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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밖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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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56512
ISBN
9791141603083
출판사
글
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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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4-10
페이지, 크기, 무게 292쪽, 133*200mm, 380g
목차

안개의 기분 _7
여름 손님입니까 _35
괄호 밖은 안녕 _67
이소중입니다 _97
초록 비가 내리는 집 _123
할리와 로사 _153
맘껏 슬픈 사람 _189
순영, 일월 육일 어때 _223

해설 | 강지희(문학평론가)
기억의 물결 위를 유랑하기 _253

작가의 말 _285
저자소개
저자 : 이주혜
번역가이자 소설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치우침 없이 공정한 번역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기는 데 관심이 많아 아동 작가로 활동하면서,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아동서 및 자녀교육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왜요, 엄마?』, 『레이븐 블랙』, 『지금 행복하라』, 『거인나라의 콩나무』, 『고대 이집트의 비밀은 아무도 몰라!』 , 『카즈딘 교육법』, 『놀이의 힘』, 『하루 종일 투덜대면 어떡해! : 매사에 부정적인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법』, 『블러드 프롬이즈』 등이 있고, 저서로는『반쪽이』, 『콩중이 팥중이』, 『세계명작 시리즈 - 백조왕자』, 『세계명작 시리즈 - 톰팃톳』, 『전래동화 시리즈』(1-5), 『양육 쇼크』, 『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아이의 신호등』, 『프랑스 아이처럼』,『세상에서 가장 쉬운 그림영어사전』외 다수가 있으며,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자두』가 있다.
출판사 서평
기억을 번역하고 마침내 해방시키려는 곡진한 시도

기억과 해석은 다른가? 당연히 같지 않겠지만, 피하려고 해도 물리적인 충격을 동반해 멋대로 찾아온다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_「괄호 밖은 안녕」, 72~73쪽

『괄호 밖은 안녕』에는 ‘번역가 이주혜’로서의 면모가 곳곳에 담겨 있다. 번역이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세상을 엮어내는 작업이라면, 이주혜는 이를 소설로 옮겨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고 해석에 한 발짝 다가가려 분투한다.

표제작 「괄호 밖은 안녕」은 여행중인 번역가 화자를 내세우며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나’는 한 계절에 두 권의 책을 잇달아 번역한 뒤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가능한 한 음성언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가 없는 곳으로 떠난다. 여행중 산속에서 맨발의 젊은 여자를 마주친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를 차에 태우는데, 둘은 언어로 소통할 수 없음을 깨닫고 몸짓과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여자와의 여정은 ‘나’가 과거 가정폭력에서 도망쳐 나온 한 여자를 잠시 집에 들였던 일, 뿔뿔이 흩어진 자신의 가족들과 의 일화 등을 소환한다.

이는 「여름 손님입니까」와도 일면 맞닿는다. 소설은 일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직원들과의 기묘한 일화로 시작한다. 온천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노부인, 번역기 앱으로 다소 우스꽝스러운 설명을 들이밀며 메뉴 변경을 요청하는 식당 직원 등 호텔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은 화자를 점점 아리송하게 한다. 화자는 삼십 년 전 집을 떠나 홀로 일본으로 간 언니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도착했지만, 호텔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본격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안개의 기분」 「맘껏 슬픈 사람」은 두 소설 모두 영국의 한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아들과 엄마가 떠난 홋카이도 여행을 배경으로, 각각 아들과 엄마를 초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쌍의 모자는 여행중 자신에게 진한 흔적을 남긴 과거를 되새기며 의미를 되묻고 이별을 준비한다. 이때 그 이별은 서로와의 이별이면서 동시에 묻어놓았던 과거와의 이별이기도 하다. 이주혜의 소설적 공간이 대체로 일본이라는 점 역시 주목을 요한다. 너무 다르지는 않고 동시에 너무 동일하지도 않은, 쉽게 녹아들 수 있으나 반드시 해석이 요구되는 공간. 그 친숙한 풍경에 침투하는 익숙한 기억들이 소설 곳곳에서 화자의 발목을 붙들고, 떠나왔으나 떠나보내지는 못한, 무의식적으로 유사한 공간을 선택하게 된 이들의 발걸음은 ‘과거’라는 같은 공간을 맴돈다. 번역의 (불)가능성을 언어에서 기억으로 옮겨와 과거 한때 시간을 같이 썼던 타자들 그리고 그 기억을 해석하려는 부단한 몸짓은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다.

떠남으로써 새로이 쓰일 수 있는 이야기

「할리와 로사」와 「순영, 일월 육일 어때」는 소설집 내에서도 특히 친근하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할리와 로사」의 두 사람은 고향을 떠나와 선택한 장소에서 직접 지은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은 ‘할리’의 고향인 전주로 여행을 떠나는데, 그 과정에서 할리는 자신이 버리고자 했던 원가족과 고향의 기억을 마주하며 고통스러워한다. 그 귀향의 경험을 여행으로 바꾸는 것은 할리 곁의 ‘로사’다. 그는 할리도 몰랐던 전주의 장소와 맛집을 소개하며 할리가 가진 괴로운 기억에 낯섦을 더한다.

