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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는 근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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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03677
ISBN
9788937428753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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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5-05-30
페이지, 크기, 무게 188쪽, 135*205mm, 244g
책소개

능력만으로, 인정받는 세상이라 믿었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사랑에 빠진 파키스탄 청년, 9.11을 목격하다

파키스탄 출신의 0.01% 수재 청년 찬게즈는 우수한 성적으로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의 한 회사에 채용된다. ‘근본적인 것에 집중하라’라는 슬로건처럼 기업 가치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이 회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그는 ‘미국’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 부족함 없는 삶을 만끽한다. 또 아름답고 부유한 여성 에리카와 관계가 깊어지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맨해튼 최상류층의 삶을 상상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찬게즈는 텔레비전을 통해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본다. 충격에 빠진 동료들 사이에서 같이 괴로워하는 시늉을 하지만, 내심 그는 “누군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기묘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날 이후, 공항 입국장에서 쏟아지는 질문을 마주하며, 하루아침에 달라진 공기를 실감한다.

“미합중국에 온 목적이 뭐죠?”
“나는 여기 살아요.”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에요. 미합중국에 온 목적이 뭐냐고요?”
목차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7

옮긴이의 말 177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모신 하미드 Mohsin Hamid
1971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났다. 대학교수였던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고 9세 때 라호르로 돌아와 라호르 미국인 학교에서 공부했다.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18세 때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토니 모리슨과 조이스 캐럴 오츠라는 두 거장이 가르치는 창작 수업을 들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1993년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후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잠깐 일을 했으나 곧이어 하버드 대학교 법률전문대학원에서 기업법을 공부했고, 졸업한 후에는 뉴욕의 매킨시앤드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0년 첫 번째 소설 『나방 연기(Moth Smoke)』를 출간했다. 한 남자가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헤밍웨이상 후보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하미드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9·11을 배경으로 한 파키스탄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소설인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영화로 제작되어 2012년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신흥 아시아에서 부호가 되는 법(How to Get Filthy Rich in Rising Asia)』, 『서구로 가다(Exit West)』, 『마지막 백인(The Last White Man)』 등을 출간했고 이중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와 이민자의 삶을 다룬 『서구로 가다』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역자 : 왕은철
영문학자이자 번역가이며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문학평론가. 전북대학교 영문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유영번역상, 전숙희문학상,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상, 생명의 신비상,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번역가상, 전북대 학술상, 전북대 동문대상 등을 수상했다. 『애도예찬』, 『트라우마와 문학, 그 침묵의 소리들』, 『환대예찬』, 『타자의 정치학과 문학』, 『따뜻함을 찾아서』 등의 저서를 펴냈고 『추락』, 『피의 꽃잎들』, 『거짓의 날들』, 『연을 쫓는 아이』, 『집으로 날아가다』 등 오십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글모신 하미드
번역왕은철
출판사 서평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
《뉴욕 타임스》베스트셀러
부커상 최종 후보

명확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소설. -《뉴요커》
개인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이슈가 결합된 완성도 높은 이야기. 견고하고, 침착하고, 아름답다. -《북리스트》
현대 파키스탄을 엿볼 수 있는 드문 창이다. V. S. 나이폴과 살만 루슈디를 떠올리게 한다. -《시카고 트리뷴》

누가 진짜 근본주의자인가? 그는 왜 주저하는가?
-제목에 담긴 중의적인 의미

찬게즈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9.11 테러’ 이후, 인종과 피부색 때문에 어딜 가든 ‘이슬람 근본주의자(fundamentalist)’라고 의심받는다. 테러 이전에는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기분을 느꼈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이유 없이 욕설을 듣기 일쑤고 심각한 수준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뉴욕 한복판에 있는 그의 회사에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찬게즈는 자신에게 대놓고 질문하는 사람은 없지만 동료들과의 관계가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때 ‘주저한다(reluctant)’는 의미는 찬게즈 스스로 내키지 않음에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취급되고 어쩔 수 없이 떠밀리는 상황을 보여 준다.

한편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이 회사의 사훈은 ‘근본적인 것에 집중하라’. 이때 ‘근본’은 자본주의 원칙을 의미한다. 이들은 오로지 수익성만을 추구하면서 세계 여러 지역의 사업들을 ‘효율성’이라는 기준 아래 재편해 간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는 일들이 반복되지만 이것은 이 회사의 관심사가 아니다. 찬게즈는 미국의 자본주의의 핵심을 본뜬 듯한 회사의 철학에 동조하고, 성공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스템이 비윤리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그러니까 윤리적인 고민 없는 자본주의 역시 하나의 근본주의인 셈이다. 이때 그가 ‘주저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근본주의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과연 이것이 옳은가, 하고 의심하는 순간의 ‘위화감’을 드러낸다.

위태롭고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 혹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혹은 알레고리 소설

이 소설이 특별한 점은,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었을 민감한 정치 주제를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거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찬게즈의 사랑 이야기다. 모신 하미드는 정치적 주제와 사랑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 프린스턴에 진학해 이제 막 새로운 삶에 대한 꿈에 부푼 찬게즈에게 있어, 미국 여성 에리카는 아메리칸드림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찬게즈와 에리카의 사랑은 순탄하지 않다. 에리카에게는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 있고, 그 첫사랑은 에리카를 고립 속으로 몰고 간다.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연인에게 9.11은 위기로 다가온다. 위태롭고도 은밀한 사랑 이야기는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아찔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러브 스토리에 더해 이 소설은 또 하나, ‘스릴러’의 외피를 입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라호르의 옛 시가지, 한 파키스탄 청년과 미국인 남자가 식당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 미국인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그의 목소리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웨이터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태도, 안주머니 속에서 불룩 솟은, 마치 권총과도 흡사한 실루엣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키피”한 박쥐 무리까지, 어딘지 음울하고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작품 전반을 휘감는다.

찬게즈의 이야기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독자들은 알 수 없고, 찬게즈와 이 미국인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는 더욱 알 수 없다. 다만 숨죽이며 찬게즈의 목소리를 따라갈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필연적으로” 알레고리 소설이다. 프레더릭 제임슨은 “제3세계의 텍스트는 필연적으로 알레고리적이며, 국가적인 알레고리로 읽”히는데 그 이유가 “사적이고 개인적인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늘 제3세계의 공적인 문화 및 사회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리카(Erika)라는 이름은 ‘아메리카(America)’를 연상시키고 찬게즈(Changez)라는 이름 또한 숨은 뜻이 있다. 하미드는 인터뷰를 통해 주인공의 이름을 ‘칭기즈 칸(Chingiz Khan)’에서 따 왔다고 했다. 그는 그 이름을 통해 주인공의 ‘전사’ 이미지를 부각하고 싶었다고 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찬게즈’라고 표기하게 되었지만 그의 이름은 챙기즈, 챈기즈, 칭기스로도 발음될 수 있으며 또한 그의 이름 철자는 ‘변화’를 의미하는 ‘체인지(change)’도 연상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 소설로 읽든, 스릴러 소설로 읽든, 혹은 러브 스토리로 읽든,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재미있으며,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모신 하미드는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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