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유설화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여러 분야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꾸준히 그림책 공부를 해 왔습니다. 그 공부의 결실이 바로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 《슈퍼 거북》이었지요. 경주에서 토끼를 이긴 거북이의 뒷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며, 이웃 나라 중국과 대만에도 수출되었습니다. 《잘했어, 쌍둥이 장갑!》은 《슈퍼 거북》, 《으리으리한 개집》, 《고양이 행성을 지켜라!》, 《밴드 브레멘》에 이어 다섯 번째로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어떤 또래 집단이든 장난이 지나쳐서 친구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말썽꾸러기가 하나씩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장갑초등학교에는 이런 말썽꾸러기가 둘이나 됩니다. 다름 아닌 쌍둥이 엄지장갑이지요. 쌍둥이 장갑은 온종일 둘이 꼭 붙어 다니며 장난칠 궁리만 합니다. 등교하는 고무장갑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하교하는 권투장갑을 놀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지요. 비닐장갑처럼 몸도 마음도 여린 친구는 녀석들 등쌀에 학교 오는 게 겁날 지경입니다.
장갑 친구들은 참다못해 쌍둥이 장갑에게 절교를 선언합니다. “너희들 정말 못됐어! 다시는 너희랑 안 놀아!” 하지만 녀석들은 실오라기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흥, 누가 같이 놀아 달래?” “우리도 둘이 노는 게 더 재미있거든!” 어쩌면 대답도 저리 얄밉게 하는지요.
하지만 둘이 노는 게 생각처럼 재미있을 리 없습니다. 친구들에게 치던 장난을 서로에게 치다 보니 티격태격 다투기도 일쑤입니다. 둘의 장난에 걸려든 친구의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점점 풀이 죽어 가는 쌍둥이 장갑과 달리 친구들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걸핏하면 규칙을 깨는 쌍둥이 장갑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요. 쌍둥이 장갑은 다 같이 어울려 신나게 노는 친구들의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비로소 사과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런데 단단히 토라진 친구들이 녀석들의 사과를 받아 줄까요?
《잘했어, 쌍둥이 장갑!》은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 싶지만 자기표현에는 서툰 어린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책입니다. 나아가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을 길러 주고, 장난기 뒤에 숨은 다정함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새 학년 새 학기, 새 친구들과 사귀는 일이 힘들기만 한 어린이들에게 이 책이 유쾌하고 다정한 격려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다르고 모두 특별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
《잘했어, 쌍둥이 장갑!》은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져 온 유설화 작가가 처음으로 오롯이 어린이만을 바라보며 쓰고 그린 책입니다. 이 책은 작가가 강연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의 요청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제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세요!” 하는 요청을 받고 보니, 그동안 만난 어린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책에 담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하지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장갑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야무진 고무장갑, 마음이 여린 비닐장갑, 씩씩한 야구장갑, 재주 많은 목장갑, 호기심 많은 가죽장갑, 먹보 주방장갑, 멋쟁이 레이스장갑, 성실한 때밀이장갑, 우직한 권투장갑, 그리고 말썽꾸러기 쌍둥이 장갑까지……. 저마다 다른 개성과 재능을 지닌 어린이의 모습을 저마다 다른 쓰임새를 지닌 장갑에 담아 보여 주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쌍둥이 장갑이 이 책의 주인공인 까닭은 아직은 모든 일에 서툰 어린이의 모습을 쏙 빼닮았기 때문입니다. 네 손가락이 붙은 엄지장갑을 낀 손으로는 무엇을 하든 거칠고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거칠고 서툰 행동 뒤에 보들보들 따스한 마음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모두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지요.
지금 작가의 마음속에선 나머지 장갑 친구들의 이야기가 천천히 익어 가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지닌 개성과 재능은 장갑이 지닌 쓰임새처럼 저마다 다를 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저마다 다른 장갑 친구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 싶은 까닭입니다. 모두 다르고 모두 특별한 장갑 아이들 이야기, 다음 주인공은 누가 될지 기대해 주세요. 참고로 작가가 강연을 통해 만난 어린이들이 뽑은 다음 주인공은 비닐장갑이라고 합니다. 몸도 마음도 여리기만 한 비닐장갑이 친구들과 부딪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저자의 말
그림책 작가가 된 뒤로 학교나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아졌어요. 한번은 어떤 학교에 갔는데, 한 아이가 저한테 와서 그러는 거예요. “작가님, 제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제가 만난 아이들을 책에 담고 싶어졌어요. 이 책에 나오는 장갑 아이들은 그동안 제가 만난 아이들을 닮았어요. 생김새도,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다 다른 열 명의 장갑 아이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아이를 닮았나요? ‘내 이야기는 언제 나올까?’ 하고 기다리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다음 이야기, 그다음 이야기를 이어 가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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