「순영, 일월 육일 어때」는 소설가인 화자가 대학생 시절 함께 생활했던 언니와의 기억을 회상하며 진행된다. 동아리에서 사용할 이름을 정하라는 이야기에 ‘영순’과 언니 ‘은수’는 서로의 이름을 빌려 각자 ‘수은’과 ‘순영’이 되기로 한다. 글을 쓰는 ‘수은’에게 꼭 소설가가 되라며 용기를 북돋아준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언니는 느닷없이 결혼과 임신을 이유로 ‘수은’의 인생에서 사라진다. 내내 해석할 수 없는 숙제였던 언니의 삶은 현재 시점에서 이메일로 도착하는 편지의 스캔본을 통해 조금씩 이해에 가닿는다. 두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서로에 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보듬고 애틋해한다. 무엇보다 화자가 고향 혹은 인연에 얽힌 기억을 직면하고 마침내 떠나보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어디에도 자신의 처소를 마련하지 않고 환대를 기대하지 않는 이들은 속박을 끊어내며 궁극에는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흘러다니며 다른 존재와 접속하고 미끄러지며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에는 어떤 빛이 어른거린다. _강지희, 해설에서

“나는 오늘도 그의 이름과 언어에 신뢰를 한층 더 쌓아올린다.” _구병모(소설가)

게리온과 헤라클레스 중 누가 더 괴물인가. 더 괴물이라는 표현은 성립하는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는가. 게리온이 처음으로 날개를 펴고 화산 입구로 날아간 것은 살고자 함인가 죽고자 함인가. 무수한 논쟁과 대화와 때론 독백이 이어질 것이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갈 것이다. 살고 싶은 사람도 죽고 싶은 사람도 하릴없이 그 소리와 박자에 몸을 맡길 것이다. 여름이니까. 밤이니까. 마법 같은 여름밤이니까.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_「이소중입니다」, 111쪽

「이소중입니다」와 「초록 비가 내리는 밤」은 독특한 색채를 발한다. 다른 작품들이 주로 기억의 해석과 번역의 문제, 과거로부터의 이별이 도드라진다면, 이 두 편은 독특한 스타일로 하여금 스타일리스트이자 문장가로서의 이주혜를 발견할 수 있는 자리다. 철학자의 집으로 향하는 번역가, 소설가, 시인의 여정을 담은 「이소중입니다」는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을 중심으로, 이들의 어지럽고 환상적인 여름날 여로를 그려낸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혀 독자에게 “마법 같은 여름밤”(111쪽)을 선사하는 이 소설은 특히나 이주혜의 아름다운 만연체가 돋보인다.

기담의 형식을 따르는 「초록 비가 내리는 밤」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부인 ‘양순덕’의 이야기로 시작해 집에 혼자 남겨진 남편 ‘박천일’의 일상으로 이어지며 그가 두려움에 떨며 떠난 집에 살게 된 ‘손우정’의 사연으로 연결된다. 양순덕이 남긴 백여 개의 식물은 박천일에게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이자 두려운 존재이지만, 손우정에게는 이해하고 싶은 신선한 언어이자 삶을 회복하게끔 도와주는 생(生)의 귀한 증거이다. 이는 양순덕이 식물에 관한 조언을 남긴 노트를 손우정이 꼼꼼히 읽으며 그 이면을 해석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식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이함이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까닭은 이것이 기담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식물의 생동성, 그 투명하고 빛나는 삶에의 의지가 『괄호 밖은 안녕』이 전하고자 하는 바이기 때문일 것이다.이주혜의 시선이 세상에 “그어진 미세한 실금을 어김없이 포착하고야 만”다는 구병모의 표현처럼 『괄호 밖은 안녕』은 우리 삶에 벌어진 틈을 괄호에 담아 소설 위로 포개놓는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우리가 해명하지 못한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다. 이주혜의 소설은 이를 억지로 봉합하거나 완벽하게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번역을 시도할 뿐이다. 이러한 시도는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섬뜩하며, 때로는 미궁에 빠진다. 해석의 근원적인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문을 두드리고 적극적으로 “기억의 허방에 빠”(72쪽)지는 일. 그렇다면 이 과정은 결국 화자가 과거를 적극적으로 다시 쓰는 작업이자 다시 쓰기를 통해 해석된 기억을 주체적으로 떠나보내는 행위이지 않을까. 『괄호 밖은 안녕』이 건네는 이 용감한 시도들에 우리 역시 손쓸 도리 없이 소설의 물결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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