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이 우리를 흔들 때
파도보다 무서운 것
90퍼센트를 뒤집은 10퍼센트
서로를 위한 두 개의 시한부 비밀
병명을 찾기까지
버려진 상패와 남겨진 사랑
마음에 새겨진 자전거 길
상처 입은 치유자
모진 어둠을 버틴 영혼일수록 더 눈부신 빛을 품는다
팔꿈치로 전해지는 신뢰
걱정 가위
2. 함께한다는 것
0.3초, 우주의 시계가 멈춘 시간
작은 기적들
연탄 수레를 끌어도 좋을 사랑
서른 번의 계절을 지나
어딜 가든 내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
맥주왕의 전설
고기 4종 세트
나의 소원 꼬마김밥
길을 잃어도 좋았던 어느 무덤가에서의 하루
막내아들이 최고다
3. 자신의 속도로 세상을 건너는 아이
폭력이 빼앗지 못한 것들
그러지 말았어야 합니다
조금 느리게 걷는 아이
오늘의 기도
평범함을 부러워하던 날들
누군가에게는 기적이었을 오늘
진짜를 찾아서
빗길을 뚫고 만난 기적
음치 부자
혁준이의 새 이름
정작 당사자인 혁준이를 인터뷰해봄
4. 다시, 빛을 향해
나의 영원한 우상, 성룡
댄스 머신
그리움 가득한 마을, 시실리 2km
나를 믿어준 사람들
못난 나를 마주하는 일
하이, 하비에르 바르뎀
지도를 잃고 비로소 북극성을 보다
가장 값진 출연료
안톤 시거의 껍데기를 쓴 다니엘
나의 수호천사
너무 빨라진 세상에서, 사라진 것들을 향하여
책을 마치며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권오중
배우이자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 드라마와 영화, 시트콤과 예능을 오가며 대중에게 웃음을 주었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다정한 아빠이자 남편으로 살아간다.
아들 혁준이 또래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오랜 시간 병의 원인을 찾아 헤맸고,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희귀질환임을 알게 되었다. 아들을 낫게 하기 위해 수많은 치료법을 찾아다닌 시간은 삶과 가족, 신앙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바꾸어놓았다.
오랫동안 장애인 시설에서 목욕 봉사 등을 하며, 연예인 권오중이 아닌 누군가를 씻기고 부축하는 삶을 지향했다. 국내외 여러 봉사 현장을 찾았고, 아픈 아이들을 만났으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자 했다. 누군가를 도왔다고 생각했던 시간 속에서 거꾸로 자신이 살아갈 힘을 얻었다.
홍익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더 전문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 서평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바라온 기적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배우 권오중의 첫 에세이
아무리 유쾌해 보이는 사람도 자신만의 깊은 우물이 있다. 누구보다 웃음과 어울리는, 언제나 유쾌하고 거침없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배우 권오중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들 혁준의 희귀질환, 오랜 봉사와 신앙, 준비되지 않은 남편으로서의 시간과 부족한 배우로 살아온 날들. 한 문장으로 규정하긴 어렵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 오래 사유하고 성찰해 나가며, 천천히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한 사람의 고백이다.
권오중의 아들 혁준은 어린 시절부터 또래와 조금 달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졌고, 가족은 병명도 모른 채 긴 시간을 헤매야 했다. 수많은 병원과 여러 치료 센터의 문을 두드리며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찾으려 했으나, 그럴수록 아들의 몸과 마음에 생채기만 더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 맞닥뜨린 것은, 세상에 알려진 사례조차 드문 희귀질환이라는 사실이었다. 치료법도, 참고할 임상 자료도 없어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막막함 속에서 조금씩 나빠지는 아들의 몸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 시간은 권오중의 삶도 바꿔놓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했고, 어느 순간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마저 내려놓게 했다. 베푸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정작 위로받고 치유받은 사람은 자신이었다. 볼품없는 명예에 취해 있던 오만함, 자식을 담보로 하늘과 거래하려 했던 비겁함도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의 아픔을 없애달라고 매달리던 시간은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바뀌어갔다.
