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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들
모호 9 -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황유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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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85453
ISBN
9791194171973
출판사
번역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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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9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5-10-07
페이지, 크기, 무게 132쪽, 125 * 205 mm, 172g
책소개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은 앤 카슨을 읽는다.”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의 첫 시집
팽팽한 절제 속 독창적으로 간결한 45개의 시적 발화

1992년에 출판된 앤 카슨의 첫 시집 『짧은 이야기들』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선구적인 작품들을 보여주는 앤 카슨의 출발점이자 그의 문학세계를 집약한 책이다. 『짧은 이야기들』의 시들은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잘려나가버린 듯한 언어의 그루터기들, 하지만 그루터기로 남음으로써만 모종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는 작은 벽돌들이다. 카슨이 이 45개의 벽돌을 쌓으며 만들어내는 것은 견고하고 완전한 벽돌집이 아니라 그 벽돌들 사이의 틈과 균열이다. 그리고 그 결핍된 틈 사이로 예리하고 명석한 빛이 비집고 들어와 늘 어딘가에 도달한다.

“어느 이른아침, 말들이 사라졌다. 그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들이 있었고, 얼굴들이 있었다”라는 말로 시집은 시작한다. 이어지는 ‘짧은 이야기들’은 말들이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드러난 시들이다. 『짧은 이야기들』은 기록된 역사 그 이면의, 말해지지 못한 진실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 역사의 조명을 받아온 카프카, 클로델 등의 인물이 아니라 그들의 주변에 있던 연인과 누이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짧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이다. 고대 시인 오비디우스의 화려한 업적이 아니라 그뒤에 숨겨진 그의 외로움을(「오비디우스에 대한 짧은 이야기」), 작가 실비아 플라스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이해받지 못했던 딸로서의 실비아 플라스를(「실비아 플라스에 대한 짧은 이야기」) 주제로 하는 이야기들이다. 『짧은 이야기들』은 이러한 작은 목소리들의 합창이며,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발화의 장이다.

이렇게 탄생한 45편의 시는 자그만 벽돌 모양을 하고 있다. 각각의 벽돌은 삶에서 떨어져나온 순간순간의 인상을 받아쓴 것이다. 그러나 이는 카슨이 말하듯 ‘언어의 그루터기’에 불과하다(「꿈에서 알게 되는 진실에 대한 짧은 이야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모욕을 (…) 생각하면 성대가 부어오”르고(「꽃따기에 대한 짧은 이야기」), “온 바닥에 유리 문장들을” 남길 수밖에 없도록 억압받으며(「바로잡음에 대한 짧은 이야기」), 추방이나 감금으로 인해 혼자 남겨지기도 한다. “인생의 마지막 30년을 정신병원에서, 의문에 사로잡힌 채, 입원 서류에 서명한 시인 남동생에게 편지를 쓰면서 보냈”던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조각하길 거부했다. 그들이 취침용 돌-대리석과 화강암과 반암-을 주긴 했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모두 부숴버리고는 깨진 조각들을 모아 밤에 외벽 바깥에 파묻어버렸다.
_「취침용 돌에 대한 짧은 이야기」

앤 카슨의『짧은 이야기들』을 이루는 것은 조각품이 되지 못하고 부서진 채 버려진 이러한 돌조각들이다. 그는 이 조각들을 모아 그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현해낸다.
목차
서문 - 11

