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독경(牛耳讀經) 16
사랑을 저어하다 18
텅 빈 사랑 20
사랑, 저 난감한 언어 21
사랑한다는 말 대신 22
너라는 파도 23
바람의 기억 24
너의 동선 25
사막 식물 26
너에게 닿는다는 것 28
풍경의 배후(背後) 29
붉은 그리움 30
양자 얽힘 32
붉은 촉 34
시작의 반복 35
눈부신 추락 36
나에게 이르는 길 38
늦게 도착하는 것은 가장 깊은 곳에 눕는다 40
슬픈 바다가 되지 않았다 42
난 널 모른 채 43
떠나는 너의 등 44
내 슬픈 윤곽 46
장마가 지나간 수평선 48
이별은 그저 50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안다 51
떠난 사람은 돌아온다 52
두 번의 장례 54
텅 빈 사랑 55
봄의 끝 56
너무 아픈 사랑 57
사랑에 눈물짓지 말라 58
당신과 함께라서 60
아름다움, 덫 62
2. '나'라는 타인
멈출 수 없는 관성 64
그러니, 침묵하자 66
'나'라는 타인 68
존재의 결핍 70
무간의 노래 72
고독의 각도 74
어둠의 윤곽 76
자유라는 믿음 78
'지금'이라는 너 79
'나'라는 종착역 80
나의 기도 81
나의 바닥 82
빈 마음에 이는 바람 83
길 위에서 들은 말 84
존재를 나누는 것 86
왈츠를 추다 88
논다는 것 89
날개 없는 공허 90
존재는 자신을 앓는다 91
너의 숨으로 92
내 몸 어디쯤 93
오직 '나' 하나로 94
하늘이 텅 빈 까닭 95
나이니 슬프다 96
비틀린 좌표 98
바람을 해석하는 풍경 100
검은 그림자 101
결핍, 그 백색의 깃발 102
무의(無依)의 산 104
연필심 105
3. 떨어지는 자리조차 모두 하늘이다
꽃 이어서 눈이 부시다 108
인사를 하자 111
절반만 114
살아간다는 것 116
바람 없는 날엔 117
꽃이나 청춘이나 118
봄을 앓는 마음 119
서툰 발자국 120
그리움 따라 걷는 길 121
기억의 뼈 122
바람을 기다리며 124
나는 내가 슬프다 126
꿈의 정지선 128
아이러니 130
갈매기가 마주한 곳 131
종이비행기 132
어찌 흔들리는 것만이 흔들림이라 134
산다는 것 135
떠밀려갈 때까지 136
어머니 Ⅰ 137
어머니 Ⅱ 138
어머니 Ⅲ 139
퇴직자의 변 140
복권 142
그러니 새벽이여 144
처마 밑 할머니 146
내가 꽃이여 148
치매 149
환자에 대한 기도 150
어떤 기적 152
폐업 153
흰 국화 154
함박눈 156
4. 처음부터 익숙한 추락은 없다
폭설의 경계 158
갈 곳이 있는 걸음 160
바람이 불자 162
겨울비 163
처음부터 익숙한 추락은 없다 164
바람에 길을 묻다 166
첫걸음도 없는 발자국 167
오늘도 떠나는 중 168
이별한다는 것 170
만남보다 많은 이별 172
고독 174
내 안의 이방인 176
고독의 소유 178
그런 날이 있다 179
하얀 길 180
서사가 필요한 날 181
내 안에 또 한 사람 182
쓸쓸함에 관하여 184
어떤 짐승 185
내가 아프다 186
박하사탕 187
검은 바다 188
바라보기 189
슬럼프 190
낮은 것들이 말 걸어오는 시간 192
붉은 청춘 193
배불뚝이 194
동박새 195
심란한 새벽 196
로그아웃(Log-out) 197
TV 198
어머니, 나는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Ⅰ 199
어머니, 나는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Ⅱ 202
저자소개
저자 : 이어시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조형예술대학(Akademie der Bildenden Kunste Munchen) 회화과를 졸업했다. 뮌헨과 뉴욕을 거쳐 귀국한 후 파주, 서귀포, 강진, 태안, 강릉 등 여러 곳을 떠돌며 살고 있다. 사진 작업을 하고 글을 쓴다. 그리고, 나를 견디고 있다.