책에는 그 변화의 과정과 함께 한 가족이 지나온 시간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철없는 남편을 묵묵히 견뎌온 아내, 자신의 속도로 세상을 건너온 아들 혁준, 배우로서 누린 기쁨과 일이 뜸해지며 찾아온 공허, 술과 방종, 실패와 좌절까지. 권오중은 자신의 삶을 아름답거나 극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때로는 못나고 부끄러운 모습까지 그대로 꺼내놓는다. 그렇게 자신의 가장 아픈 곳까지 내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과 비슷하게 저마다의 어둠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련이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온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그 믿음이 이 책을 쓰게 했다.
당신을 소중한 존재 앞에 다시 앉히는 책
“인생은 여전히 빠르고, 세월은 야속하게 흐른다. 그래도 조바심 내지 않으려 한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내 두 발로 천천히,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손을 잡고 우리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려 한다.”
긴 시간을 지나 혁준은 이제 ‘권오중의 아들’이 아닌 ‘권혁준 작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권오중 역시 더 이상 ‘완치’만을 바라보느라 오늘을 놓치지 않는다. 혁준은 혼자 버스를 타고 화실에 가 그림을 그리고, 부부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평범한 오후. 그러나 그의 가족에게는 참 먼 길을 돌아서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었던 하루다.
이 책은 아픔을 지나 모든 것을 극복하고 초월했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법, 아픔을 안고도 다시 살아가는 법을 뒤늦게 배운 한 사람의 고백이다.
“돌아보면 내 뜻대로, 내 계산대로 이루어진 일은 거의 없었다. 성공이라는 지도를 들고 밤낮없이 달렸지만, 삶의 모래 폭풍은 번번이 그 지도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곳은 저 멀리 빛나는 무대 위가 아니라, 오래도록 내 곁을 지켜준 사람들의 체온 속에 있었다.”
어떤 질문에는 끝내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아무리 애써도 바꿀 수 없는 현실도 있다. 그러나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이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권오중에게 아픔은 삶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다시 묻게 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기적은 특별한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끼를 먹는 일, 함께 걷는 일, 기다리는 일,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살아내는 일.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치는 평범한 순간들 속에 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막막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마음 아파해본 사람, 가족을 지키느라 자신의 마음을 오래 뒤로 미뤄온 사람, 그리고 지금 조금 긴 어둠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내가 써놓은 글 앞에서조차 면구스러웠다. 그래도 나와 비슷하게 저마다의 어둠 속에서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분들에게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당신이 오늘 홀로 감내한 시련은 결코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아픔이 나를 파괴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가장 정직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부디 이 고백들이 긴 어둠을 지나고 있을 당신에게, 끝내 앞으로 나아갈 작은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9쪽, 「책을 시작하며」 중에서
그리고 아침마다 반복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눈을 뜨면 먼저 조용히 혁준이 방으로 가서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고, 잠든 아이 곁에 쭈그려 앉았다. 이불 밖으로 삐죽 나온 아이의 발등 위로 아침 햇살이 내려앉아도, 나는 기어이 아이의 코끝에 귀를 갖다 대었다. 작은 콧구멍에서 나오는 미지근한 숨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비로소 나도 첫 숨을 쉴 수 있었다. 숨을 쉬고 있구나. 오늘도 내 곁에 있구나. 아들의 숨소리로 하루를 여는 아비의 아침이, 몇 년이고 이어졌다.
-27쪽, 「서로를 위한 두 개의 시한부 비밀」 중에서
어느 날, 왜 그렇게 우는 아이들을 쳐다보느냐고 물었다. 혁준이의 대답은 짧았다.
