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비
2. 왕세손과의 만남
3. 빼앗긴 책
4. 이름에 담긴 마음
5. 잠들지 못하는 밤
6. 잠비
7. 세상이 바뀐다면
8. 추모당을 깨운 소리
9. 해바라기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김도영
재미와 감동, 실체가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림 : 해랑
자연과 관계에서 창작의 동기를 얻습니다.
그린 책으로 『국경』, 『기소영의 친구들』, 『물요정의 숲』, 『들개왕』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때려죽일 거면 차라리 내시나 만들어 달라고 빌어 볼까?
역관이 되면 진짜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양반의 천민 아들, 규안
해바리기 규(葵)에 편안 안(安). 규안은 자신의 이름과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천민 취급을 받는 얼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영감마님이라고 불러야 하고, 안방마님과 형님들은 불쑥불쑥 찾아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패기 일쑤다. 그래서 규안은 그저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특유의 능청으로 납작 엎드려 나 죽겠다고 엄살을 부리는 재주는 맞아 죽지 않으려는 규안의 몸부림이다. 그런 규안이 지닌 유일한 꿈은 역관이 되는 것. 멀리서 걸어오는 발소리, 속삭이듯 말하는 외국어까지 뭐든 정확하게 잘 듣는 재능을 가진 규안은 면천만 된다면 시험을 치러 훌륭한 역관이 될 자신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입궐을 하라니. 곤란한 얼굴로 오랜만에 찾아온 영감마님은 아들의 상처투성이 얼굴을 애써 외면하고 명이 내려왔으니 동궁전으로 가서 왕세손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년에 아버지를 흉하게 잃었다는 왕세손, 한 해 동안 화가 쌓여 독이 올랐을지 누가 알까? 규안은 살아서 궐을 나오지 못할 바에야 내시라도 되게 해 달라 빌어야 하나 싶다.
이 여름이 지나도 다음 여름이 있다.
세상이 끝나지 않는 한 아버지가 죽었던 여름은 매해 돌아올 것이다.
-사도세자의 아들, 이산
아버지가 죽었지만 이산은 상복도 입지 않고 상주도 하지 못했다. 모두가 할아버지의 명이었다. 마음에는 슬픔이 가득했지만 슬픈 티를 낼 수 없었고, 아버지가 그리웠지만 아버지의 이름조차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영민했던 이산은 그저 밤낮으로 공부하고 책 읽기에 몰두할 뿐이다. 단호한 성격과 자신에 대한 엄격함으로 흔들림 없어 보이지만,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이산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상궁 일화와 내관 흥록은 이산의 건강을 깊이 걱정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벗이라고 보낸 규안이라는 아이는 이산을 자꾸만 흔들어 놓는다. 온갖 엄살과 티 나는 거짓말, 그러면서도 말대답하며 대들기까지 하니 이산은 세상에 이런 아이가 또 있나 싶다.
“편안한 마음이 어떤 마음인데 돈이 아니라 그것을 원하느냐?”
(……)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세상이면 족하옵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질 테고, 저절로 공부도 잘되고 돈도 벌게 될 테고요.
가끔 꿀물하고 찹쌀 경단도 먹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이산과 규안의 대화 中
규안을 곁에 두며 그의 사연을 모두 알게 된 이산은 현재의 벗으로서 그리고 훗날의 왕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생각한다. 그리고 소리를 잘 듣는다는 규안의 능력을 이리저리 시험해 보고 이길 궁리를 하다 보니 오랜만에 허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칭찬을 받으면 기뻐서 진땀을 흘리는 규안의 모습에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한편 왕세손을 가까이 지켜보던 규안은 이산이 왜 그토록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마침내 이유를 알아내고, 일화와 흥록과 함께 이산이 잠을 청할 수 있도록 계책을 짠다. 그러나 궁에 내린 어둠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두 사람은 바라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아직 오지 않은 세상으로 무사히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 여름날의 잠비처럼 잠깐잠깐 멈추고 쉬어요. 그래도 늦지 않아요. 여름비에 잠을 청하는 잠비처럼 잠시 쉬어도 우린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작가의 말에서
심사평
사도세자의 아들 이산의 이야기야 너무도 유명하지만 여기에 얼자 규안이의 사연이 더해져 새로운 결의 동화가 나타났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왕세손임에도 수많은 정적들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이산, 얼자로 태어나 집안의 구박덩이인 규안은 서로에게 너무나 이질적인 존재들이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두 소년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여름날 잠을 부르는 빗소리, 잠비 소리처럼 천천히 독자에게 스며든다. -김남중(동화작가), 최나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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