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의 초상 10
저녁놀 속으로 부는 바람 12
묵염(默染) 14
느림의 미학 15
불꽃 16
사막의 벽 17
저녁의 사유 18
불꽃의 기하학 19
12월 20
쓰레기 소각장 앞에서 22
매일 쓰는 유서 23
그늘의 굳은살 24
숨의 분무기 25
삶을 견디는 방식 26
사랑과 시간의 함수관계 28
제2부
가죽 부대의 연대기 30
골밀도 3.4 31
21그램의 하중 34
M병원 314호실을 떠나며 36
라이프 마스크(Life Mask) 37
혀끝의 낭떠러지 38
얼음 가시 40
숨 쉬는 죄 41
호두과자를 먹으며 42
11월 44
슬픔의 초상 46
노인 48
설국의 아침 50
불비상(佛碑像) 앞에서 52
까마귀가 울고 간 겨울 아침 54
제3부
사소함에 대하여 56
대답으로 바꾸지 못한 말 58
오래된 음성 60
시간의 입구, 다른 쪽으로 기우는 62
개망초꽃 64
3월 26일 66
상당산성(上黨山城)에서 68
염낭거미 70
봄까치꽃 72
어머니의 기일(忌日) 74
봉쇄의 시간, 그 너머 75
울울창창해지는 것들 76
오리숲길 78
수레바퀴의 궤적에 대하여 80
나무, 침묵의 언어 82
제4부
공명의 방식 86
나는 지금 항해 중 88
독서 90
도도새 91
오래된 몸짓 92
비밀번호 94
물 한 방울의 파동 같은 96
코스모스(Cosmos) 일부 들여다보기 98
불규칙한 나의 그림자 100
봄비의 언어 102
다음 생을 위한 지도 104
시를 읽는 가을 저녁 106
봉합 108
꽃 110
분홍돌고래를 그리며 112
▨ 황원교의 시세계 | 송연숙 113
저자소개
저자 : 황원교
1959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89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후 입에다 마우스 스틱을 물고 창작활동을 시작하여, 19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과 2000년 계간 『문학마을』 신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시집으로 『빈집 지키기』, 『혼자 있는 시간』, 『오래된 신발』, 『꿈꾸는 중심』을, 산문집으로 『굼벵이의 노래』를, 장편소설로 『나무의 몸』 등을 펴냈다. 2013년 제3회 청선창작지원 대상을 받은바 있으며, 현재 청주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판사 서평
[ 시인의 말 ]
결핍과 연민으로 빚은 시의 성채,
첨탑은커녕 이무깃돌도 되지 못한 채
고자누룩해진 황혼이다
하지만 가뭇없이 소멸하는 것이 두려워
생의 끝날까지 시를 빙자해
꽥꽥― 소리를 지른다
모든 것이 소멸한 뒤에도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가닿아,
나는 한 줄의 숨결로 남고 싶다
2026년 가을
와유당臥遊堂에서
황원교
책 속에서
매일 쓰는 유서
차라리 일시에 전소되었다면
이토록 눅눅한 통증이 계속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개 낀 새벽,
창틀에 고여 있는 것은
밤새 나를 사르고 남은 희미한 그을음,
불은 쉽게 소멸을 허락하지 않는다
잿더미 깊은 곳에 남은 불꽃이 있어
나는 매일 문장의 형식을 빌려 유서를 쓴다
그것은 종이의 마른 살결 위에
겨우 숨 한 모금을 얹어두는 일
잉크가 푸른 멍처럼 번진 자리마다
끝내 자전하지 못한 시간이 고여 있고,
마침표의 벼랑에 이르면
자꾸만 느린 보폭이 엉겨 붙는다
차마 지우지 못한 단 한 줄이
질기디질긴 칡넝쿨처럼 뻗어 나와
내일의 목을 끌어당기고 있다
아니, 칭칭 감는 중이다
불꽃의 기하학
내 가슴의 안쪽에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한 날갯짓이 서식한다
콩나물국에 허벅지를 데었던 유년의 흉터에서
잔열은 뒤늦게 붉은 꽃의 골조를 복원해내고
그 결을 따라 불꽃의 기하학이 다시 되살아난다
비록 비상의 연대기는 끊겼을지라도
존재의 진동은 심부에서 맥박을 고르며
동심원의 파문으로 흉벽을 가볍게 타격한다
문득
날면서 추락하는 새는 있어도 날면서 죽는 새는 없다는
어느 소설 속 문장의 서늘한 행간이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
허공을 부유하던 하루가 뼈마디를 긁어낼 때