“아프면 빨리 병원에 데려다주고 싶어서. 위급하면 앰뷸런스라도 불러주고 싶어서.”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혁준이는 이 세상 누구보다 익숙하게 병원 복도를 걸어온 아이다. 앰뷸런스 소리에 가슴을 졸이고, 응급실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 수없이 많은 밤을 보냈던 아이다. 자신이 그 고통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름 모를 아이가 더 아프기 전에, 그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 전에 누군가 빨리 치료해주길 바랐던 것이다.
누구도 가르쳐준 적 없는 사랑이었다. 자기 몸에 새겨진 흉터들을 타인을 지키는 등불로 바꾸는 법을, 혁준이는 스스로 터득하고 있었다.
-58쪽, 「상처 입은 치유자」 중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배우로서의 화려한 박수갈채보다, 아들의 손아귀에서 전해지는 이 고요한 신뢰를 더 귀하게 여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가장 강한 사람은 가장 무거운 짐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약한 사람의 손을 가장 오래 잡아주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오늘도 나는 현관문을 나서며 팔을 내밀고, 혁준이와 함께 우리만의 느릿한 리듬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먼 훗날 혁준이가 자기 삶을 돌아볼 때, 이 아빠의 팔꿈치가 기억되기를. 부디 포근하고 단단하게 기억되기를.
-73쪽, 「팔꿈치로 전해지는 신뢰」 중에서
“어딜 가든 내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
아내가 신혼 초부터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화려한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남자,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19금 이야기 비틀어 하기를 즐기던 남자. 연애 경험도 적지 않았던 나에게 아내는 늘상 애원하듯 속삭였다.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자신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해 달라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아내와 집에 있을 때는 세상 무료한 사람처럼 축 늘어져 있다가도, 누군가와 약속만 잡히면 쌩하니 밖으로 나갔다. 문을 나서는 내 뒷모습에는 세상 누구보다 신이 난 철부지가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99쪽, 「어딜 가든 내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 중에서
그때는 정말 몰랐다. 우리 삼 형제는 모두 결혼해 분가했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내기 바빴다. 아버지는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도 늘 잠깐 인사만 나눈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주무셨다. 우리는 그저 술을 워낙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낮술 기운에 취해 잠을 청하시는 줄로만 알았다. 그것이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린 노년의 무기력이자,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한 깊은 우울의 신호였다는 것을, 아버지가 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 몇 개월뿐이었다.
-126쪽, 「막내아들이 최고다」 중에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너무나 쉽게, 그리고 버릇처럼 내뱉는 말들이 있다. 조금만 피곤해도, 조금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새벽부터 일어나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건 지옥 같아,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 거 너무 피곤해, 이 일은 정말 죽을 맛이야, 망했어, 죽겠어, 죽는 게 나아……. 우리는 자신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세상에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소원은, 우리가 지옥 같다고 말하는 바로 그 평범한 일상에 닿아 있다. 부모들의 간절한 기도는 단 하나뿐이다.
‘내 딸이, 내 아들이 출근길이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퇴근길에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하루를 한 번만이라도 살아봤으면……. 직장 상사 때문에 속상해하고, 프로젝트를 실패해 좌절하고,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려봤으면……. 그런 하루를 살아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160쪽, 「누군가에게는 기적이었을 오늘」 중에서
오늘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혹시 나도 이름뿐인 정상을 향해 달리느라, 정작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차가운 길목 어딘가에 홀로 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상이 진짜가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내어준 사랑이 진짜라면, 그 길은 이미 가장 아름다운 성지순례였으니까.
-175쪽, 「진짜를 찾아서」 중에서
여전히 나는 TV 속 누군가를 보며 질투를 느끼고 채널을 돌린다. 하지만 이제는 내 찌질함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나 지금 저 사람 너무 질투 나!”라고 소리 내어 말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질투는 살아 있다는 증거고, 아내의 잔소리는 내가 아직 쓸모 있는 배우라는 응원이다. 나는 여전히 다듬어지지 않았고 질투하지만, 성장이란 성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못난 괴물과 매일 민망하게 인사를 나누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의 못남과 마주한다.
-226쪽, 「못난 나를 마주하는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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