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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402648
ISBN
9791175911352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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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9-30
페이지, 크기, 무게 252쪽, 130*210mm, 389g
목차
권 제 일
권 제 이
권 제 삼
권 제 사
권 제 오
권 제 육
권 제 칠
권 제 팔
권 제 구
권 제 십
권 제 십일
권 제 십이
권 제 십삼
권 제 십사
권 제 십오
권 제 십육
권 제 십칠
권 제 십팔
권 제 십구
권 제 이십
권 제 이십일
권 최종
권 후록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서귤
소설을 짓고 에세이를 쓰고 만화를 그린다. 첫 장편소설 《디 아이돌》로 2021년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 《급발진》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조선 최고의 여장부를 찾아라!
명성황후의 호위 궁녀가 될 수 있는 건 단 한 명

《디 아이돌》 《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으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압도적인 입담을 선보여온 서귤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채달금전》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열강의 침략과 개화의 물결로 혼란스러운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위협으로부터 명성황후를 지키기 위해 호위 궁녀 선발전이 열린다. 구척장신에 왈패 수십 명을 때려눕힌 여중호걸 ‘고대수’, 낭창한 몸매에 곱디고운 기생 출신 검무의 달인 ‘조삼덕’, 남편 잡아먹은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죽인 착호부인 ‘김응점’까지, 조선 팔도에서 내로라하는 여인들이 몰려든다.
그 틈에서 첫 번째 관문을 꼴찌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자그마한 계집애가 있으니, 인파에 휩쓸려 정신없이 모가지만 돌려대는 낭랑 십육 세 ‘채달금’. 힘도 없고 빽도 없는 달금에게도 구르는 재주가 있었으니, 입만 열었다 하면 매를 버는 세 치 혀와 살 궁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내는 잔머리!
남자로 태어났다면 천하를 호령했을 여인들만 모였다는 조선 최강 여인 선발전. 잔꾀와 무예, 우정과 배신이 뒤엉킨 세계에서 호위 궁녀의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조선을 뒤집어엎고 마침내 지켜내는 용맹한 여인들의 진짜 승부가 펼쳐진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입담, 거침없이 내달리는 문장
랩처럼 휘몰아치고, 활극처럼 질주하는 판소리 소설의 신기원
잔꾀와 눈물과 육두문자로 써 내려간 유쾌 발랄 여걸 활극의 탄생!

《채달금전》은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바탕 여걸 활극이다. 가마니 경주, 상궁 쟁탈전, 뒤주 탈출 등 목숨을 건 선발전을 거치며 채달금은 검무의 달인 조삼덕, 호랑이 사냥꾼 김응점, 《수호전》 속 여장수를 빼닮은 고대수 등 강력한 적수들과 부딪치고 얽힌다. 여기에 명성황후, 흥선대원군, 김옥균, 서재필 등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정교하게 교차하며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질주한다. 역사의 격랑을 가로지르는 채달금의 파란만장한 삶은 실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정통 역사소설의 문법에 얌전히 머물지 않는다.
《채달금전》의 가장 큰 특징은 판소리 사설체를 현대소설의 언어로 다시 호흡하게 하는 독보적인 문체에 있다. 판소리 특유의 과장과 해학, 장광설과 추임새를 오늘의 언어와 리듬으로 되살려낸다. 4음보 리듬의 반복구와 과장된 열거법,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화자의 개입은 물론, 랩처럼 쏟아지는 음악적 리듬감과 걸쭉한 입담, 언어유희와 만담식 개그가 작품 전체를 가득 채운다. 농담과 말장난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진지한 순간에도 불쑥 웃음이 터진다. 소리꾼의 입에서 흘러나오듯 정신없이 쏟아지고 튀어나오고 휘몰아치는 문장들에 독자는 글을 읽는 동시에 이야기를 ‘듣는’ 듯한 감각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판소리의 입담, 랩의 리듬, 활극의 에너지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채달금전》을 통해 300년을 이어온 판소리 사설이 21세기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힘도 없고 빽도 없고 쥐뿔도 없다.
그런데 왜 이기는 건 항상 쥐방울만 한 저년이냐?”
오늘의 독자가 기억할 새로운 여걸의 이름, 채달금

