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대상 수상작 그리고 작가 조경란
대상 수상작 / 일러두기
수상 소감 / 오늘은 여기까지만
문학적 자서전 / 살아가기
작품론 / 소설의 안과 밖에서 퍼져나가는 ‘일러두기’의 울림(손정수)
작가론 / 끝까지 사랑하는 일(정한아)
자선 대표작 / 검은 개 흰 말
2부 우수작
김기태 / 팍스 아토미카
박민정 / 전교생의 사랑
박솔뫼 / 투 오브 어스
성혜령 / 간병인
최미래 /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3부 선정 경위와 심사평
심사 및 선정 경위
심사평
- 예심 총평
노태훈, 양윤의, 이경재 · 워즈-와이드-웹
- 본심 심사평
구효서 · 미주알고주알 구구절절이 없는 일러두기
김종욱 · 가까스로 존재하는 목소리들
윤대녕 · 존재의 존엄성, 그리고 존엄할 수 있다는 것
전경린 · 자기 삶의 주도권을 찾으려는 핵개인들의 고투
권영민 · ‘일러두기’의 서사적 미학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규정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조경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국자 이야기』 『풍선을 샀어』 『일요일의 철학』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가정 사정』,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가족의 기원』 『혀』 『복어』, 중편소설 『움직임』, 짧은 소설집 『후후후의 숲』, 산문집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 『백화점-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소설가의 사물』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자 : 김기태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있다.
저자 : 박민정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바비의 분위기』, 중편소설 『서독 이모』, 장편소설 『미스플라이트』, 산문집 『잊지 않음』 등이 있다.
저자 : 박솔뫼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우리의 사람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장편소설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고요함 동물』 『미래 산책 연습』 등이 있다.
저자 : 성혜령
2021년 단편소설 「윤 소 정」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14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버섯 농장』이 있다.
저자 : 최미래
2019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녹색 갈증』 『모양새』가 있다.
이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대도시 변두리 동네에서 아버지로부터 떠맡다시피 물려받은 복삿집을 운영하는 재서, 그리고 길 건너편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미용. 나이대도 비슷하고 자주 마주치는 사이이지만, 재서에게 미용은 ‘모른다고도 잘 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일 뿐이다. 토박이가 대부분인 동네 사람들 또한 그 나이에 남편도 자식도 없고 혼자 산다는 이유로 미용을 여전히 석연찮은 여자로 여긴다. 자신의 감정을 한사코 숨기는 데 가진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듯한 사람. 의식하지 않으면 그 존재를 까맣게 잊기 십상인 사람.
그런데 어느 날 미용이 프린트하러 왔다가 까먹고 놓고 간 USB 속 글을 읽고, 재서는 그제야 미용이란 존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다. 미용은 이렇게 썼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이었다,라고. 미성년인 열여덟 살에 첫아이를 낳은 엄마의 넷째로 태어나 모든 불행의 원인으로 지목된 탓에 생존을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공손한 아이가 되어 살아야 했던 미용의 과거가 그 글들에 담겨 있었다.
재서가 팔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미용이 찾아와 복삿집 일을 거들면서 재서는 미용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재서는 그녀가 또 실수로 USB를 놓고 가길 은연중에 바란다. 그러면서 왜 자신이 그녀의 글을 읽고 싶어 하는지를 깨닫는다. 결국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무료한 삶을 살아갈 터인 그 역시 그녀와 다르지 않은 인생이라는 것을. 그녀가 글을 쓰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재서는 미용이 그때 USB를 가게에 놔두고 갔던 것은 어쩌면 실수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을 찾고 있었고, 자신이 그 대상으로 선택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누군가를 찾아내기 위해 검은색 복면을 구입했다는 미용이 어느 날 가게 문을 닫고 사라진다. 재서는 그녀의 소식이 궁금해서 결국 산비탈에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미용은 다행히 집에 있었다. 가까이에서 대면하게 된 두 사람은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그동안 글을 썼다면서 재서에게 그 글을 읽어준다. 이 글을 통해 그녀가 찾아내고자 한 인물이 고등학교 시절 교련 시간에 자신을 학대했던 교련 선생님이었음이 밝혀진다. 교련 선생님을 만나 왜 그때 자기에게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미용은 자신이 정말로 쓰고 싶었던 것은 교련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교련 시간에 창밖으로 내다보았던 연연한 분홍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복사나무에 대해 얘기한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던 인생의 순간에 대해.
미용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재서는 책을 읽을 때 주의 사항을 미리 알려주는 ‘일러두기’에 대해 일러준다. 사람들 사이에도 ‘일러두기’라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미용은 검은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대신에 그 아랫단을 접어 벙거지처럼 머리에 쓴다. 그녀는 글을 통해 자기 내면 깊이 들어박혀 있던 상처투성이의 어린 미용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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