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찬사... 4
예수의 어린 시절... 11
옮긴이 해설... 376
저자소개
저자 : J. M. 쿳시
매력적인 문학 세계를 탄탄히 구축한 작가 J. M. 쿳시는 노벨문학상(2003년)과 세계 최초의 부커상 2회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그는 사유의 폭과 깊이에서 거의 독보적인 작가이다. 2013년 펴낸 『예수의 어린 시절』은 알레고리 소설로 『예수의 학창 시절』(2016), 『예수의 죽음』(2019)과 더불어 ‘예수 삼부작’을 이룬다.
쿳시는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케이프타운대학에서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영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버팔로) 영문과 교수가 되었으며, 1972년부터 2001년까지는 케이프타운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를 세계적 작가로 부상하게 만든 『야만인을 기다리며』, 1983년 첫 부커상을 안겨준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두 번째 부커상을 안겨준 『추락』, 자전 삼부작 『시골적인 삶의 풍경』 등을 포함해 수많은 문제작을 펴냈다. 학자로서도 뛰어나 『백인의 글쓰기』, 『검열에 관하여』, 『이중 시점』 등 명저를 남겼다.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앞에서 아프리카너(네덜란드계 백인)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운명적 혼란과 식민주의자들의 원죄 의식을 형상화했고, 현실의 부조리를 미니멀리즘적 접근 방식으로 보여줘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2023년에는 첫 연애소설인 『폴란드인』을 펴냈다. 2002년 호주로 이주해 애들레이드에서 살고 있다.
쿳시의 소설
『추락』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야만인을 기다리며』
『나라의 심장부에서』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포』
예수 3부작 『예수의 어린 시절』 『예수의 학창 시절』 『예수의 죽음』
『폴란드인』
쿳시의 논픽션
The Good Story: Exchanges on Truth, Fiction and Psychotherapy
(with Arabella Kurtz)
Here and Now: Letters 2008~2011 (with Paul Auster)
Inner Workings: Literary Essays 2000~2005 등
역자 : 왕은철
왕은철은 영문학자이자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문학평론가로 전북대학교 영문과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이어하트재단, 케이프타운대학학술재단, 풀브라이트재단의 펠로였다. 유영번역상, 전숙희문학상,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상, 생명의신비상, 전북대학교학술상, 전북대동문대상,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번역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철의 시대』, 『야만인을 기다리며』, 『추락』, 『서머타임』, 『폴란드인』 『예수의 어린 시절』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J. M. 쿳시의 대화적 소설』(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문학의 거장들』(한국연구재단 우수도서), 『애도예찬』(전숙희문학상), 『타자의 정치학과 문학』(세종도서,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상), 『트라우마와 문학, 그 침묵의 소리들』(세종도서, 생명의신비상), 『따뜻함을 찾아서』 등을 썼다.
출판사 서평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가. 다시 쿳시의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_독자
심오하고 아름다우며 끊임없이 놀라움을 안겨준다
★영특하고 조숙하고 삐딱한 난민 아이의 좌충우돌 성장기
★과거를 씻어내고 새 삶을 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의롭고 동정적인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담은 소설
★수천만 난민의 실존적 고뇌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교육, 철학, 언어, 실존, 종교, 사랑, 동료애, 이민에 대한 사유
쿳시의 후반기 최고 소설
“쿳시의 작품 가운데 가장 힘차고 눈부신 소설.”(문학평론가 벤저민 리틀)로 평가받는 『예수의 어린 시절』은 국내 독자의 눈 밖에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쿳시의 후반기 최고 소설”(왕은철 문학평론가)이라는 평을 받고 있고, 2013년 출간 당시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소설’에 오르는 등 미디어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학계에서는 지금도 이 소설을 포함한 ‘예수 3부작’에 대한 논문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26년 칸영화제 프리미어 부문에서 상영돼 화제를 모았던 <여기(Aqui, 스페인어)>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 제목 <여기>는 『예수의 어린 시절』 앞부분(33쪽)에서 다비드가 “우리가 왜 여기 있는 거예요?”라고 묻는 장면, 그리고 『예수의 죽음』에서 주인공 다비드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질문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등을 연상시킨다.) 쿳시 전문 번역가인 왕은철 전북대 명예교수가 공들여 번역한 이 작품이 말하는나무에 의해 이제야 국내 독자에게 소개된다.
이 소설은 난민 소년 다비드가 노비야라는 스페인어권 가상 지역에 정착하며 겪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노비야에 온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일을 잊고 새 삶을 시작한다. 난민을 받아준 이 도시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전체주의 체제이고 엄격히 통제되는 사회다. 새로 온 이방인에게 노비야 당국은 평범한 집과 식량, 의료, 교통, 교육, 직업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새로 도착한 사람들은 이 도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배에서 엄마 이름이 적힌 편지 주머니를 잃어 고아가 된 다비드는 우연히 친절한 아저씨 시몬을 만난다. 다비드에게 그는 대부를 자처하며 엄마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노비야에서 시몬은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만난 이네스라는 젊은 여성에게 다비드의 엄마가 되어달라고 요청하는데, 처음에는 황당해하던 이네스는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는 신의 아들 예수가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이 되는 과정을 연상케 한다.
다비드는 두 사람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지만 천성이 끊임없이 불편한 질문을 해대는, 영특하고 조숙하고 삐딱한 아이다. 로저 벨린은 로스엔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에서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즉 사회적 세계와 의미의 세계 모두에 끝까지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다비드의 모습은 지적으로 매혹적이며,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면모이기도 하다.”라고 평했다.
