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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전지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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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188881
ISBN
9788936439675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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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4-12-03
페이지, 크기, 무게 300쪽, 128 * 188 * 26 mm, 300g
목차

말의 눈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맹점
언캐니 밸리
소리 소문 없이
뼈와 살
남은 아이

해설|전기화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전지영
2023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언캐니 밸리」로 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여기서는 말이야.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야.”
내면에서 고요하게 폭발하는 긴장과 불안의 하모니

작가는 선득한 긴장감이 흐르는 일상과 인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낱낱의 감정들을 세밀한 묘사로 그려내고 단숨에 상황을 뒤흔드는 극적인 전개로 깊은 몰입감을 자아낸다.

책의 맨 앞에 배치한 「말의 눈」은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 서아의 회복을 위해 낯선 섬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한 수연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섬에서의 생활 속에서 모녀는 조금씩 회복해가지만 수연이 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준 학부모 지희의 딸이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되고 해당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서아가 지목되면서 불안이 싹튼다. 태풍 북상이 예고된 어느 날, 수연의 집 지붕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고 천둥과 번개, 그리고 비바람까지 내리치면서 상황은 악화되어만 간다. 지붕을 수리하러 온 수리공은 “타운하우스가 다 이 모양이지. 우리들은요, 절대 이런 집 안 살아요. 멍청이들만 산단 말입니다”(29면)라는 말로 뭍에서 이주해 온 이들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수연은 비가 새는 지붕, 그리고 서아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증언자로 나서주기를 요구하는 지희가 촉발한 불안을 위태롭게 감당한다.

가해자가 된 아이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일상이 무너진 엄마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남은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는 부모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말의 눈」과 겹쳐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말의 눈」의 화자가 이제 막 회복되려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 「남은 아이」의 화자는 자신이 모르는 진실을 알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남들은 실체가 없다는 진실이 존재한다고 지겹도록 믿는 중이었고 그런 나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276면)라고 고백하면서도 그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일상의 붕괴를 예감하는 불안의 극단을 보여주는 「쥐」는 해군을 남편으로 둔 아내 윤진의 이야기다. 남편들의 위계가 아내들 사이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해군 관사 단지에서 윤진은 홀로 두 아이를 양육하며 힘겹게 생활해나간다. 어느 날 남편이 예정보다 이른 복귀를 했음에도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던 와중 윤진은 대령의 아내에게서 아파트에 쥐가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부대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어떻게 은폐되는지, 그리고 그 은폐에 가담하지 않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사라져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소설에서는 마지막까지 쥐가 등장하지 않는다. 쥐는 단지 소리나 기척으로만 그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기실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불안과 위협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언캐니 밸리」와 「소리 소문 없이」는 ‘청한동’이라는 가상의 부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저택’으로 상징되는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는 매일 그곳을 오가며 노동하는 사람들과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먼저 「언캐니 밸리」의 ‘나’는 택시 운전으로 밥벌이를 하는 크로키 화가다. 자신이 흠모해온 한 여성 승객이 염산 테러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전해 듣고 ‘나’는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저택의 노부인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지는 저택의 담벼락을 기어오르며 ‘나’는 진실의 실체에 다가서려 한다. 「소리 소문 없이」는 예술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나’가 청한동 저택에서 하숙을 하며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나’는 그곳에서 상주하며 가사일을 하는 아주머니와 자신을 구별하고 싶어하지만 저택에서 홈파티가 열리던 날 없는 사람처럼 있어달라는 집주인 교수의 부탁을 듣고 자신의 위치를 서늘하게 자각한다. 이렇듯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하는 은밀하고도 태연한 차별은 ‘타운하우스’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경계 밖으로 슬쩍 밀어내며 두려움과 수치심을 야기한다.

한편 갑작스러운 폭우로 아들을 잃은 부부가 서로에게 남은 앙금을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마침내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기미를 엿보게 하는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법망의 맹점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온 안과의가 자신의 삶 속에 드리워진 맹점을 직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맹점」, 후배가 가진 재능을 질투하여 한때 그를 모함했음에도 후배를 곁에 두며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예술가의 이야기 「뼈와 살」은 삶에 대한 탁월한 균형감각과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전지영만의 탄탄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이처럼 전지영은 좌고우면의 상황 속에서 인물이 겪는 갈등과 상처를 봉합해주기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왜곡된 인식과 편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깊이 묻어둔 묵은 감정의 단면이 드러나고, 의심과 불안으로 점철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달픔이 씁쓸하게 배어나기도 한다. 또한 매끈한 플롯이 돋보이는 사실적인 세계에 개성 넘치는 독특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끼워넣는 작가의 솜씨는 작품에 긴장감과 흡인력을 더하며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낸다.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남은 아이」의 화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보이는 바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만이 내게 부여된 단 하나의 진실임을”(278면) 끝내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이 깨달음은 삶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태도인 동시에 그 범속한 일상의 장면과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의 소설적 태도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숨겨진 일면을 보고자 저택의 담벼락을 힘겹게 오르는 인물의 미약한 몸짓은 이제 우리의 눈앞에 무엇을 펼쳐놓을 것인가. 탄탄한 문장력과 완성도 있는 서사 구조, 그리고 날카로운 지성과 사려 깊은 눈을 동시에 겸비한 전지영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주목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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