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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왕십리 :변두리 사람들의 끈질긴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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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69606
ISBN
9791156123033
출판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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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5-09-29
페이지, 크기, 무게 316쪽, 152*223mm, 442g
목차
책을 내며-작은 사람들의 분투기를 찾아서
? 들어가는 말-광희문을 나서서 왕십리에 들어서니

01 현대 택견의 개척자 신한승, ‘민중의 몸짓’을 되살려내다
택견이 사라진 뒤 택견과 만나다/ 무인→도인→명인의 길로 가다/
송덕기·이경천·김홍식과 아슬아슬하게 만나다/ 무형문화재 지정 소식에 펑펑 울다/
‘택견의 현장’은 ‘축제의 장소’/ 〈대쾌도〉의 장소를 찾아라/
외국인들이 살펴본 〈대쾌도〉의 현장/ 계속 탈바꿈하는 장소의 성격/
그곳에선 아직도 “이크”, “에크” 소리가 들려올까

02 만담가 장소팔, 국민의 웃음보따리를 책임지다
‘왕십리 사람’ 장소팔/ 서울 사람들의 애환과 말투를 담아내다/
‘서울 지역 예인들의 메카’ 왕십리/ 소리꾼들의 연습장 ‘움집’

03 소설가 김동인, 다시 살다
아무도 범접하지 못한 ‘문학의 신’/ 김동인에게 드리워진 그림자/
“아아 나는 소설가로다”/ 왕십리에서 맞은 최후/ 결코 죽지 않은 김동인

04 독립운동가 지청천과 김붕준, ‘새로운 고향’에서 맞대결
기호파와 서북파, 다르지만 함께 가는 길/ 칼과 펜, 함께 가다 보면 결국 만나는 길/
민족통일전선, 당연하지만 어려운 길/ 광복, 각자 가는 길/
맞대결,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05 1920년대 막노동자 진 서방, “서울이 도깨비굴이었던가?”
한반도에 닥친 두 가지 모순이 충돌하는 현장/
예나 지금이나 술 한잔 마셔야 잘 수 있는 세상/ 장소의 유전/ 유령의 장소/
가산假山 또는 택견 놀이의 현장/ 큰길, 당국의 권위가 미치는 곳/
‘도처개유귀신到處皆有鬼神’/ 늘 그렇듯 결국 원점으로

06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코리아’를 사랑한 푸른 눈의 여인
20세기 초 동대문 안쪽의 새로운 풍경/ 한국에 매료된 키스 자매/
키스 자매가 동대문 주변에서 본 것/ 이방인의 눈으로 지켜본 3·1운동/
그림으로 표현한 ‘한국 사랑’/ 사후에도 전해진 ‘한국 사랑’

07 ‘농부’ 이성문, ‘스스로 낮아진 사람’의 후손이 되어
‘왕십리 입향조’가 ‘경성 이씨’ 된 사연/ 재판을 통해 굴러들어 온 선물/
이승훈, 그의 죽음은 ‘순교’인가 아닌가/ 동생 이치훈의 생존 전략/
‘이치훈 자진 몰락’의 진실

08 창덕궁 무수리 고대수, 청무밭에서 스러진 혁명가
‘바지랑대에 옷 입혀 놓은 것 같던’ 무수리/ 갑신정변에 결정적 역할을 하다/
의문의 인물 ‘이우석’/ 왕십리 청무밭에서 맞은 최후/
‘일생에 단 한 번 하늘을 날아 봤던 그 기억’

09 ‘선달’ 김장손, 임오군란의 불을 당기다
그들은 왜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을까/ ‘선혜청 도봉소 사건’으로 투옥된 4명/
아들 구명을 위해 ‘장두狀頭’가 되다/ 나는 듯이 동교와 서교로 통문이 돌다/
김장손은 어디에 있었을까/ 상황이 만들어 낸 ‘반역 우두머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김장손의 아들

10 염동이와 채생, 청계천에서 도깨비를 만나다
도깨비 덕에 치부한 천민/ 귀신과의 황홀한 하룻밤/ 청계천은 도깨비 루트?

11 가톨릭 순교자들은 거기서 안식을 얻었을까?
주검도 숨죽여 나가던 문/ 가장 억울한 죽음 ‘옥사獄死’/
네 여성의 모진 생애와 안타까운 죽음/ 죽어서 땅에 묻히지조차 못한 사람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

12 똥장수 예덕선생, 똥으로 세상을 바꾸다
똥장수를 찾아서/ 더러움 속에서 덕을 찾는 사람/ 가장 천한 일을 하며 새 시대를 개척하다/ 서울 주변에서 서울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곳/ 예덕선생 ‘똥의 루트’와 그 목적지는/
다시는 ‘똥파리’라고 부르지 않으리