호모사피엔스에 대한 짧은 이야기 - 14
희망에 대한 짧은 이야기 - 16
색채광선주의에 대한 짧은 이야기 - 18
게이샤에 대한 짧은 이야기 - 20
저녁 9시 30분을 맞이한 거트루드 스타인에 대한 짧은 이야기 - 22
그의 데생 실력에 대한 짧은 이야기 - 24
주택에 대한 짧은 이야기 - 26
음악에서 느낀 실망에 대한 짧은 이야기 - 28
여행을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 - 30
왜 어떤 이들은 기차에 마음이 들뜨는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 - 32
송어에 대한 짧은 이야기 - 34
오비디우스에 대한 짧은 이야기 - 36
자폐증에 대한 짧은 이야기 - 38
파르메니데스에 대한 짧은 이야기 - 40
꽃따기에 대한 짧은 이야기 - 42
주된 것과 부수적인 것에 대한 짧은 이야기 - 44
원근법에 대한 짧은 이야기 - 46
많이 사랑받는 기쁨에 대한 짧은 이야기 - 48
브리지트 바르도에 대한 짧은 이야기 - 50
바로잡음에 대한 짧은 이야기 - 52
반 고흐에 대한 짧은 이야기 - 54
취침용 돌에 대한 짧은 이야기 - 56
뒤로 걷기에 대한 짧은 이야기 - 58
방수 처리에 대한 짧은 이야기 - 60
모나리자에 대한 짧은 이야기 - 62
최후에 대한 짧은 이야기 - 64
실비아 플라스에 대한 짧은 이야기 - 66
독서에 대한 짧은 이야기 - 68
비에 대한 짧은 이야기 - 70
비쿠냐에 대한 짧은 이야기 - 72
전부 수집하는 것에 대한 짧은 이야기 - 74
샬럿에 대한 짧은 이야기 - 76
아버지와의 일요일 저녁식사에 대한
짧은 이야기 - 78
밤의 젊은이에 대한 짧은 이야기 - 80
데이만 박사의 해부학 강의에 대한 짧은 이야기 - 82
서양란에 대한 짧은 이야기 - 84
징역살이에 대한 짧은 이야기 - 86
꿈에서 알게 되는 진실에 대한 짧은 이야기 - 88
횔덜린의 세계의 밤의 상처에 대한 짧은 이야기 - 90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감각에 대한 짧은 이야기 - 92
나의 과업에 대한 짧은 이야기 - 94
쾌락주의에 대한 짧은 이야기 - 96
왕과 그의 용기에 대한 짧은 이야기 - 98
피신처에 대한 짧은 이야기 - 100
당신이 누군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 - 102

저자 후기: 후기에 대한 짧은 이야기 - 105
발문 - 109
옮긴이의 말 - 127
저자소개
저자 : 앤 카슨 (Anne Carson)
캐나다 출신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 고전학자이다. 1950년 6월 21일 온타리오 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한 그리스 고전에 강하게 매료되어 대학에서 그리스어를 전공하고 이후 30년간 맥길, 프린스턴 대학 등에서 고전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동시에 고전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하여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파피루스의 파편으로 남은 이야기를 현대의 시어로 재창작하거나 신화 속 등장인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일련의 작품들로 맥아더 펠로우십과 구겐하임 펠로우십 등을 받았고, 2001년에는 여성 최초의 T. S. 엘리엇 상 수상자가 되었다.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지루함이고,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라 말한 앤 카슨은 머스 커닝햄 무용단, 행위예술가 로리 앤더슨, 록 가수 루 리드, 시각예술가 킴 아노 등 타 분야 저명한 거장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문학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으며 201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 황유원
시인이자 번역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김수영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하얀 사슴 연못』, 『초자연적 3D 프린팅』, 『세상의 모든 최대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슬픔에 이름 붙이기』, 『패터슨』, 『모비 딕』, 『폭풍의 언덕』, 『바닷가에서』, 『두더지 잡기』 등이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글앤 카슨
번역황유원
출판사 서평

예술적 도전으로서의 글쓰기:
“나는 가능한 한 당신에게 잘못되어 보이기 위해 이 문장을 쓴다”

서문에서 앤 카슨은 “쉰세 권의 낱책”에 “말해진 모든 것,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받아”썼지만 어떤 “사람들”이 와서 그 책들을 상자에 넣고 잠가버렸으며, 그들이 떠난 다음 숨겨둔 세 권의 낱책에 “놓친 부분들을 채워넣”었다고 말한다. 그가 채워넣은 기억은 자유로운 연상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시인의 의식은 쇠라에서 브리지트 바르도로, 송어에서 오비디우스로, 데생 작업에서 음악으로 다양한 대상과 주제 사이를 널뛰듯 누빈다.

