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애란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상(Prix de l’inapercu)’을 받았다.
그림 : 정수지
1988년 봄에 태어났습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 주는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좋아합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 문화일보, 코오롱 등 여러 기업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진실한 태도로 꾸준히 그리고 싶습니다.
주인공 ‘나’에게 어머니는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7면)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십여 년간 국숫집을 해 온 어머니는 항상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 칼로 썰고 가르고 다져 만든 음식들을 받아먹으며 ‘나’의 몸과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제 어른이 된 딸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어머니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칼에 손가락을 베는 것만큼이나 어떤 일들은 날카롭게 어머니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남의 말에는 일단 “그류.”라고 대답하고 보는 허술한 남편 때문에 실망하기도 하고, 음식에 항의하는 손님 때문에 괴로워도 했을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는 때로 “엄마는 자식보다 손님이 더 좋아?”(28면)라는 딸의 투정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 손에 칼을 쥔 채 그러한 삶의 마디마디를 꿋꿋이 건너갔다. 칼은 대개 날카롭고 두려운 것,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김애란 작가는 주인공 ‘나’의 기억을 빌려 칼에 새로운 상징성을 부여한다. 작품 안에서 칼은 어머니의 일상과 늘 함께하고, 다른 이들을 먹이고 기르고 살리는 생명의 원천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인생은 “내가 칼 볼 줄 안다.”(34면)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자부심으로 남아 딸의 기억 속에 깃든다.
함께 먹고 함께 잠들며
인생의 소중한 ‘자국’으로 남는 가족의 의미
어머니와의 이별은 ‘나’에게 갑작스레 닥쳐왔다. 어머니는 쓰러지기 직전에도 식당 ‘맛나당’의 주방에서 국수를 끓이고 있었다고 한다. 장례를 치르는 사이 ‘나’는 어머니가 머물던 ‘맛나당’에 들러 잠시 두 눈을 감고 지난날의 풍경을 떠올린다. 어둑한 부엌에서 희미한 빛줄기를 받고 서 있던 어머니의 옆모습, 자신을 놀리던 어머니의 짓궂은 장난, 엉엉 울다가 어머니 곁에서 잠들던 기억. ‘나’는 어릴 적 자신이 진정한 의미에서 배곯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자신의 허기를 채워 주던 어머니가 이제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나는 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본문 51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의 몸 안에는 어머니가 새겨 놓은 무수한 칼자국이 있음을 느끼고,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어머니가 일생을 통해 딸에게 전하고 간 것은 살아야겠다는 마음, 삶을 향한 뜨거운 긍정과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소설 『칼자국』은 좋든 싫든 함께 먹고 함께 잠들며 아름다운 문신 혹은 지울 수 없는 상처처럼 남는 가족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는, 가족은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칼자국』은 김애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지며 널리 사랑받아 온 작품이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로 다시 한번 소개하며, 청소년 독자들도 동시대의 좋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청소년들에게도 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만나는 이 소설이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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