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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용맥 : 천지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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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9718
ISBN
9791167529077
출판사
글
배송안내
내일 오전 9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6-09-23
페이지, 크기, 무게 368쪽, 130*210mm, 478g
목차
주요 등장인물
이야기의 배경―10세기 동북
동북아 세력 관계도
연표―검은 눈의 천 년

제1부 | 검은 눈
마지막 좌석
천 년 전의 밤
낯선 몸
흑수잔월
유민의 땅
두 개의 산
늑대 깃발
아버지의 흔적
흰 뱀
추격
정안국의 문
다시, 늑대
사람의 길
검은 눈의 전조
막간―2028년, 연길

제2부 | 무너지는 하늘
남구로역
재회
용두산의 공주
균열의 밤
마지막 항공기
아버지의 마지막
군영의 밤
흰 뱀의 독
대무진의 상처
동단의 인장
정안국으로 가는 길
막간―유민의 밤

제3부 | 깃발을 베다
정안국의 광장
진짜와 가짜
깃발을 베다
사람의 길 위에서
흰옷의 균열
태백산의 경고
완안의 소년
한서윤의 그림자
거란의 추격
목숨을 건 자리
두만강 앞에서
흰 뱀의 춤
태백산, 무너지다
얼음 아래로
검은 눈 속의 약속
막간―2030년, 발굴 이전

제4부 | 흑수는 끊기지 않는다
잿빛 세상
대호륜의 그림자
흑수잔월록
두 개의 칼
의가 거짓을 심판하다
끝까지 서서
천지가 열리다
보내는 사랑
옥패의 약속
빛이 걷힌 후
아버지의 자리
946과 2028
다시 열리는 문
막간―흑수의 강가에서

제5부 | 문을 닫는 사람
천지로 가는 길
겹치는 시간
마지막 선택
두 사람의 배웅
문을 닫다
검은 눈이 그친 뒤

에필로그―기억하는 사람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저자 : 드래킴(Drakim)
소설가이자 콘텐츠 창작자.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이야기를 짓는다. 소설·시나리오·에세이를 넘나들며, 역사와 상상을 잇는 서사에 오래 마음을 두어 왔다.
특히 잊힌 나라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발해라는, 우리 역사에서 오래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나라를 다시 불러낸 것도 그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거대한 역사의 뒤편에서 살아내고 사랑하고 기억한 개인들의 목소리를, 이야기의 힘으로 되살리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
AI 영상·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활동하며, 기술과 서사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첨단의 도구로 가장 오래된 것-사람의 마음과 기억-을 이야기하려 한다.
대표작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있다.
출판사 서평
검은 눈이 그친 뒤에도, 기억은 살아남는다
천 년의 시간을 건너 이어지는 발해의 마지막 의와 사랑

『마지막 용맥, 천지겁』은 2028년 백두산 대폭발과 10세기 발해 멸망기의 역사를 하나의 ‘용맥’으로 연결한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백두산이 폭발하던 날, 아버지의 희생으로 마지막 비행기에 오른 열아홉 살 윤하린은 검은 화산재 속에서 시간을 건너 천 년 전 발해의 마지막 공주 대연화의 몸으로 깨어난다. 그곳은 이미 나라가 무너지고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진 뒤의 세계다. 하린은 자신을 지키는 흑수의 무사 대무진, 적국의 왕자 야율현율과 함께 거란과 동단국의 추격을 피해 달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실체를 마주한다. 그러나 이 소설이 되살리는 것은 멸망한 왕조의 영광만이 아니다. 나라가 사라진 뒤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남고 이어지는지를 묻는다.

피가 끊긴 자리에서 ‘의’는 시작된다
발해의 멸망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왕의 피를 이었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작품은 끊임없이 ‘무엇이 사람과 나라를 이어 가는가’를 묻는다. 발해가 무너지는 밤, 높은 신분과 혈통을 자랑하던 이들은 살기 위해 성문을 열고 왕을 배신한다. 반대로 천하다고 멸시받던 흑수 출신의 무진아라는 마지막까지 왕후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공주를 지킨다. 해화 왕후가 그에게 대씨 성을 내리며 남긴 “피는 한 나라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나라를 이어 가는 것은 의뿐이다”라는 말은 이후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이 된다.
대무진이 보여 주는 ‘의’ 역시 거창한 충성이나 영웅적 희생과는 조금 다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보답받을 수 없더라도 옳다고 생각한 일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을 다음 사람에게 이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대무진은 하린에게 자신들의 희생을 ‘갚으려’ 하지 말라고 말한다. 받은 의를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흘려보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의 검법 ‘흑수잔월’ 또한 같은 철학을 품는다. 낮게 숙이고, 짧게 치고, 끝까지 서는 검. 이기기 위한 검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검이다.
이 지점에서 소설 속 ‘용맥’의 의미도 확장된다. 용맥은 단순히 왕조와 민족의 혈통을 잇는 신비로운 힘이 아니다. 대무진에게서 완안우라로, 다시 후대의 역사로 흘러가는 것은 혈액보다 선택과 정신에 가깝다. 나라가 멸망해도 누군가 기억하고, 누군가 다시 선택하는 한 그것은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다. “흑수는 끊기지 않는다. 강은 얼어도 다시 흐른다”는 말처럼 이 작품에서 역사는 왕조의 계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통해 이어진다.

