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10년의 새벽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4대 장편을 완역한 김정아 에세이
10년 완역의 생생한 기록이자
독자를 위한 ‘도스토옙스키 입문서’
패션 기업 스페이스눌의 CEO이자 러시아 문학 박사인 김정아가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즉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10년에 걸쳐 홀로 완역하며 기록한 에세이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를 출간한다. 저자가 ‘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을 따라 걸으며 겪은 영혼의 전율과 고통, 그 끝에서 발견한 삶의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작품 해설이나 번역 후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문학과 몸을 부딪으며 겪은 성장 서사이다. 번역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고전이 어떻게 오늘의 언어가 되는지를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밀도 높은 이야기로 독자에게 전한다.
“만약 이 책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아, 도스토옙스키를 한번 읽어 볼까?’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나는 성공한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번역가의 고심, ‘잘 읽히는 책’
이 책은 2026년 1월 한 문학 기자와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비롯되었다. “이건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처럼 나와야 한다.”는 말에 저자는 출간 준비를 하던 학술서를 미루고 독자에게 감성으로 닿을 글을 쓰기로 한다.
번역 철학의 토대는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과의 특별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원문의 껄끄러움을 살릴지, 독자의 편의를 택할지 고민하던 저자에게 선생은 “독자가 읽기 쉬운 게 좋은 번역이지.”라는 명쾌한 답을 주었다. 난해함을 유지하는 번역이 아니라,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번역. 그러나 그 선택은 타협이 아니다. 문학적 상징, 종교적 함의, 심리적 미세함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더 높은 층위에서 내린 결단이다. 길을 찾은 저자는 물 흐르듯 읽히는 번역을 완성했다. 그는 이를 두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하고 충실한 번역”이라고 자부한다.
두 개의 세계를 산 사람
낮에는 패션 기업 CEO로, 새벽에는 도스토옙스키의 그림자로 살았던 저자는 이 이중생활을 ‘산문적 세계(비즈니스)’와 ‘시적 세계(문학)’의 병행이라 부른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속 미국 유학 시절, 두 아이를 키우며 강의 조교(TA)를 병행하던 생존의 최전선에서 새벽 루틴이 탄생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매일 새벽 2시나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생존의 무게가 짓누르는 낮의 피로를, 고독하고도 치열하게 도스토옙스키와 마주하는 새벽의 환희로 견뎌 낸 것이다. 산문적 세계의 치열함이 시적 세계를 지탱하는 뼈대가 되고, 시적 세계의 깊이가 산문적 세계를 살아갈 힘을 부여하는 완벽한 균형이었다. 2025년, 4대 장편의 마지막 원고를 넘기며 마침표를 찍은 이 10년간의 고독한 여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단순한 번역의 기록을 넘어, 문학과 삶이 어떻게 서로를 구원하는지 보여 준 장엄한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