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한루의 비분 11
2. 종사관 정사제 52
3. 소년의 꿈 94
4. 뿌리 깊은 나무 128
5. 길 없는 길 164
6. 이팝나무꽃 피던 봄날의 일 177
7. 난진이퇴(難進易退) 190
8. 길 위의 날들 207
9. 오봉산인 몽루옥(五峯山人 夢陋屋) 245
10. 장부의 길 259
11. 출사(出仕) 280
에필로그 301
저자소개
저자 : 양승언
아름다운 금강이 흐르는 백제고도,
충남 공주에서 나고 자랐다.
20대의 치열한 화두, 나를 찾아서 끊임없이 방황하며 글을 썼다. 출가납자로 산문을 기웃거리며 폐사찰에 들어가 결사적인 수행을 하였다. 여름날 숲속의 맹렬한 매미 소리를 듣고 깨닫다.
1997년 소설 「풍장소리」로 세기문학상, 2006년 소설 「워낭소리」로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시흥문학상, 철도문학상, 스포츠조선 산문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2015 시집 『사랑은 소리 없는 침범』
2020 장편소설 『도시벌레』
2023 기행소설 『득량, 어디에도 없는』
2024 보성NEWS <양승언의 디지털노마드, 보성e라면> 연재
2025 보성NEWS <양승언 에세이, 측간수인의 혼잣말> 연재
2026 보성NEWS <양승언의 다큐판타지, 다 함께 차차차> 연재
2026 장편소설 『회화나무의 기억』
21C 한국 사회의 단면을 독창적인 문체로 명징하게 묘사해냈다는 평가를 확보함
문장, 관계, 소통, 반려동물, 자연을 주제로 KBS 등 인문학 강연 다수
현재 전남 보성 일림산 아래 국가유산 <보성정씨 고택, 삼의당>에서 집필 중이다.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1594년 5월 9일.
전란의 여름은 우울하였다. 나라의 역법이 양력으로 고쳐진 때가 1896년이었으므로 음력의 이날은 양력으로 6월 26일이었다. 두 해 전, 1592년 시작된 임진왜란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1592년 12월부터 1593년 1월에 걸쳐 명나라에서는 이여송을 총사령관으로 5만여 명의 대규모 2차 원군을 파견했다. 전쟁 발발 후 조선의 한양이 함락된 뒤 7월에야 명나라에서는 장수 조승훈을 내세워 1차 원군 5천 명을 파병했으나 평양성 탈환에 실패했다.
명나라의 2차 원군 파병 후 전쟁의 흐름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여송 군대는 평양성 탈환에 성공했고 더 이상의 일본군 북진을 저지할 수 있었다. 물론 1592년 5월 이순신의 수군이 옥포, 합포, 적진포의 해전 승리를 비롯 7월에 한산도 대첩에서 일본 수군을 크게 격파함으로써 적의 보급품을 차단한 것이 전쟁 억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또 각처에서 불같이 일어난 의병들의 목숨 건 활약은 미처 왜군이 상상하지도 못한 복병이었다.
명나라의 이여송 군대는 평양성 탈환에는 성공했으나, 1593년 1월 벽제관 전투에서는 패배하였다. 2월에 권율 장군이 행주대첩에서 승리함으로써 왜군은 비로소 한양을 포기하고 남해안으로 후퇴하였다. 하지만 이여송은 일본군을 조선에서 완전히 몰아내기는 어렵고 전쟁 비용도 너무 크다고 판단하여 강화를 시도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시 조선을 완전 정복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강화에 적극적이었다. 양측 모두 휴전을 원했다. 하지만 일본 측 요구는 터무니없었다. 명나라 공주를 일본 천황에게 시집을 보내라거나 조선의 남부 4도, 경상 전라 충청에다 강원도나 경기도 일부까지 영토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특히 히데요시는 곡창지대이며 병참기지인 전라도를 탐냈다. 도저히 화의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일본과 명나라가 강화회담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전쟁이 끝났다고 믿지 않았다. 호남은 군량미 공급의 중심지였고 병참기지의 역할을 하는 남원은 전라도 방어의 핵심 지역이었다. 일시 후퇴한 왜군이 언제 다시 북상할지도 몰랐다.
장마 구름이 남원의 요천 들녘 위로 낮게 드리웠다. 광한루 연못가의 버드나무 가지만 세상 동정 모르고 태평하게 흔들렸다. 왜적의 대군은 보이지 않았으나 지리산 방면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성문마다 군졸이 창을 세우고 밤낮으로 순찰을 돌았다. 의병들은 갑옷을 벗지 못한 채 광한루 주변 객사와 훈련장에서 머물렀다. 전쟁의 와중에도 백성들은 농사일에 분주한 가운데 수시로 북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전쟁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을 뿐,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맥금이.
오봉 정사제(鄭思悌)는 가뭇해지는 정신을 차리고자 안간힘을 썼다. 왜군의 화살과 탄환을 온몸에 맞은 그는 이미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숨을 잇기 힘들었다.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그의 생명은 급속히 꺼지고 있었다. 검붉은 피범벅이 되어 쓰러졌음에도 그의 기상은 도리어 장렬하기만 했다. 그는 신음하고 있었지만 눈빛은 형형하여 푸른 광채가 났다. 한 생명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최후의 정념이었다.
곁에 무릎을 꿇고 있던 종 맥금이 고개를 들었다.