앤 카슨의 작품이 지닌 그 특유의 재치는 그가 고정적인 의미 체계에서 벗어나 ‘언어의 그루터기’가 되기를 자처함으로써 얻어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훌륭한 이야기에서는 일어나는 모든 일에 원인이 있다고” 하며 “개연성과 필연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카슨에게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다(「서문」). “나는 가능한 한 당신에게 잘못되어 보이기 위해 이 문장을 쓴다”는 시 속 화자의 말은(「피신처에 대한 짧은 이야기」) ‘개연성과 필연성’의 규칙에서 자유로운 시 세계를 그리고자 하는 시인의 선언이기도 하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과업이다”

앤 카슨이 「서문」에서 사용한 낱책(fascicles)이라는 단어는 또한 골격근 및 신경 섬유의 조직을 의미하기도 한다. 『짧은 이야기들』은 헐겁게 지어진 벽돌집이자 낱낱의 개체로 조직되어 있는 느슨한 신체이기도 하다. 『짧은 이야기』에서 신체는 자아와 동떨어진 익명의 물체로서 존재한다. 알 수 없는 모델의 “가느다란 팔”과(「그의 데생 실력에 대한 짧은 이야기」) 발코니의 의자마냥 ‘내버려둔’ 자궁, 물처럼 ‘들이부어’지는 얼굴이 등장한다(「아버지와의 일요일 저녁식사에 대한 짧은 이야기」). “사진 속 두 손이 (…) 무릎 위에 놓인 다른 누군가의 신체 부위처럼 보이기에 이르”기도 한다 (「취침용 돌에 대한 짧은 이야기」).

현실에서 꿈속으로 떠도는 몸의 묘사 그리고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의 운송 수단에 화물처럼 실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몸의 묘사도 이어진다. 앤 카슨의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스스로의 신체로부터 유배된 듯 신체를 낯설게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이방인으로서의 체험은 앤 카슨이 이어서 출간한 두번째 작품집,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의 「로마의 몰락: 여행자 가이드」 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이기도 하다.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짧은 이야기들』의 시들 속에서 생경한 신체와 풍경들을 좇다보면 그 낯선 시점에도 어느새 기이하리만치 익숙해진다. 앤 카슨은 미술관에 걸린 모나리자의 유명한 미소가 아니라 모나리자라 불린 한 여인의 감정을 바라보며(「모나리자에 대한 짧은 이야기」), 빗방울을 헤아리다가도 곧 “누구의 머리 위로도 내리고 있지 않”은 먼바다에 내리는 빗방울로 시선을 돌린다(「비에 대한 짧은 이야기」). 카슨의 상상력은 시공간을 무너뜨리고, 캔버스 너머 앉아 있는 여인을, 먼바다의 수면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여기 이곳으로 불러온다. 때문에 『짧은 이야기들』의 조각들이 널려 있는 범위는 방대하다. 학문의 세계에 몸담고 있던 시인이 처음으로 발표한 시집인 만큼, 『짧은 이야기들』은 구속적인 틀, 역사적이고 시간적인 광활한 영역으로부터 분석해 모은 발화 행위, 그리고 단편적인 생각의 배열에 공을 들인 작품집이다. 이는 읽는 이를 또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첫머리에 실린 「서문」에서 카슨은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과업이다”라고 선언한다. 이는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은 앤 카슨을 읽는다”(데보라 란다우)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기존의 시가 가진 형태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그가 아직까지도 따르고 있는 규칙이다. 이 시집을 끝맺는 마지막 문장 “당신은 누구인가?”는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성의 방향을 묻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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