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통일왕국
1. 선왕조에서 초기왕조로
2. 헬리오폴리스, 창세 신화
3. 혼돈의 물에서 현현한 질서
4. 왕, 질서를 지키는 존재
2장 필멸의 왕, 불멸의 왕권
1. 아비도스, 왕들이 잠든 땅
2. 오시리스의 죽음과 이시스의 수색
3. 호루스의 즉위, 왕권의 계승
4. 오시리스는 의미, 아누비스는 절차
5. 반복된 장례가 만드는 규칙
3장 마스타바에서 피라미드로
1. 왕묘 곁에 묻힌 배
2. 마스타바,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집
3. 조세르, 무덤을 돌로 세우다
4. 스네프루, 실패와 극복
5. 쿠푸, 궁극의 피라미드
6. 기자,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4장 죽은 자의 도시, 산 자의 경제
1. 네크로버스, 죽은 자들의 세계
2. 네크로폴리스, 죽은 자들의 도시
3. 네크로이코노미, 저승이 부양하는 이승
4. 모두의 사후 세계
5. 신화가 문명이 되는 순간
2부 카데시 전투
프롤로그
1장 무너진 마아트
1. 나일 안의 마아트
2. 힉소스 충격
3. 테베 신학, 마아트 확장
2장 제국으로
1. 국경 밖으로, 아흐모세 1세부터 투트모세 1세까지
2. 교역과 정복, 하트셉수트와 투트모세 3세
3. 브론즈 벨트, 후기 청동기 세계의 플랫폼
3장 제국의 균열과 히타이트의 부상
1. 너무 먼 제국
2. 아마르나의 균열, 제국의 재편
3. 진격의 히타이트
4장 카데시로 가는 길
1. 군인 왕조, 호렘헤브에서 람세스 2세까지
2. 카데시 전투
3. 전쟁 이후
에필로그: 새로운 세계 질서
3부 트로이 전쟁
1장 제우스의 바다
1. 제우스, 신이 된 해상연맹의 왕
2. 유로파와 카드모스, 서진하는 문명
3. 울루부룬 난파선과 에게해 경제
2장 신화와 전쟁 설계: 황금사과와 아르고호
1. 카데시 이후, 대공황
2. 황금사과, 제우스 책략 혹은 플랜
3. 아르고호와 황금양털, 다르다넬스-흑해 항로
3장 트로이 전쟁
1. 트로이의 대응
2. 헬렌
3. 전투와 승패
4장 문명 붕괴
1. 패잔병과 난민, 바다 민족
2. 원문명의 멸종, 진문명의 잉태
3. 제국의 청동, 난민의 철
4. 아이네이아스, 로마를 낳은 난민
에필로그: 새로운 출발
참고문헌
저자소개
저자 : 홍준희
가천대학교 IT융합대학 스마트시티학과 교수. 가천중앙도서관장을 지냈고, 녹색성장위원회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에너지와 기술, 도시를 아우르는 정책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15년 넘게 ‘기술과 세계사 전환’, ‘도시와 문명’을 강의하며 문명의 전환을 인간이 만들어낸 ‘의미 체계’의 변화로 읽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신화를 단순한 종교나 이야기가 아닌 세계를 이해하고 질서를 정당화하며 사회를 조직하는 가장 오래된 사고의 틀로 해석하고자 했다. 『신화와 문명』은 그러한 사유의 연장선에서 쓴 책이다. 저자는 신화가 권력을 정당화하고 사람과 자원을 결집해 기술과 도시, 경제시스템으로 확장해가며 문명을 떠받쳐온 메커니즘을 추적한다. 나아가 신화의 상징과 서사에 담긴 의미를 되짚음으로써 오늘의 제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고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믿는 현대의 상식 또한 또 하나의 신화 위에 서 있음을 성찰하게 한다.