─예, 서방님! 정신줄 놓으시면 아니 됩니다요.
맥금은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목이 멘 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피 묻은 두 손으로 오봉의 어깨를 붙든 채 연신 몸을 떨었다.
오봉은 희미하게 웃었다.
─사람 목숨이란 게, 다 때가 있는 법이제.
─서방님, 서방님 조금만 버티십시오.
오봉의 입가에 핏물이 번졌다.
종, 맥금이 도리어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심하게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오봉은 신분은 노비이나 한 핏줄이나 마찬가지인 종의 이름을 어느 때는 맥금(麥金), 또 어느 때는 쉬운 말로 보리쇠라 부르기도 하였다. 평생 집안의 농사와 고된 가사를 도맡아온 맥금을 향한 오봉의 마음은 참으로 간절하고 오롯하였다. 신분사회의 차별은 어쩔 수 없었으나 오봉에게 그는 형제와 같은 존재였다. 그는 요령 피우지 않고 집안의 대소사를 떠맡아 묵묵히 수고하였다. 어린아이들의 고사리손은 물론 하다못해 부지깽이 하나라도 빌려와야 할 판인 봄, 여름, 가을의 농번기는 말할 것도 없고 겨울 농한기조차 그는 손 놀릴 틈 없이 부지런하였다. 낮에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고 밤이면 혼자 사랑채에 들어가 자시까지 새끼를 꼬며 집안을 지킨 충직한 일꾼이었다. 맥금 없이는 어떤 작은 일 하나라도 수월하게 성사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집안의 노속이라 하더라도 맥금처럼 성실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구나 그는 전쟁터까지 따라와 오봉과 생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절명의 시간까지 그가 곁에 지키고 있음을 오봉은 하늘에 감사드렸다.
오봉은 흐려지는 눈으로 맥금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보리쇠.
맥금의 쉬운 말 이름 보리쇠는 오봉이 어릴 때 그를 부르던 이름이었다. 오봉은 불현듯 서녘 하늘의 휘황한 노을처럼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마천리 뒷산에서 함께 진달래꽃을 따 먹고 칡뿌리를 캐서 입술이 시커멓도록 씹었다. 정강이까지 바짓가랑이를 걷고 무논에 들어가 우렁이를 잡고 게를 훔치기도 했었다. 아득한 시간들이 꿈처럼 스쳤다. 그 신분이 노비인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의 형제처럼 어울리며 놀던 그리운 시절이었다.
─예…, 예. 서방님.
오봉은 가까스로 맥금의 손을 잡았다.
─내 죽거든… 집안 좀 잘 살펴주시게.
맥금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서방님, 서방님….
맥금은 오봉의 손등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껴 울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는 것을.
─소 씨 부인에게도 미안했다고 전해…
오봉은 말을 잇기 힘들어했다.
─히히, 히잉!
대여섯 걸음 사이를 두고 서 있던 말도 오봉의 모습을 보고는 한 차례 사납게 머리를 흔들고는 입을 크게 벌리며 울어댔다. 말을 하지 못할 뿐 전장에서 사투를 벌이며 수많은 위기를 함께 한 짐승도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말의 몸도 성한 곳이 없었다. 목 아래 가슴팍에 박혔던 화살 자국에서는 날이 더워지자 진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전쟁 통에 사람이고 짐승이고 들판의 곡식에 이르기까지 온전한 것들은 없었다. 하다못해 대기의 공기조차 쿰쿰한 냄새를 퍼뜨렸고 바람은 괴이한 비명을 지르며 사라지곤 하였다. 조선의 산하가 모두 불안에 떨고 있었다.
오봉은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만 같은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생의 시간은 짧고 허망하기만 하였다.
리뷰(0)
0 / 5.0
리뷰를 작성하시면 소정의 적립금을 드립니다.
도서의 첫번째 리뷰부터 10번째 리뷰까지는 기본 적립금의 2배를 적립해 드립니다.
리뷰 혜택 및 유의사항
리뷰 작성 안내 및 유의사항
•
리뷰 작성 시 관리자 확인 후 적립금이 지급되며 영업일 기준 평균 1~2일 소요될 수 있습니다.
•
적립금 유효기간은 적립 일로부터 1년입니다.
•
적립금이 지급된 리뷰는 수정,삭제가 불가합니다.
•
최소 20자 이상 리뷰 작성 시 적립금이 지급됩니다.
기본 적립금
•구매상품
3개월 까지
300원
(100자 이상)
100원
(100자 미만)
3개월 이후
100원
(20자 이상)
•비구매 상품 리뷰 작성 시 적립금은 적립되지 않는 점 참고바랍니다.
2배 적립금
상품의 첫번째 리뷰부터 10번째 리뷰까지는 기본 적립금의 2배를 적립해 드리며, 이후 리뷰부터는 기본 적립금이 적립됩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글은 리뷰 승인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상품 내용과 무관한 사진 및 글을 작성한 경우
•
시리즈나 세트 상품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올리거나 같은 글을 복사해서 올리는 경우
•
기타 상품 리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경우
•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상품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
상업적 목적의 광고성 내용이나 저작권,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작성하신 리뷰는 본 사의 마케팅 활동(온라인 이벤트, 프로모션, 광고 등)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상품의 주문/취소, 배송·포장, 파본, 재입고 등 CS/배송 서비스 관련 문의는 1:1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