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하서찬
중앙대 문예창작과 박사 졸업. 2012, 2015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소풍」, 「초대」 당선. 2013 한국 신진 극작가로 선정되어 도쿄에서 활동했으며 「ピクニック(희곡)」, 「빨래는 지겨워(동화)」, 「샌드힐(소설)」, 「최소한의 나(공저)」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해왔다. 현대모비스, 신흥증권, 한독약품에서 근무했으며 한겨레에서 극작수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피크닉』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작가였다고 스스로 말하는 작가 하서찬의 첫 희곡집이다. 일본 작가로 오해받고 초대받은 적이 있을 만큼 독특한 작품을 쓰는 하 작가의 이번 희곡집에는 2012년 아시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소풍」과 2015년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작 「초대」 그리고 작가가 아끼는 작품 「열쇠 없는 집」, 부록으로 2012년 도쿄에서 공연을 올렸던 대본 「ピクニック」일본어 번역판이 실려있다.
「소풍」은 자신의 딸을 소유물처럼 지배해 온 엄마와 남편도 딸도 잃어버리고 아무런 희망없이 치매 걸린 엄마를 혼자 돌보며 살아가는 여자가 등장한다. 자기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두 인간의 억압과 상처, 외로움이 천륜이란 소재를 둘러싸고 그로테스크하게 진행된다.
「초대」는 자신의 망가진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시계라고 생각하며 시계를 훔치는 한 셀러리맨의 이야기다. 사람들에게 시계는 단순한 물건이지만 김 과장에게 시계는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영원, 그 자체였다. 그런 김 과장은 시계를 모으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열쇠 없는 집」은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외딴곳에서 불행한 삶을 처절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노인과 그 노인의 아이를 품은 여자, 남편의 광기로 죽어가는 아들을 보고 있는 노파가 등장한다.
세상에 악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욕망으로 누군가는 희생된다.
세 편의 작품에는 모두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이 나온다. 인간의 밑바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가족’ 안에서 작가는 비윤리적인 인물과 폭력을 통해 ‘무덤 같은 집’(「열쇠 없는 집」) 즉, 우리가 직면한 지금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질문한다.
어떻게 하면 이 무덤 같은 집에서 벗어나 꽃이 가득한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참혹한 시대에 던지는 처연한 질문들
『피크닉』에 실린 3편의 작품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얼마 전에도 너랑 비슷한 년이 잡혀갔어. 뉴스에서 봤지. 너는 다행인 줄 알아. 너도 그랬잖냐. 혜원이 입에 돌돌 만 휴지를 처넣어. 고 조그만 입에 휴지랑 신문지 뭉탱이를 쑤셔 넣었지. 난 봤어. 암 난 봤지. 잡혀간 그년은 공장에서 그랬다는구나. 공장 화장실에 내던졌는데 시시티브이에 다 찍혔다는구나.” -「소풍」
친딸을 향해 노파가 악다구리를 퍼붓는 대사에서,
“복사뼈가 너무 아프군. 젠장. 점점 감각이 없어져…… 뭐 이런 식으로 죽는 거 나쁘지 않아. 회사 서류 더미에 묻혀서 질식사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팔다리가 다 잘린 분재처럼 놓여있는 기분이었는데.”-「초대」
죽어가는 백 차장이 독백하듯 내뱉는 대사에서,
“더 꼭꼭 숨자. 더 꼭꼭. 저 철창 속의 개도 네 배 속의 아기도 저 나무토막 같은 내 아들도. 아무도 모른다. 이 집에 숨어 있으면 아무도 몰라. 다 썼어 갈 때까지 아무도 몰라.”-「열쇠 없는 집」
친부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부활을 꿈꾸는 노파의 대사에서, 독자들은 이 기괴하고 냉혹한 상황에 어처구니없는 아픔과 분노의 감정을 공유한다. 그러나 둘러보면 그것보다 더한 현실에서도 우리는 처연히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시시때때로 매스컴에 올라와도 끔찍한 사건들이 가짜 소문의 입을 빌려 온라인을 잠식해도 우리는, 일상을 살아간다.
하서찬 작가는 이번 희곡집을 두고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헤집어 더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희곡은 무대를 올리기 위한 글이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제일 어둡고 비참한 기억들을 불러낸 뒤 공연장에 두고 가길 바란다. 일종의 굿판이라고 보아주길 바란다.” 고 전했다.
작가의 바람처럼 『피크닉』은 독자들의 어둡고 비참한 기억들을 가둘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한결 홀가분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안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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