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빌라
2. 거의 폐허 속에서
3. 때로는 불
4. 남카이로 1930~1938
5. 캐서린
6. 묻혀 있는 비행기
7. 현장에서
8. 신성한 숲
9. 헤엄치는 사람들의 동굴
10. 8월
작가의 말
주
해설: 전쟁의 막다른 곳에서 시작된 ‘아주 조심스러운 치유’에 관한 이야기
판본 소개
마이클 온다치 연보
저자소개
저자 : 마이클 온다치(Michael Ondaatje)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부커상 수상작 가운데에서도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50주년 기념 황금 맨부커상을 받은 마이클 온다치는 1943년 스리랑카의 케갈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함께 영국에서 살다가 열여덟 살 때 캐나다로 이주한 온다치는 토론토대학교와 퀸스대학교를 졸업하고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문학 강의를 하며 소설을 썼다. 1976년 첫 장편 『살육을 지나며』로 데뷔했으며, 이후 『사자 가죽을 쓰고』 등을 출간했다. 특히 『사자 가죽을 쓰고』에는 사막에 추락한 남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모태가 되었다. 1992년에 발표한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문학계에 새로운 충격을 안겨 주며 캐나다 총독 문학상(소설 부문)과 트릴리엄상, 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앤서니 밍겔라 감독이 소설을 각색한 동명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제6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9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주요 작품으로 『고상한 괴물들』, 『젤리라는 쥐』, 『세속적 사랑』 등의 시집과 『아닐의 유령』, 『디비사데로』 등의 소설이 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시, 소설, 회고록, 역사와 신화 등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온다치 문학 세계의 정점에 놓인 작품으로,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겪은 전쟁의 상흔을 안은 세 인물이 영국인 환자라 불리는, 파편적인 기억과 감각을 거의 상실한 인물을 중심으로 빌라 산 지롤라모에서 나눈 일상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세계사적 파국을 다루고 있다. 전쟁을 하나의 완결된 역사로 봉합하지 않고, 상이한 기원의 인물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파편적 서사는 마이클 온다치가 왜 오늘날 거장의 반열에 올랐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역자 : 김영주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20세기 영국 소설과 여성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모더니즘, 성과 젠더, 여성 글쓰기 등을 주제로 20세기 영국 소설을 읽고 분석하는 논문을 써 왔다. 역서로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제69회 아카데미 9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원작 소설
1992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을 시작으로 트릴리엄상, 부커상, 황금 맨부커상까지 수상한 원작 소설은 1996년 앤서니 밍겔라 감독에 의해 각색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9개 부문을 수상하며 영화로서도 인정받았다. 영화에서는 시간적인 제약으로 영국인 환자인 알마시와 캐서린에 집중한 반면, 원작 소설에서는 두 주인공 외에 대척점에 서 있는 간호사 해나와 인도인 공병 킵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좀 더 다채롭게 이끌어 가고 있다. 해나와 킵은 여러모로 캐서린과 알마시의 또 다른 모습이다. 북아프리카의 대사막에 캐서린과 알마시의 사랑이 있다면, 무너져 가는 중세 수도원을 개조한 병원에서는 해나와 킵의 또 다른 사랑이 존재한다. 해나와 킵이 “나란히 잠든 시기”는 고작 한 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동안 두 사람은 “그들 사이의 공식적인 금욕. 사랑을 나누는 행위 안에는 문명 전체, 나라 전체가 그들 앞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막과 수도원에서 이뤄지는 두 연인의 사랑은 한 시대의 모든 것이 놓일 만한 대사건인 셈이다. 사막과 수도원이 이슬람과 기독교에서 구도의 장소라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캐서린과 알마시의 관계가 사막의 밤을 배경으로 피어오른 모닥불처럼 서로를 태우며 한데 뒤섞이는 것이라면, 해나와 킵은 지구의 둘레를 도는 달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과정이다. 온다치는 “청년의 욕망은 해나의 품에 안긴 채 가장 깊은 잠에 빠질 때에만 비로소 완전해”진다고 묘사한다. 킵이 느끼는 절정은 “달의 인력”에 닿아 있으면서 “밤이 그의 몸을 끌어당기는 힘에 더 깊이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두 연인, 두 개의 대서사가 고대부터 있었던 사막과 중세에 지어진 수도원을 배경으로 서로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교하게 직조되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펼쳐지는
치유와 구원의 연대기
온다치는 한 인터뷰에서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아주 조심스러운 치유”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별과 국적, 나이, 인종, 종교가 다른 각양각색의 네 인물에게 폭격으로 거의 허물어진 수녀원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향할 곳도 없이 버티는 공간, 전쟁의 끝이자 동시에 치유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러한 복원과 구원 의식은 사막에서도 펼쳐진다.
영국인 환자는 추락한 비행기에서 캐서린을 구해 사막의 성소인 헤엄치는 사람들의 동굴로 데려간다. 거기서 그는 “그녀가 인간에게 물들지 않도록” 벽화에서 훔쳐낸 안료를 캐서린의 온몸에 바른다. 영국인 환자는 캐서린을 성스러운 장소의 일부로 만들면서 “그녀의 몸은 선명한 물감으로 온통 뒤덮여 있었어. 허브와 돌, 빛과 아카시아 재가 그녀를 영원하게 만들었지. 신성한 색채에 밀착된 몸. 파란 눈동자만 지워져, 무명으로 남겨졌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벌거벗은 지도”가 되었다고 회상한다.
헤엄치는 동굴에서 이뤄진 이러한 신비로운 의식을 통해 캐서린은 사막의 일부가 된다. 이것은 영국인 환자가 마지막까지 자신에게서 떼어놓지 않았던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어울리는 또 하나의 위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헤로도토스는 “예전에 위대했던 도시들은 이제 보잘것없을 것이고, 우리 시대에 위대했던 인물들도 그 이전 시대에는 미미한 존재였다”고 말한다. 동시에 “인간의 행운은 결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기록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서로 어떻게 배신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를 기록한 이들의 이야기는 전혀 미미하지 않은, 또 하나의 ‘역사’다. 이처럼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소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은 왜 고전이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 주는지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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