출판사 서평
세계는 어떻게 지속되는가, 질서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고대 이집트에서 왕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었다. 왕권의 계승과 국가 질서의 지속이 걸린 중차대한 사건이었다. 이집트 신화는 오시리스의 죽음과 호루스의 즉위, 아누비스의 장례 절차를 통해 왕권과 질서가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러한 믿음이 의례가 되었고 의례는 국가가 관리해야 할 인력과 물자, 공간과 기술을 요구했다. 신화는 그렇게 현실의 제도 속으로 들어왔다.
피라미드는 흔히 고대 이집트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상징하는 유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거대한 돌을 쌓는 기술만으로 피라미드가 세워진 것은 아니다. 왕의 영생과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목재와 석재, 장인과 노동력, 식량과 선박을 하나의 목적 아래 모으도록 했다. 피라미드 건설은 단순한 건축 공사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역량을 시험하고 발전시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되었다. 돌을 채석하고 운반하기 위해 수운 체계를 운영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작업조로 편성하며, 곡물과 도구를 배분하고, 기록과 보고 체계를 관리해야 했다. 피라미드는 국가의 힘을 보여주는 기념물인 동시에 국가의 행정력과 기술, 물류와 조직 능력을 성장시키는 훈련장이었다.
람세스 2세와 카데시 전투의 신화
2부는 이집트가 피라미드 시대를 지나 제국의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카데시 전투를 중심으로 추적한다. 나일강을 중심으로 완성된 질서였던 마아트는 외부 세계와의 충돌 속에서 점차 제국의 이념으로 확장된다. 힉소스의 충격과 신왕국의 등장, 교역과 정복, 후기 청동기 시대의 국제 질서와 브론즈 벨트가 배경을 이룬다. 기원전 1274년경, 이집트의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의 무와탈리가 카데시에서 맞선다. 저자는 카데시 전투를 단순한 고대 전쟁으로 다루지 않고 여러 왕국과 전사집단이 얽힌 후기 청동기 세계의 거대한 충돌이자, 두 제국이 자원과 통행로, 세력권을 두고 벌인 패권 전쟁으로 읽는다.
람세스 2세는 카데시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집트로 돌아온 뒤 전투를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신전 벽화와 부조에서 람세스 2세의 전장의 위기는 파라오의 영웅적 승리로 다시 구성되었다. 실제 전쟁의 결과와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은 달랐다. 카데시는 히타이트가 지켰지만, 승리의 신화는 람세스가 차지했다. 결국 두 제국은 약 16년 뒤 조약을 맺으며 서로의 세력권을 인정한다. 이 책은 이 과정을 통해 신화가 단지 전쟁을 시작하게 하는 힘만이 아니라, 전쟁의 기억과 권력의 정당성을 새롭게 만드는 정치적 언어였음을 보여준다.
트로이 전쟁은 황금사과와 여자 이야기가 아니다
3부는 동부 지중해의 청동기 세계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과 그 경계에서 등장한 트로이 전쟁을 다룬다. 흔히 트로이 전쟁은 황금사과와 아름다운 여인 헬렌, 패리스와 전장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화와 문명』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그리스의 여러 왕국과 영웅들은 하나의 깃발 아래 모였는가? 왜 트로이는 그토록 중요한 장소였는가? 그리고 이 전쟁은 어떤 세계의 끝과 시작을 의미했는가?
이 책에서 트로이 전쟁은 우리가 문학작품과 영화를 통해 알고 있는 사과와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에게해와 다르다넬스, 그리고 흑해로 이어지는 항로가 결정적이며, 여러 지역의 왕국과 도시가 자원과 기술, 사람을 연결하던 후기 청동기 세계의 경쟁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황금사과는 여러 세력을 하나의 맹세로 묶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아르고호는 여러 지역의 기술과 인력을 결합한 공동의 프로젝트로 읽힌다. 신화 속 영웅들의 명단도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사업에 참여한 세력들의 기억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 척의 배로 시작된 모험은 여러 왕국이 참여하는 함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결국 트로이를 둘러싼 경쟁은 개별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항로와 자원, 세력권을 둘러싼 국제 질서의 문제로 확대된다. 저자는 트로이 전쟁을 통해 청동기 세계의 붕괴와 철의 시대의 탄생, 신들의 질서에서 새로운 인간의 세계로 넘어가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을 추적한다.