살아남는 자에서 기억하는 자로
윤하린의 가장 큰 변화 역시 ‘살아남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처음의 하린에게 생존은 죄책감과 거의 같은 말이다. 백두산 폭발 당시 아버지는 단 한 장의 탑승권을 딸에게 건네고 검은 눈 속에 남는다. 천 년 전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공주를 살리기 위해 대신 싸우고 죽는다. 하린은 끊임없이 묻는다. 왜 자신만 살아남아야 하는가. 그러나 대무진은 그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희생을 빚으로 여기며 갚으려 하지 말고, 살아남아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을 이어 가라고 말한다.
이 깨달음 이후 하린은 더 이상 보호받기만 하는 공주가 아니다. 자신을 거래의 패로 삼으려는 권력에 맞서고, 거짓으로 역사를 바꾸려는 대호륜 앞에서 스스로 진실을 증명하며, 마침내 반복되는 재앙을 끝내기 위해 시간의 문을 닫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동시에 야율현율의 서사는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정복자의 아들이던 그는 명령과 신분의 갑옷을 벗고 ‘사람의 길’을 택한다. 하린을 사랑하기 때문에 곁에 두려 하기보다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보내 준다. 하린의 아버지 윤태준이 마지막 비행기에 딸만 태워 보냈던 선택과 겹쳐지며, 작품은 사랑을 소유가 아닌 배웅의 행위로 그려 낸다.
마지막에 하린이 서현우에게 부탁하는 것도 자신을 구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제 이야기를 써 주세요.” 발해의 멸망과 대무진의 의, 현율의 사랑과 아버지의 희생을 기억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의 문 속으로 걸어 들어가 천 년간 반복된 재앙을 끝낸다. 한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야기가 남고, 그 이야기를 기록하는 또 다른 사람이 남는다. 결국 이 소설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 아니다. 기억하고, 전하고, 다음 사람에게 이어 주기 위해 남는 일이다.

『마지막 용맥, 천지겁』은 발해의 멸망과 백두산 대폭발, 시간 이동과 무협적 액션, 비극적인 사랑을 한데 엮은 이야기이면서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무엇이 역사를 살아 있게 하는가’를 묻는 작품이다. 나라는 무너지고 사람은 죽으며 사랑하는 이들은 결국 헤어진다. 그러나 누군가 그들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다음 사람에게 전한다면 완전한 소멸은 아니다. 윤하린이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 달라고 부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아남은 사람이 기억하고, 기억한 사람이 다시 이야기함으로써 사라진 사람들은 다음 시대에 흔적을 남긴다. 검은 눈은 마침내 그치고 윤하린은 사라지지만, 그녀가 지켜 낸 의와 사랑은 이야기가 되어 남는다. 그래서 이 소설의 마지막은 소멸이 아니라 계승에 가깝다. 끝난 것은 천 년의 재앙이고, 다시 시작되는 것은 기억이다.

책 속에서

유리창 너머로 아버지가 입 모양을 만들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살아남아.
그것이 내가 본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이었다.
---p.20

“그대는 왜 살아 있나.”
그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발해는 이십 년 전에 망했다. 그대는 깃발일 뿐이다. 죽은 나라의 깃발.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살아남으려 하나.”
대연화라면 ‘왕통을 위해서’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답한 것은 윤하린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다음 길이 있으니까요.”
---p.68

“이제 공주는 도망치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가 말했다.
“기억하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의를 물려주는 분이 되실 겁니다.”
그때는 그 마지막 말의 뜻을 다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나 천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시간의 문 앞에 섰을 때, 나는 이 밤의 대화를 떠올리게 된다. 밑지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것. 갚는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것. 그것이 결국, 내가 마지막에 택하게 될 길이었다.
---p.148

불꽃이 타올랐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일렁였다. 정복자의 아들이었던 남자가 이제 정복을 거부하는 자가 되어 있었다. 그 변화가 그의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더 부드러워지고, 동시에 더 단단해진 얼굴로.
“검은 눈이 그칠 때.”
나는 나직이 말했다.
“우리는 다시 만난다.”
그가 받았다.
---p.187

“이제 울어도 돼요. 검은 눈이 그쳤으니까요. 이제…… 숨을 아끼지 않아도 돼요. 아빠가 그렇게 지켜 준 이 숨으로 이제 마음껏 울게요. 그동안 못 운 것까지, 전부.”
---p.319

정안국 광장에서 옥패를 들고 진실을 외쳤을 때, 나는 처음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죽은 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의를 증언했다. 나는 더 이상 살아남은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살아남았기에 기억할 수 있었으니까.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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