시몬과 이네스는 이런 다비드가 새로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한다. 다비드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 돈키호테』로 스페인어를 익히는데, 그 책을 늘 끼고 생활하며 풍차를 실제 거인이라고 생각하거나 돈키호테를 영웅이자 마술사로 생각한다. 하지만 다비드가 학교에서 엄격한 담임선생의 미움을 사 소년원에 보내질 위기에 처하면서, 이 느슨한 형태의 가족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결국 모두 함께 노비야를 떠나 새 삶을 찾아 나선다.
난민들의 불안한 현실 조명
이 소설은 간명한 이야기 구조를 갖지만, 교육, 철학, 언어, 실존, 종교, 성애, 난민, 정의, 동정 등에 대한 문답이 끊임없이 나와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전소영 박사는 논문(‘타자의 공간 ?쿳시의 예수의 어린 시절’)에서 “『예수의 어린 시절』에서 소설은 스토리 자체의 전개보다는 철학, 문학, 언어,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담론의 장소.”라고 평했다. 소설을 사유와 깨달음의 형식으로 여기는 쿳시의 관점이 반영된 작품이랄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치는 어디에선가 이주해온 사람들의 어려운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데 있다. 엘커 뵈머 옥스퍼드대 교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비선진국)를 포함한 ‘더 사우스(The South)’에서 일어나는 이주를 위한 횡단이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갖고 있는데 『예수의 어린 시절』이 그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고 논문에서 짚었다.
번역자 왕은철 교수는 이 소설을 디아스포라에 관한 이야기로 읽는다고 옮긴이 해설에서 밝혔다. "자신이 살던 고향이나 나라를 떠나 낯선 땅에 가서 낯선 언어를 배워 소통하며 살아가는 시몬과 다비드의 이야기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난민이나 이민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왕 교수는 또 이 소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환대에 관한 심오한 담론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메시지의 가치는 충분하다. 전세계적으로 전쟁과 갈등, 박해, 빈곤,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강제 이주한 사람들은 1억 명이 넘는다. 쿠르드 난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 미국의 남미 난민, 북한이탈주민 출신 한국인들도 차별 앞에 노출돼 있다. 쿳시는 그런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고발하면서,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예수는 나오지 않지만 독자는 예수를 만난다
쿳시는 소설에 『예수의 어린 시절』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독자는 예수의 어린 시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성경에 예수의 어린 시절을 증거하는 내용은 탄생 장면(누가복음, 마태복음 등)과 12살 시절의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율법학자들과 토론한 장면(누가복음) 등 몇몇 구절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소설에는 ‘예수’라는 인물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가는 예수로 치환할 수 있는 다비드라는 아이를 배치했다. 학교 교육과 숫자 체계를 거부하는 다비드는 평범한 아이 같으면서도 메시아적 암시를 지닌다. 다비드는 “내가 진리다.”라는 문장을 칠판에 쓴다. 이는 예수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복음 14장 6절)라고 말한 것을 연상시킨다. 다비드는 늙은 말이 죽자, 사흘 후에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사흘 만에 부활한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다비드는 곤경에 처한 민중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돈키호테 책을 늘 끼고 살고, “저는 구원자가 될래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독자는 소설 속 다른 인물들로부터 예수의 실존을 그리워하는 문장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게 된다. 시몬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구원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마법의 지팡이를 흔들며 ‘보라, 이 책을 읽어라. 거기에 너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있을 것이다.’ 혹은 ‘보라, 여기에 너를 위한 전적으로 새로운 삶이 있다.’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시몬은 노비야 사람들 가운데 이전 세계에 대한 기억의 그림자를 가장 많이 가진 인물이다. 육체는 늙었지만 정열적인 삶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눈에 노비야 사람들의 삶은 너무 단조롭고 핏기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열정을 갖고 부족한 뭔가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는 시몬의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으로 여겨진다.
그에 반해 다비드는 기억의 피조물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아이다. 다비드의 친구 피델의 엄마 엘레나가 말한다.
“아이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살아요. 그들에게 배우면 어때요? 변모하기를 기다리는 대신, 다시 아이처럼 되어보는 건 어때요?”
현실의 연장선 같은 사후세계
노비야라는 도시는 가상의 공간이다. 쿳시는 소설을 발표(2013년)한 지 12년 만에 내놓은 대담집 『방언으로 말하기』(Speaking in Tongues)에서 노비야는 사후세계(afterworld)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상이 뒤엉키는 공간이 아니라 놀랍게도 현생의 기억만 사라진, 현실 세계의 연장선 같은 곳이다. 즉 쿳시의 작품에서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고대 이집트 쿠푸왕이 태양의 배를 타고 사후세계를 여행한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배를 타고 어딘가에서 건너와 수용소가 있는 벨스타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노비야로 간다. 사후세계에서도 사람들은 외롭지 않도록 함께 산다. 전체주의 같은 세계지만 거기서도 끝없이 바른 인간성과 이상향을 찾아서 나아간다. 쫓기듯 노비야를 떠나게 되자 다비드는 새 도시에 가서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 시몬은 “머물 곳을 찾아 새 삶을 시작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은 죽은 뒤에도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끝없이 나아가는 것임을 말하는 듯하다.
문학은 죽음 뒤의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해왔다. 단테의 『신곡』이나 사르트르의 『닫힌 방』은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예수의 어린 시절』도 그 뒤를 이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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