출판사 서평
무너진 자리에서, 처음으로 나를 끌어안았다
“앞만 보고 질주하던 나의 발끝이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_「시인의 말」에서
첫 시집 『꽃은 날기 위해 핀다』가 봄을 향해 열려 있었다면, 같은 시기에 나온 『늦게 도착하는 것은 가장 깊은 곳에 눕는다』는 안으로,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시인은 “쉼 없이 걸어왔던 길”이 실은 “타인이 그어놓은 선 위였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 붕괴의 자리에서 흩어진 마음의 조각을 하나씩 주워 담는 시간, 그리고 “처음으로, 서툰 두 팔로 나를 끌어안”는 순간이 이 시집의 출발점이다.
쇠귀를 가진 사람의 사랑법
표제작이 속한 1부는 사랑과 그리움을 정면으로 다룬다. 「우이독경(牛耳讀經)」에서 화자는 “쇠귀라/ 잘 듣지 못하는” 자신에게 뒤늦게 도착한 말들을 이야기한다. “사람으로 인해 행복했다”는 한마디가 “며칠 낮과 밤을 물어뜯어” 뼈대만 남기고 떠나가는 장면은, 이 시집 특유의 정서―사랑이든 상실이든 언제나 늦게, 가장 깊은 곳까지 가라앉은 뒤에야 이해된다는 것―를 압축해 보여준다.
‘나’라는 타인을 건너
2부 「‘나’라는 타인」에서 시인은 자기 자신을 낯선 존재로 응시한다. 이는 도피가 아니라 무너짐을 통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냉정한 자기 대면이다. 오래도록 카메라 뒤에 서서 대상과 거리를 두고 관찰해온 사진가의 훈련이, 여기서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피사체처럼 놓고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셔터를 누르던 손이 이번에는 자신을 향하고, 오래 외면해온 얼굴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마주한다. 그렇게 들여다본 ‘나’는 더 이상 익숙한 존재가 아니라, 낯설고도 오래 알고 지낸 타인이다.
세계로 열리는 마지막 걸음
시집은 개인의 고독에만 머물지 않는다. 4부에 실린 연작 「어머니, 나는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전쟁을 지켜보며 쓴 시로, “검은 수의(壽衣)를 입은 자식들”과 “화마를 피한 목련 한 그루”라는 이미지를 통해 개인의 붕괴가 결국 타인의 고통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간 시선이 마침내 세상을 향해 열리는 지점이다.
『늦게 도착하는 것은 가장 깊은 곳에 눕는다』는 무너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집이다. 제목 그대로, 가장 낮고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본 자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로, 이어시 시인은 자신을 처음으로 끌어안은 기록을 세상에 내놓는다.
작가의 말
“어느 날, 허공에 멈춰 버린 돌멩이 하나를 바라보다 내가 단단하다고 믿었던 세계에 이미 균열이 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은 낯설게 다가왔고,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들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길 위에 오랜 발걸음을 내놓았습니다.
땅울림조차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도 나는 오직 내 몸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멀미를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들떠 흔들리고 있는 그 낯선 부유(浮遊)의 시간을 시로 기록했습니다.
울면서도 울지 않았고, 웃으면서도 웃지 못했습니다. 삶이 건네는 멀미를 견디며, 흔들리는 나 자신과 흔들리는 세계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내가 시를 쓰는 이유도 그 흔들림을 이제 삶의 형식으로 받아들이고자 하기 위함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시집 1권 《꽃은 날기 위해 핀다》와 2권 《늦게 도착하는 것은 가장 깊은 곳에 눕는다)는 그렇게 흔들리며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서 마주한 마음의 조각들을 담았습니다.”
어느 날, 무심코 던진 돌이 허공에 박힌 채 떨어지지 않았다.
아주 작은 정지였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내가 믿고 있던 견고한 세계는 흔들렸다.
공간은 빈틈없이 차 있는데 사물들은 오히려 텅 비어 있었고, 당연했던 일상은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그곳을 피해 떠났다. 돌아보니 꽤 긴 시간이었고, 먼 길이었다.
그런데 그곳만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 그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공중에 박힌 돌에 대해,
하늘에 생긴 균열에 대해, 금이 간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세계에 대해 말했다.
사람들은 무심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땅울림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세계는 계속 흔들렸다.
발밑은 가만히 있는데 몸속 어딘가가 흔들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멀미가 찾아와 나는 수없이 속을 게워냈다.
하늘의 균열은 닫히지 않았다.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허공에 박힌 돌도 여전히 떨어질 줄 모른다.
세계는 여전히 낯설다.
나는 울었지만 울지 않는다. 나는 웃었지만 웃지 않는다. 나는 분노했지만 분노하지 않는다.
다만,
멀미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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