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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소설집
김초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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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20709
ISBN
9791160406504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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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1-10-20
페이지, 크기, 무게 324쪽, 128*188mm, 460g
목차
최후의 라이오니
마리의 춤
로라
숨그림자
오래된 협약
인지 공간
캐빈 방정식

작가의 말
저자소개
저자 : 김초엽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이보그가 되다》, 《지구 끝의 온실》 등을 출간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 서평
다 읽고 돌아서면 그가 그린 세계가 자꾸 마음을 붙잡는다. 예감컨대 살면서 마주하는 사회의 단면들 속에서 이 소설은 불쑥 떠오를 것이다. 씁쓸한 현실과 과학적 상상과 단단한 마음을 김초엽의 방식으로 너끈히 꿰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의 글은 내 어설픈 마음의 영토를 넓혀주는 깃발이다. 앞으로도 그의 성실한 독자가 될 것이라는, 그리고 다른 많은 독자들이 그럴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_김겨울(작가)


사랑의 입자들을 타고 낯선 세계를 떠도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우주 저편의 이야기들

“우주에는 두 종류의 멸망이 있다. 가치 있는 멸망과 가치 없는 멸망.” _〈최후의 라이오니〉
단독 임무를 부여받아 행성 3420ED를 탐사하게 된 ‘나’와 기계들의 리더인 ‘셀’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나’는 ‘셀’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에게 있던 태생적 결함이 사실은 결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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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행성에 가서 그곳에 남은 자원과 정보를 회수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는 용감하고 대담한 종족인 ‘로몬’의 일원인 ‘나’는 행성 시스템의 의뢰로 탐사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받은 행성 3420ED로 향한다. 하지만 탐사 도중 3420ED를 지배하고 있던 기계들에게 붙잡힌다. 기계들의 리더인 ‘셀’은 ‘나’를 자꾸만 ‘라이오니’라고 부르면서, “라이오니, 드디어 돌아왔구나”라는 이상한 말을 반복하는데…….

“빛은 얼마나 상대적인 것일까?” _〈마리의 춤〉
태어날 때부터 모그였던 ‘마리’와 모그 학생은 처음 가르쳐보는 ‘나’의 이상하고 은밀한 무용 수업 이야기.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들은 춤을 추기는커녕 감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는 ‘나’에게, ‘마리’는 모그도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 세계에 맞추려고 노력한 건 우리 모그들이에요. 당신들이 아니고요.” 타자화되고 대상화된 존재인 ‘마리’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마리의 저항을 단순히 테러로만 볼 것인지, 아름다움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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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각 이상증을 겪고 있는 ‘마리’는 플루이드라는 보조 기계를 통해서만 타인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다. 친구의 부탁으로 ‘마리’에게 춤을 가르치게 된 ‘나’는 태생적 모그인 ‘마리’가 과연 춤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무용 수업을 시작한다. 레슨을 한 지 두 달이 되던 날, ‘마리’는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나’에게 선언한다. ‘나’는 ‘마리’의 권유로 ‘플루이드’를 체험하게 되고 ‘마리’가 춤을 배우려고 했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되는데…….

“사랑과 이해는 같지 않다. 진은 그것에 동의할 수 없어 긴 취재를 시작했다.” _〈로라〉
세 번째 팔을 이식하고 싶어 하는 ‘로라’와 그런 ‘로라’를 이해하고 싶어서 긴 취재 여행을 떠나는 ‘진’의 이야기. 우리는 ‘로라’와 ‘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이해’는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나 자신이 되는 일이야말로 인생 전체를 건 모험이라는 것도. 하지만 여전히 삶에는 사랑과 이해 모두 필요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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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고유수용 감각이 어긋나버린 ‘로라’는 어느 날, ‘진’에게 뇌의 잘못된 지도와 몸의 불일치를 치료하기 위해 세 번째 팔을 이식받겠다고 통보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내린 결정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진’은 ‘로라’를 이해하기 위해 긴 취재 여행을 떠나게 되고, ‘트랜스휴먼 연합의 회장’과 ‘과잉 사지 연구자’ 등을 만나는데…….