《채달금전》은 역사 속에서 쉽게 이름을 남기지 못했던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워 한국문학의 새로운 주인공을 탄생시킨다. 조선 팔도에서 모여든 여장부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나 딸, 궁녀나 주변 인물로 머물지 않는다. 칼을 들고 싸우고, 목숨을 걸고 서로를 구하며 역사의 한가운데를 통과한다.
채달금은 전형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압도적인 힘도, 명문가의 배경도, 세상을 바꿀 거창한 명분도 없다. 대신 어떻게든 살아남는 법을 안다. 먼지를 뿌리고, 거짓말을 하고, 때로는 도망친다. 힘으로 안 되면 잔머리로, 잔머리로 안 되면 기어코 칼을 뽑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끝에 달금이 품게 되는 것은 자신만의 욕망이 아니다. ‘홍길동’이 조선의 영웅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면, ‘채달금’은 오늘의 독자가 기억할 새로운 여걸의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채달금전》은 유쾌하고 떠들썩한 활극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우정과 상실, 그리고 살아남은 자가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방식이 흐른다. 한바탕 웃고 떠들며 내달리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러 조용히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유다.
“오라고, 뛰어들라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세계로, 어서.”
흙 날리고 피 터지고, 주먹이 왔다 갔다, 칼날이 번쩍이는 가운데, 독자는 어느새 조선 한복판으로 단숨에 끌려 들어간다. 한번 이야기에 뛰어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책 속에서

은금보패 기다리니 그 아니 기쁠쏘냐. 어기여라 꾸러미야 나오너라 온갖 보물. 어기여라 꾸러미야 쏟아져라 억만금아. 번들번들 대감 얼굴 미소 가득 광대 폭발.
폭발.
폭.
발.
콰콰콰콰쾅!
무너진다 무너진다 대들보가 무너진다. 찢어진다 찢어진다 사지육신 찢어진다. 날아간다 날아간다 오장육부 날아간다. 사람인가 숯덩인가, 알고 보니 민승호다. 사람인가 쑥떡인가, 알고 보니 그의 아들. 스님이 준 보화 꾸러미가 알고 보니 폭탄이었다. 바삭바삭한 살점들이 우박처럼 휘날리고, 튀어나온 내장들이 노릇노릇 익어가네. (9쪽)

“반푼이? 지금 반푼이라고 했어?”
“반의 반푼이라고 해주리?”
“오생강.”
고대수가 진정하라는 뜻으로 호명하자 돼지코가 콧구멍을 샐룩였다. 꼴에 이름은 멀쩡하다. 화를 누르지 못한 채달금이 씩씩대며 좌중에게 쏘아대길,
“너희들이야말로 반의 반의 반의 반푼이들이다.”
가만히 있다가 십육 분의 일푼이가 된 동료 여인네들은 눈알만 뒤룩뒤룩,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를 아예 모르는 거지?”
오생강이 버럭 대꾸했다.
“그걸 누가 몰라? 상궁마마를 많이 데리고 있으면 되지.”
“흥, 머저리.” (33~34쪽)

돌연 별나라처럼 찬란한 세상에 떨어진 채달금이 멍하니 따들싹한 쪽을 바라봤다. 연못 중앙에 자리한 아리따운 정자에서 한 여인이 파안대소 중이었다. 작약같이 화려하고 매화처럼 가녀린 그이는 감히 값을 매기기 힘든 보화에 둘러싸여 반짝반짝 빛이 났다.
윗입술로 줄줄 흘러드는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들을 꿀떡꿀떡 삼키며 채달금은 생각했다.
조선 최고의 권력이 저기에 있다.
왕비다. (94~95쪽)

문득 어떤 예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인즉. 굶주린 야생마 같은 여인의 직관. 여길 넘어가면 이제 돌이킬 수 없으리라. 그 너머에 무엇이 있든 간에. 과연 저 여자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이 길을 다시 제 발로 걸어 돌아올 수나 있을까. 왜 따라 나왔지.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일대일로 붙으면 승산이 얼마나 될까. 아까 무예 훈련장에서는 왜 날 도와줬지. 원하는 게 대체 뭘까……. 한참을 코딱지만 한 두뇌를 혹사시키고 있자니 성벽 너머에 있던 고대수가 다시 개구멍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건한 눈썹과 맑은 눈이 채근했다. 오라고, 뛰어들라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세계로, 어서. 이에 채달금이 충동적으로 발을 들어 올렸다. (103쪽)

