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왔어.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모두가 기억하게 된,
외계인 경민과 지구인 한아의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작가 정세랑의 두번째 장편소설. 칫솔에 근사할 정도로 적당량의 치약을 묻혀 건네는 모습에 감동하는 한아는 저탄소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그녀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누군가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긴 옷에 작은 새로움을 더해주곤 한다. 한아에게는 스무 살 때부터 좋아한, 만난 지 11년 된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늘 익숙한 곳에 머무려 하는 한아와 달리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경민은 이번 여름에도 혼자 유성우를 보러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 경민이 늘 서운했지만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한아. 때마침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졌다는 뉴스에 한아는 걱정이다. 경민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어딘지 미묘하게 낯설어졌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는가 하면 그렇게나 싫어하던 가지무침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아를 늘 기다리게 했던 그였는데 이제는 매순간 한아에게 집중하며 “조금 더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달라진 경민의 모습과 수상한 행동이 의심스러운 한아는 무언가가 잘못되어간다고 혼란에 빠지는데……
관련 동영상
목차
지구에서 한아뿐 009
작가의 말 223
저자소개
저자 : 정세랑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옥상에서 만나요』 등이 있으며 짧은 소설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을 썼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확보하며 한국 문학의 영토를 유연하게 넓혀온 소설가 정세랑. 한번쯤 어디서 스쳐지나간 듯한 희미한 누군가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삶에 작은 조명을 비춰주었던 그. 그런 그에게 독자들이 보내는 ‘믿고 읽는 작가’라는 찬사는, 소수자성에 대한 풍부한 성찰과 폭력에 대한 예민한 감각, 주류에서 배제되고 드러나지 않는 동시대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그것을 작품 내부로 긴밀히 불러들이는 윤리에 대한 신뢰와 응원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정세랑은 ‘오늘의 한국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아영)이 되었다. ‘자기보다 뒤에 올 여성 독자들을 보호해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 정세랑 작가는 맑은 얼굴을 한, ‘좋은 시민’일 수 있는 남성 인물을 작품 속에 구현해낸다. 작가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합하는 형태의 최선이 아닌 듯하다고, 일부일처의 이성애적 결합을 넘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로 의미를 확장해나가며 다른 선택지를 상상해볼 순 없는지 질문한다.
소설의 표지는 채지민 화가의 두 작품을 활용해 만들었다. 하나는 일반판, 하나는 동네서점에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에디션이다. 애초에 두 그림을 콕콕 집어놓고 두 버전의 표지로 삼아야지 오래 준비를 해왔던 참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왜 이 둘의 저 모습일까 바로 아시게 될 듯도 하다. 일단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니까. 사랑하는 이 둘이 마주보고 있을 때와 달리 이 둘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을 때의 유구함, 사실 사랑은 그와 같은 ‘의리’에 기댈 때 그때만이 ‘영원’이라는 이름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나 싶어서다. 동네서점 에디션은 한정판으로 제작되어서 준비된 수량이 소진되면 더는 만질 수 없는 책이 된다.
그럼 이제, ‘여행’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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