우리는 정말 신화의 시대를 떠났는가?
신화는 사람들을 협력하게 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전쟁과 정복, 배제와 희생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 피라미드를 세운 신화는 기술과 국가를 성장시켰지만, 제국의 신화는 외부 세계를 복종시켜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항로를 여는 신화는 사람들을 연결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을 전쟁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신화 위에 서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개인이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없는 거대한 지식과 신뢰의 체계 위에서 살아간다. 자연법칙과 데이터, 시장과 국가, 진보와 기술에 대한 믿음 역시 세계를 하나의 의미 있는 질서로 묶어준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신화가 아닌가. 인간은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실을 해석하고 연결하며 공동의 목적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움직인다.
『신화와 문명』은 우리가 오래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신화를 통해 인간이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며 때로는 파괴해온 방식을 새롭게 보여준다. 신화와 역사, 고고학과 정치, 기술과 경제를 넘나들며 문명의 작동 원리를 추적하는 이 책은 고대 세계를 이해하는 지도인 동시에, 오늘날 우리를 움직이는 신화는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새로운 문명사다.
책 속에서
“나는 공학을 공부해 온 사람이다. 피라미드를 보면 먼저 돌의 개수와 무게를 헤아리고, 채석과 운송에 필요한 노동과 시간을 계산한다. 전쟁을 볼 때는 병사의 용맹보다 말과 전차, 군량과 이동 거리, 정보와 지휘체계를 먼저 살핀다. 한 척의 배를 보아도 선체의 길이와 적재량, 돛과 노의 추진력, 항로와 보급 거점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계산을 끝내고 나면 언제나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았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많은 자원과 시간을 그 일에 투입했는가. 왜 죽은 왕을 위해 그렇게 큰 돌산을 세웠으며, 왜 수천 리 밖의 성채를 향해 군대를 보냈는가. 왜 수많은 왕국이 한 여인의 이름 아래 배와 병사를 모아 출정했는가.”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이집트 신화는 하나의 경전으로 고정된 종교가 아니었다. 멤피스와 헤르모폴리스에도 서로 다른 창세 전통이 있었고, 시대에 따라 신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그러므로 헬리오폴리스 신학을 이집트 전체가 처음부터 똑같이 믿었던 유일한 창세 신화로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전통이 고왕국의 왕권과 결합하여, 여러 지역을 하나의 질서 안에 놓는 강력한 틀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신화가 국가가 되는 방식이다. - 28쪽
대피라미드는 불확실한 건축 실험을 넘어선 거대한 산업 창출 프로젝트였다. 채석장과 나일강의 수로, 육상 운반로와 기자의 건설 현장이 하나의 공정으로 연결되었다. 오늘날의 표현을 빌리면 채석장은 생산 거점이었고, 나일강은 물류망이었으며, 기자 고원은 수많은 작업조가 분업하는 거대한 건설 현장이었다. 자재는 공사 일정에 맞추어 공급되어야 했고, 노동자와 기술자에게는 식량과 맥주, 도구와 숙소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했다. - 56쪽