13 난세의 공신 이경직, 충직함의 본을 보이다
호탕하며 허심탄회한 인물/ 강개하여 기절이 있는 사나이/ 견딜 수 없는 일을 견디다/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 나가는 말-왕십리는 살아 있다
? 찾아보기
저자소개
저자 : 김창희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아주 어려서 상경한 뒤 줄곧 서울 또는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그 뒤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익힌 르포르타주 방식이 모든 글쓰기의 토대라는 판단을 갖게 됐다. 즉, 듣고,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글로 옮기는 작업이, 비록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작업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는 생각이다. 이번 책 《가도 가도 왕십리》 의 취재·집필·편집 과정을 거치면서는 장소성에 대한 감각을 조금 더 심화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저서 《아버지를 찾아서》(2016), 《오래된 서울》(공저ㆍ2013), 《우리 손으로 만든 머내여지도》(공저ㆍ2022)와 편저 《민청학련 50주년에 다시 듣는 세상을 바꾼 목소리들》(2024), 번역서 《지식인들의 망명》(2007) 등을 펴냈다.
출판사 서평
열전列傳이되 지역사ㆍ지리지地理志를 겸한
왕십리와 인연이 있는 22인의 삶을 다뤘으니, 책은 기본적으로 열전列傳이다(글은 13편이지만 등장인물이 복수인 글이 있다). 한데 열전 이상이다. 기왕에 《오래된 서울》, 《우리 손으로 만든 머내여지도》 등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인문지리지 또는 지역사 저작에 참여했던 지은이가 사료, 문학작품, 옛 지도 등 갖가지 자료를 뒤져 ‘왕십리’의 장소성을 중심으로 휴먼 스토리를 엮은 덕분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왕십리란 지역의 역사로 읽어도 좋고, 택견 판이나 움집 등 이제는 사라진 곳들의 흔적을 되짚으며 왕십리의 ‘어제’를 돌아보는 지리지 구실에도 모자람이 없다. 다뤄진 시기가 17세기 또는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22인으로 지난 수백 년을 구성하기엔 성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나고(현대 택견 개척자 신한승), 기막히고(홀로 숨져간 김동인), 안타깝고(혁명가 고대수), 신기한(도깨비 덕을 본 염동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왕십리의 ‘오늘’이 한층 가까이 느껴질 것이다.

민초의 애환이 서린 곳, 왕십리를 살다
주요 등장인물은 당연히 왕십리에 삶의 터전을 두었던 이들이다. ‘민중의 몸짓’을 되살려낸 ‘택견 명인’ 신한승, 서민들의 애환을 웃음으로 승화한 만담가 장소팔, 아들 구명을 위해 ‘반역 우두머리’가 된 선달 김장손, 생존을 위해 스스로 낮아진 사람의 후손 이성문, 독립운동 동지였으나 해방 후 선거 맞수로 만난 지청천과 김붕준이 그들이다. 지은이는 이들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포도청등록》 등 수사ㆍ재판기록을 번역해 임오군란 당시 왕십리 사람들의 행적을 드라마틱하게 재연하는가 하면,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자진 몰락’한 한 집안의 구전口傳과 족보 기록을 바로잡기도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3ㆍ1운동 루렵 동대문 인근에 머물며 광희문 밖으로 나섰던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장소성과 그에 얽힌 사람의 이야기를 찾고 구성하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게 된다. 그녀의 한국 체류 당시 작품은 물론 1958년 한국 아동들과 영국 유학생들을 위해 베푼 ‘선의’까지 촘촘히 소개하니 말이다.

마지막 쉴 곳, 왕십리에 지다
왕십리로 이어지는 광희문은 시체가 나가는 문이란 뜻의 ‘시구문’으로도 불렸다. 도성 안에는 묘지를 쓸 수 없었기에 왕십리 일대는 온통 묘지였다. 당연히 자의든 타의든 왕십리에서 세상을 뜨거나 최후의 안식처를 찾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지은이는 ‘문학의 신’으로 불리지만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 가운데 이승을 떠난 소설가 김동인, 갑신정변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붙잡혀 형장으로 끌려가던 중 군중의 돌팔매에 맞아 왕십리 청무밭에서 숨진 무수리 고대수, 가톨릭을 통해 새 세상을 꿈꾼 과부ㆍ하녀 등 여성 순교자 4인의 최후를 복원해냈다.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숨졌는지 손에 잡힐 듯 그리면서 이들의 마지막 쉴 곳이 어디였는지 당대의 기록과 증언을 통해 설득력 있게 추정한다. 읽다 보면 “모든 것이 ‘종말처리’ 되는 곳! 그런 곳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묻히고 썩어 그 꿈의 싹을 틔우는 못자리가 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지은이의 지적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이야기로 남은 곳, 왕십리를 누비다
광희문과 광희문 밖, 즉 왕십리 일대는 조선시대 시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양반네들의 문학에서는 다뤄질 만하지 않은 지역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이야기에는, 그리고 근대 이후 문학에서는 왕십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없지 않다. 도시 빈민층의 이야기를 다룬 이효석의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에서 막노동을 하던 ‘진 서방’이 일과 후 술 한잔 걸치고 고단한 몸을 뉘려 동대문 일대를 헤매다 걸인 가족을 ‘유령’으로 오인해 혼비백산한 곳이 ‘동묘’의 사당이었다. 19세기 중반 야담집에 실린 염동이 이야기도 오간수문 밖 영도교가 무대다. 여기에 연암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에 이르면 왕십리는 자못 의미심장한 지역으로 떠오른다. 똥을 가장 많이 배출해 내는 서울 도심지와 그 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왕십리 등지의 채소 재배 농가를 연결해주던 ‘똥장수’ 예덕선생-더러움 속에서 덕을 찾는 사람-의 행로를 좇아가며 서울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왕십리의 의미를 되새긴다.
책은 병자호란 때 인조의 측근으로 송파나루에서 치욕의 현장을 지켜보고, 왕십리를 지났던 충직한 신하 이경직의 이야기로 끝난다. 지은이는 풍성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를 담은 책을 “왕십리는 살아있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간 예덕선생의 의지와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자기 몫의 시대적 짐을 기꺼이 수행해 낸 이경직의 분투 같은 것들이 조금이나마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면”이란 단서를 달아서다.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긴 여운이 남는 책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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