나는 내 안의 헛헛한 날갯짓으로
척박한 대기 위에 미세한 균열을 새긴다
황혼의 조도가 낮게 가라앉는 저녁,
그 울림은 휘발되지 않고 사물들의 모서리에 매달린 채
발화 직전의 뜨거운 호흡처럼
미처 열기가 식지 않은 채로
오래도록 내 몸의 궤적을 증명한다
공명의 방식
입술을 떠나는 순간 산화하는 것들을
기어이 종이 위에 붙잡아두고
나는 그 진실의 숨을 남기려 한다
하여 시를 쓰는 일은
날이 갈수록 폐허로 변해가는 세상을 향해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는 행위이며
아무도 없는 빈방일지라도
누군가의 체온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빈 의자에 말을 건네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문장은 늘 골절된 채로 발설되고
너라는 해안에 미처 닿기도 전 좌초하기에
늘 절망의 벽 앞에 서곤 한다
다만 미완의 뜻들이 너의 긴 침묵 사이에서
가느다란 맥박으로 이어지길 기다리는
나는 나의 결핍을 수선하지 않는다
이것은 소통이라는 미명보다는
끝내 가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허공을 휘젓는 처절한 손짓 또는 몸부림이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방향으로
온전히 나를 밀어내는 투명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된다
종은 스스로 우는 법이 없다는 것을
어둠의 배면을 치고 되돌아오는 미세한 전율이 있어
나는 또다시 쓰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소리 없는 그 아우성들을 꾹꾹 눌러 담는다
언젠가 너의 내벽에 닿아
아주 작은 금이라도 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때야 비로소
나의 비명은 생동하는 언어가 되고
나의 침묵은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 떨리는
하나의 공명이 될 것임을 믿기에
--- 본문 중에서
리뷰(0)
0 / 5.0
리뷰를 작성하시면 소정의 적립금을 드립니다.
도서의 첫번째 리뷰부터 10번째 리뷰까지는 기본 적립금의 2배를 적립해 드립니다.
리뷰 혜택 및 유의사항
리뷰 작성 안내 및 유의사항
•
리뷰 작성 시 관리자 확인 후 적립금이 지급되며 영업일 기준 평균 1~2일 소요될 수 있습니다.
•
적립금 유효기간은 적립 일로부터 1년입니다.
•
적립금이 지급된 리뷰는 수정,삭제가 불가합니다.
•
최소 20자 이상 리뷰 작성 시 적립금이 지급됩니다.
기본 적립금
•구매상품
3개월 까지
300원
(100자 이상)
100원
(100자 미만)
3개월 이후
100원
(20자 이상)
•비구매 상품 리뷰 작성 시 적립금은 적립되지 않는 점 참고바랍니다.
2배 적립금
상품의 첫번째 리뷰부터 10번째 리뷰까지는 기본 적립금의 2배를 적립해 드리며, 이후 리뷰부터는 기본 적립금이 적립됩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글은 리뷰 승인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상품 내용과 무관한 사진 및 글을 작성한 경우
•
시리즈나 세트 상품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올리거나 같은 글을 복사해서 올리는 경우
•
기타 상품 리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경우
•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상품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
상업적 목적의 광고성 내용이나 저작권,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작성하신 리뷰는 본 사의 마케팅 활동(온라인 이벤트, 프로모션, 광고 등)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상품의 주문/취소, 배송·포장, 파본, 재입고 등 CS/배송 서비스 관련 문의는 1:1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