메소포타미아의 신전이 살아 있는 도시의 거래를 조직했다면, 이집트는 저승의 도시를 발명해 죽은 자까지 경제의 소비자로 편입했다. 그리고 수요의 시간을 한 세대에서 영원으로 늘렸다. 죽은 파라오가 살 네크로폴리스를 만드는 동안 산 자들은 일자리를 얻었고, 기술을 익혔으며, 국가는 더 정교해졌다.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자 이집트 경제가 순환한 궤적이었다. 죽은 자의 영생이 산 자의 문명을 부양했다. - 73쪽
고왕국의 피라미드가 한 왕의 영원함을 완결된 형상에 담았다면, 신왕국의 카르나크는 왕권이 이어지고 제국이 넓어질 때마다 함께 자라나는 신전이었다. 세대를 이어갔던 파라오들은 필론이라 불리는 거대한 탑문과 뜰, 오벨리스크와 성소를 덧붙였고, 그 벽에는 원정과 전투의 장면, 복속된 땅과 도시의 이름, 포로와 조공·전리품을 새겼다. 카르나크는 제례 공간인 동시에 돌로 된 제국의 연대기이자 상징적 세계 지도였다. - 105쪽
브론즈 벨트의 남북축은 동부 나일 삼각주에서 시나이와 가자, 메기도와 다마스쿠스 방면을 지나 아무루와 오론테스강 유역으로 이어졌다. 동서축은 우가리트와 비블로스 같은 해안 항구에서 산맥 사이의 통로를 넘어 카데시와 북시리아에 닿았고, 그 너머 카르케미시와 유프라테스를 통해 메소포타미아로 이어졌다. 이 두 축이 교차하면서 가나안과 시리아는 이집트·에게해·아나톨리아·메소포타미아를 접속시키는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 135쪽
조약은 카데시에서 누가 승리했는지를 판정하지 않았다. 이집트는 신전 벽에서 람세스의 승리를 계속 선포했고, 히타이트는 카데시와 아무루를 이집트에 돌려주지 않았다. 람세스는 자신의 승전 서사를 철회하지 않았고, 하투실리도 히타이트가 지배한 영토를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두 제국은 서로 다른 전리품을 지켰다. 이집트는 승리의 기억을 보존했고, 히타이트는 승리의 영토를 보존했다. 어느 한쪽도 상대가 기억하는 과거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 과거를 다시 전쟁으로 판정하지 않기로 했다. - 183~184쪽
제우스의 수많은 결합은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끝없는 불륜과 납치의 이야기로 보인다. 실제로 그 전승에는 속임수와 강압이 적지 않다. 그 폭력을 낭만적인 사랑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다만 신화의 정치적 기능을 함께 보면, 제우스의 결합이 각 지역의 왕통과 신앙을 올림포스의 계보 안으로 편입하는 장치였음을 알 수 있다. - 196쪽
헬렌 사건은 세 가지 층위로 보아야 한다. 전쟁의 구조적 원인은 흑해로 가는 항로와 부양 자원, 트로이의 중개권과 에게해 세력의 직항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전쟁의 도화선은 협상을 위해 스파르타를 방문한 패리스가 헬렌과 왕실 재산을 가지고 돌아간 사건이었다. 전쟁의 개전 명분은 환대의 파괴, 왕비와 재산의 반환 요구, 틴다레오스의 맹세와 트로이의 거부였다. 헬렌은 전쟁을 일으킨 여자가 아니었다. 이미 축적된 갈등을 정의로운 공동전쟁으로 바꾼 명분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 249~250쪽
후기 청동기의 붕괴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았다. 기후변동과 흉작이 왕궁을 약화시키고, 내분과 전쟁이 군사비를 늘렸으며, 교역로의 불안이 물자의 가격과 운송비를 끌어올렸다. 왕궁이 배급을 줄이면 병사와 주민의 불만이 커졌고, 지방 세력과 용병은 이탈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상태에서 해상 약탈이 늘어나면서 교역망이 더욱 위태로워졌다. 상인은 배를 덜 띄웠고, 항구의 수입은 줄었다. 왕궁은 함대와 주둔군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으며, 방어가 약해진 항구는 더 쉬운 공격대상이 되었다. 공격받아 무너진 도시에서 다시 난민과 패잔병이 쏟아져 나왔다. - 268~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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