년경에 썼다고 추정되는 『파르치팔』은 총 16권, 2만 5,000행의 시로 볼프람의 첫 작품이다.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미완성 로맨스 『페르스발』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독일문학사상 성배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주인공 파르치팔은 세상물정을 알지 못하는 아둔한 소년기를 거치면서 실수를 거듭하지만,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원탁의 기사로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볼프람은 파르치팔이 동화 속의 바보 같은 인물에서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성배지기로 극적인 발전을 해나가게 함으로써 인간의 정신 교육과 계발에 대해 암시적인 우화를 표현한 것이다. 파르치팔은 또한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 『파르지팔』에서 영웅으로 등장한다. 볼프람의 심오한 주제는 수사적이고 복잡하며 주의력을 요구하는 그의 언어와 잘 어울리고, 사고가 진척되어가는 방식도 매우 독창적이다. 그는 후대 시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하르트만 폰 아우에와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와 함께 중세고지독일어의 위대한 3대 서사시인에 속한다.

역자 : 허창운
1940년생으로 부산 출생이다. 서울대학교 인문대(구 문리과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학에서 독어독문학과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훔볼트(A.V. Humboldt) 재단 연구교수를 거쳐 지금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현대문예학개론』 『현대문예학의 이해』 『시사독일어강좌』 『고급 독일어 강좌』 『독일문예학』 『독일 민네장』 『프로이트의 문학예술이론』(공저) 『언어학과 인문학』(공저) 등이 있고, 편역서로는 『중세독일문학개설』 『니벨룽겐의 노래』 『텍스트 사회학』 『변증법적 문예학과 문학비평』 『문예미학』 『니벨룽겐의 노래 상·하』 『변증법적 문예비평』 『텍스트사회학이란 무엇인가』 『이데올로기와 이론』(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궁정의 청중 앞에서 노래로 불리던 이야기

『파르치팔』은 애초에 조용히 혼자 읽는 책이 아니었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 궁정의 가인(歌人)이 청중들 앞에서 직접 낭송하던 구연문학이었다. 그래서 본문 곳곳에서 서술자인 볼프람은 느닷없이 현재시제로 ‘여러분’이라 부르며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이번 번역에서는 이 독특한 서술 기법을 그대로 살려, 800년 전 궁정에 앉아 있는 청중의 위치로 오늘날의 독자를 데려다놓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정작 주인공 파르치팔의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 16권 가운데 첫 두 권은 파르치팔이 태어나기도 전, 그의 아버지 가흐무렛의 모험담에 온전히 할애되어 있다. 아들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생애가 비극으로 막을 내린 3권에 이르러 비로소 시작된다.

이야기의 구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갈라지게 된다. 파르치팔이 성석을 찾아 방랑하는 동안, 서술은 종종 초점을 옮겨 아서왕의 조카이자 최고의 기사인 가반의 모험을 뒤쫓는다. 파르치팔의 줄거리와 가반의 줄거리가 번갈아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 ‘두 갈래 구조’는 실패와 방황 끝에 성석의 왕이 되는 파르치팔의 길과, 명성과 사랑을 좇아 화려하게 성공하는 가반의 길을 나란히 비추며 두 영웅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대비시킨다. 두 줄기로 교차하며 진행되던 이야기는 『파르치팔』의 끝인 16권에 이르러서야 하나로 합쳐진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한 영웅에서 또 다른 영웅으로 끊임없이 초점을 옮기는 이 방대한 이야기는 한 명의 영웅만을 추켜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다층적인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담아낸다.

중세 아서문학의 정점

『파르치팔』이 중세 유럽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남아 있는 필사본의 수로도 가늠할 수 있다. 유일한 인쇄본(1477)을 포함해 전해지는 필사본과 단편이 무려 84종에 이르는데, 이는 중세 독일 궁정문학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다. 같은 시기 최고의 경쟁작으로 꼽히던 하르트만 폰 아우에의 『이바인』이나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트리스탄』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로, 당대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파르치팔』은 홀로 탄생한 작품이 아니고, 크레티앵 드 트루아가 미완성으로 남긴 프랑스어 서사시 『페르스발』(Perceval)을 저본으로 삼았지만, 이를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이야기로 확장시켰다. 크레티앵이 성스러운 물건을 성배(聖杯)로 그렸다면, 볼프람은 이를 성석(聖石)으로 바꾸어놓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 『파르치팔』은 독일문학사 전체에서 신비로운 성물이라는 주제를 최초로 도입한 작품이자, 켈트족의 아서왕 전설과 오리엔트 세계, 기독교적 구원론이 한데 얽힌 중세 아서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의 영향력은 중세에 그치지 않았다. 볼프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를 모방하거나 그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리하르트 바그너는 1845년 이 작품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 1882년 오페라 『파르지팔』(Parsifal)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완성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중세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유산

영어권에서도 『파르치팔』의 완역은 19세기 말에야 나왔다. 원문이 압운을 살린 중세고지독일어 운문으로 쓰인 탓에, 형식과 의미를 동시에 살려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 자체가 오랫동안 고역으로 여겨져왔다. 이 높은 언어적 장벽은 『파르치팔』이 세계 독자들에게 가닿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옮긴이 허창운 교수는 “타민족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좀더 심화시키고, 다반사로 일어나는 문명충돌의 비극을 사전에 방어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무거운 과제를 짊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파르치팔』은 켈트족의 동화적 세계와 오리엔트, 기독교 문화가 갈등 없이 뒤섞이는 세계를 그리며, 이교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형제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결말에 이른다. 문명과 종교를 넘나드는 관용의 상상력은 800년 전의 텍스트가 오늘의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세 필사본에 실렸던 삽화를 함께 수록해 갑옷을 입은 기사와 마상 창시합 장면, 성석의 성에 당도하는 장면 등 작품 속 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방대한 등장인물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가계도를 정리해 실었다. 거대한 이 서사시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헤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파르치팔』은 독일 중세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한 소년이 침묵의 죄를 씻고 스스로 물음을 던질 줄 아는 인물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은, 정답을 미리 아는 사람이 아니라 끝내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과오를 마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다시 한국의 독자들이 그 질문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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