‘나도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고대수는 그날 남몰래 담벼락에 기대어 눈물을 훔쳤노라.
‘괴물이 아니고 똑같은 사람이다.’
거대해서 흉측하다고 했다. 유별나서 불길하다고 했다. 갖은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입 한번 뻐끔하지 못했던 어린 자신을 생각하며 고대수는 양팔로 스스로를 포옥 감싸안았노라. (112쪽)

“이것 보시오. 그때 화살이 스치는 바람에 돌아간 가르마가 아직도 그대로라오.”
이에 고대수가 이마빡을 아프지 않게 때리며,
“사이좋게 지내보지 왜.”
하니 채달금 정색하며,
“백정 년이랑 사이좋게 지낼 까닭이 뭐가 있답니까?”
“못 지낼 까닭은 뭐가 있는데.”
“세상천지에 백정이랑 동무하는 머저리도 있는지.”
“그럼 달금이는 내가 백정이었으면 동무 안 했겠네.”
“애초에 백정이 아닌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나도 부모가 백정이면 백정으로 살았겠지.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해서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에 채달금이 말을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한 채 입맛만 다시자 고대수가 다시금 웃으며,
“똑같은 사람이다. 함부로 하대하지 마라.” (126쪽)

“그럼 백정도 임금이 될 수 있습니까?”
오호라, 망극한지고.
철부지 애송이의 불충한 질문에 김옥균의 화살촉 같은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구나. 눈을 굴려 주변에 듣는 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곤, 소리 죽여 대답하는 어투가 은밀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권리는 다 같지만 지위는 세상이 매긴 것이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그래서 안 된다는 말입니까?”
“두 가지가 서로 다르다는 의미란다.”
“그래서 된다는 말입니까?” (128쪽)

“덩치가 크지만 느린 사람을 만나면 다리를 공격하라. 덩치도 비슷하고 빠르기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마디를 노려라.”
“옳지.”
“그럼 덩치가 큰 데다가 빠르기까지 한 사람을 만나면 어찌해야 하오?”
고대수는 즉시 대답했다.
“도망쳐야지.”
어둑한 홍등 아래서는 그놈이 이년 같고 이년이 그놈 같아 분간이 쉽지 않았다. 한참 눈알을 굴리던 고대수가 마침내 구석에 있는 채달금을 발견하고 생각하길,
‘자. 이제 어떻게 할 셈이지? 도망칠 테냐, 버틸 테냐?’
남에게 털어놓을 만한 얘기는 아니지만, 고대수는 지금 진정으로 즐거웠다. (177~178쪽)

“쥐새끼 같은 게 가지가지 하는구나.”
그러면서 짐짝 치우듯 왕비를 뒤로 밀며 일어나는데, 오른손에 있던 검을 왼손으로 바꿔 쥐었다.
채달금의 호박씨 같은 눈이 양껏 커진 채로 일렁였다.
왼손잡이? 그런데 여태 오른손을 쓴 거야?
헛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온다.
“내가 가지가지면 너는 가지가지 할아버지다.”
개봉박두. 가지가지 가문의 조손 대결이라. (208쪽)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늘로 솟았는가, 땅으로 꺼졌는가. 만수산 드렁칡을 뒤져보면 나올까, 백골이 진토 되면 가루 되어 나올까. 도무지 오리무중. 아무리 헤매어도 만날 길 없네.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 어디 하나뿐이랴. 단정하게 빛나던 고대수의 이마, 고집이 그득하던 김옥균의 아래턱, 오생강의 볼품없는 돼지코와 마귀처럼 웃던 왕비마마의 입술 또한, 이제 어디서도 보지 못하는 신기루로다.
젊음은 서리 맞은 국화처럼 시들고 시절은 북풍 맞은 구름처럼 흐르네.
아아, 인생은 한낱 꿈결이어라. 고단하고 찬란한 꿈결이어라. (249~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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