“아니, 난 여기 속하지 않아.” _〈숨그림자〉
발성기관이 퇴하하여 호흡으로 대화를 하는 숨그림자 사람 ‘단희’와 부서진 우주선과 함께 얼음 밑에서 깨어난 원형 인류 ‘조안’의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소통, 사랑, 이별의 이야기. 지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단희’와 ‘조안’의 불완전한 대화를 통해 언어로는 결코 포착할 수 없고, 언어로는 절대 옮길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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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극지방을 조사하러 간 탐사대에 의해 얼음 아래 있던 수백 개의 캐빈이 발견된다. 손상되지 않은 캐빈은 단 한 대였고, ‘조안’이라는 소녀만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던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연구원들은 원형 인류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조안’을 유전자 보관소 격리실에 가둔다. ‘단희’는 연구소에 출근한 첫날, 격리되어 있던 ‘조안’을 만나게 되고 의미 통역기를 통해 첫 대화를 시도한다. 그렇게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둘의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이중 통역이라는 장벽이 있었다. 발성기관이 퇴화한 숨그림자 사람 ‘단희’와 숨그림자 사람들의 입자 언어를 배우는 게 불가능한 원형 인류 ‘조안’은 숱한 장애물 속에서 소통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단희’는 ‘조안’을 돕기 위해 의미 합성 기계를 만들어내지만, ‘조안’은 행성 밖으로 나가기 위한 우주선 복원 프로젝트에 ‘단희’ 모르게 참여하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 행성의 시간을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지요.” _〈오래된 협약〉
‘벨라타’ 행성의 사제인 ‘노아’가 ‘벨라타’를 탐사하고 떠난 지구인 ‘이정’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의 이야기. ‘노아’는 ‘이정’이 떠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오브’와 ‘벨라타인들’ 사이에 존재해온 ‘오래된 협약’에 대해 고백한다. 소설은 금기시되고 기피되는 이상한 생물인 ‘오브’를 통해 과학지상주의로 가득한 지구인으로서는 결코 알아차릴 수도 이해할 수 없는 ‘대안적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과는 다르게 더없이 긴 시간을 살아가는 ‘오브’의 모습에서 우리는 ‘공존’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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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타’의 사제인 노아는 지구에서 온 탐사대원 ‘이정’을 맞아 벨라타의 이곳저곳을 소개한다. 특히, 오브의 들판에 들러 누구도 ‘오브’라는 생물을 만지거나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편, ‘이정’은 지속적인 탐사 끝에 벨라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스물다섯 해를 넘기지 못하는 비밀을 알아낸다. 바로, ‘오브’가 뿜어내는 루티닐이라는 물질이 벨라타인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 ‘이정’은 노아를 찾아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오브’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아는 절대 금기를 깰 수 없다고 말하는데…….

“가야 해요. 이브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예요.” _〈인지 공간〉
‘인지 공간’의 관리자인 ‘나’와 작고 약한 몸으로 태어나 ‘인지 공간’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이브’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 ‘이브’의 죽음을 통해 ‘나’는 결국 인류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다고 여겨지는 ‘인지 공간’을 떠나기로 한다. 그건 이브가 말하던 ‘우리의 기원’을 찾는 일이었고, ‘이브’를 기억해내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브’를 통해 ‘인지 공간’, 즉 완전하고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지금의 세계가 차마 다 담지 못하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잊었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서 잊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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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공간’은 유기체 뇌의 한계를 넘어 지식이 영구 보관되도록 돕는 큐빅 시스템이자 공동 지식 구역, 또는 격자 구조물을 뜻한다. ‘인지 공간’에는 정교한 자연의 이치와 세계의 놀라운 구조, 세계의 모든 아름다움이 담겨 있고, 신화들이 대를 이어 전승된다. 오직 ‘인지 공간’을 통해서만 지식은 전승되고 남겨진다. 하지만, 또한 공동 지식은 어린 시절 간직했던 차이와, 서로의 다른 기억을 잊게 만들며, 행성 밖으로는 나갈 수 없게 막는 존재이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작고 연약해서 ‘인지 공간’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이브’는 끊임없이 인류의 기원이 행성 밖에 있다고 믿으며, 인지 공간 밖을 탐험하던 중에 들짐승에 의해 죽고 만다. 반년 뒤, 이브의 집을 찾게 된 ‘나’는 이브의 방에서 ‘스피어’라는 휴대가 가능한 작은 인지 공간을 발견하는데…….

“우리 우주는 수많은 주머니 우주를 가지고 있다.” _〈캐빈 방정식〉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다른 시간을 살아가게 된 자매, 언니 ‘현화’와 동생 ‘현지’의 이야기.
둘은 함께 관람차에 오른다. 현지는 관람차를 타러 가면서 다시는 동일해질 수 없는 언니와 자신의 시간에 이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상에 다다른 캐빈 안에서 ‘주머니 우주’를 발견하는 순간, 마침내 둘의 시간이 평행하다는 걸 이해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자매가 함께 관람차에 올라 ‘주머니 우주’를 목격하는 이야기는, 사랑과 이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개념을 확장케 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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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적 시간 거품’을 연구하는 전도유망한 물리학자였던 ‘언니 현화’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시간지각 능력을 잃고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살아가게 된다. 치료 도중 ‘고마워. 사랑해. 더 견딜 수 없었어’라는 메시지만을 남긴 채 사라진 ‘현화’는 몇 년이 지나서야 ‘동생 현지’에게 편지를 보내 울산의 한 낡은 공중 관람차의 조사를 부탁하는데…….

무수한 세계를 여행할 당신의 행복을 기원하며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거의 항상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2019년 웹진 〈비유〉에 소설 〈로라〉를 실으며 남긴 김초엽 작가의 말이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글을 읽는 사람들, 그리고 거의 항상 실패하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집은 분명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우리가 평생을 달려도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 소설집에는 우리의 우주가 있고 또한 그들의 우주도 있다는 다정하면서도 고독한 선언이 담겨 있다. 하나의 세계가 되기보다는, 사랑과 이해로 두 개의 세계로 남는 것의 아름다움도. 《방금 떠나온 세계》를 읽고 있으면 사랑은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없는 우리의 친구와 가족, 연인들이 생각나고, 소설의 끝에 다다라서 우리는 그들이 있는 세계를 떠나 무수한 세계를 여행할 용기를 얻게 된다. 남겨진 그들과 떠나온 우리의 무수한 행운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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