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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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69598
ISBN
8809487620204
페이지,크기
280 , 153*224mm
출간일
2026-05-08
[출판사서평]
한글학자 최현배가 아끼던 제자, 한글로 시대를 밝히다
스승 김억을 만나, 우리말로 한국인의 마음을 노래하다

손끝에서 다시 살아나는 한글, 그 580년의 여정을 함께 쓰다

우리는 매일 한글을 쓴다. 스마트폰 자판 위에서, 키보드 위에서, 너무나 빠르고 당연하게. 그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잊는다. 한글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580년 전 세종대왕이 백성을 향한 깊은 마음으로 빚어낸 선물이라는 사실을. 말과 글이 하나로 이어지기를, 이 땅 사람들이 제 목소리로 세상을 기록하기를 바라던 간절한 꿈이 담긴 문자라는 사실을.

이 책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한글의 아름다움을 가장 깊이 느낄 수 있을까?’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눈은 빠르게 지나가고, 의미는 표면에만 머문다. 그러나 손으로 쓸 때는 달라진다. 한 글자, 한 획, 한 음절에 잠시 머물게 된다. 그 머묾 속에서 비로소 글자의 모양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감정이 느껴진다. 필사란 결국 글자와 나 사이의 느린 대화다.

그 대화의 상대로 윤동주와 김소월만큼 적합한 이들이 있을까. 두 시인은 우리말이 가장 위태로웠던 시대를 살았다. 학교에서 조선어 교육이 금지되고, 조선어학회가 강제 해산되고, 이름까지 빼앗기던 일제강점기에 이들은 끝내 한글로 시를 썼다. 윤동주는 한글로 쓴 시집 한 권을 남기기 위해 직접 세 부를 필사했고, 그 한 부가 땅속에 묻혀 살아남아 오늘의 우리에게 전해졌다. 필사로 지켜진 시집이 다시 필사북으로 독자 앞에 놓이는 것, 이 아름다운 순환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왜 지금, 필사인가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는 점점 낯선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필사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손으로 쓴다는 것은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식적인 선택이다.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고요함 속에서 사람은 비로소 자신과 마주한다. 연구들은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가 집중력을 높이고, 내용을 더 깊이 기억하게 하며, 감정적 안정감을 준다고 말한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온몸으로 언어를 체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를 필사할 때 이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시의 언어는 압축된 감정과 이미지의 덩어리다. 손으로 그 언어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그 단어를 선택한 이유가 손끝에서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특히 한글 시의 필사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글은 소리의 문자다. 세종대왕이 백성의 말소리를 담기 위해 창제한 문자이기에, 한글은 그 자체로 음악성을 품고 있다. 소월의 시어를 손으로 쓰면서 입으로 읽으면, 3·4조와 7·5조의 가락이 몸 안에서 리듬으로 살아난다. 동주의 시어를 한 자씩 써 내려가면서, 그 단정하고 투명한 순우리말의 결이 손끝에 전해진다. 눈으로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체험이다.

뮤지컬, 영화, 노래 속에서 살아 있는 시들

이 책에 담긴 108편의 시는 단순히 ‘오래된 시’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무대 위에서, 스크린에서, 노래 속에서 살아 있는 시들이다. 이 점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기획 의도 중 하나다. 윤동주의 「팔복」, 「십자가」, 「별 헤는 밤」, 「참회록」은 뮤지컬 「달을 쏘다」의 무대에서 배우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관객의 가슴을 흔들었다. 영화 「동주」는 「자화상」, 「새로운 길」, 「바람이 불어」를 다시 한국인의 일상 언어로 불러들였다. 한 시대의 어둠 속에서 쓰인 시가 다른 시대의 빛 속에서 다시 읽힌다는 것―그 자체가 문학의 기적이자, 한글이 가진 힘의 증거다.

김소월의 시는 노래가 되는 운명을 타고났다. 「진달래꽃」은 가곡으로, 「엄마야 누나야」는 동요로, 「초혼」은 뮤지컬의 절규로 시대마다 새 옷을 입었다. 소월의 시어가 노래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의 시는 처음부터 우리말의 음악성, 우리말의 리듬과 호흡으로 빚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읽으면 리듬이 느껴지고, 그 리듬은 어느새 흥얼거림이 된다. 이 책으로 그 시들을 필사할 때, 독자는 그 음악성을 손끝과 입술로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두 시인의 필사, 어떻게 쓰면 가장 좋을까

이 책을 기획하면서 ‘어떻게 써야 가장 깊이 느낄 수 있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먼저 소리 내어 읽고, 그다음 손으로 쓰는 것. 한글은 소리의 문자이기 때문에, 입술과 혀 위에서 굴러가는 우리말의 결을 먼저 느끼고 나서 그 결을 손으로 따라가는 것이 가장 풍부한 체험을 만들어낸다. 각 시에는 시인과 작품에 대한 배경 설명이 담겨 있어, 시를 쓰기 전 그 시가 태어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윤동주가 어떤 상황에서 「서시」를 썼는지, 김소월이 「초혼」에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를 알고 필사하는 것과 그냥 베껴 쓰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배경을 알고 쓸 때, 시인의 마음이 독자의 손끝에 더 가깝게 닿는다.

필사 공간은 넉넉하게 설계했다. 서두르지 않고, 글씨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쓸 수 있도록 했다. 잘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예쁜 글씨체를 연습하는 책이 아니다. 시인의 언어를 내 손으로 직접 쓰면서, 그 언어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 그 경험이 이 책의 목적이다.

580년 전의 꿈이 오늘 손끝에서 이어지다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 세종대왕이 한글을 세상에 내놓은 것은 글을 읽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백성을 위한 깊은 마음에서였다. 말과 글이 하나로 이어지기를, 이 땅 사람들이 제 목소리로 세상을 기록하기를 바라는 꿈이었다. 오늘 우리가 한글로 시를 필사하는 행위는 그 580년 된 꿈을 손으로 직접 이어가는 일이다.

한글은 이제 BTS와 드라마, 영화를 통해 세계인이 배우고 따라 부르는 언어가 되었다. 지구 역사상 유일하게 창제 이유와 창제 과정, 반포일이 모두 기록된 문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면서도 모든 말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자.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자주독립의 상징인 이 문자를 우리는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이 책은 조용히 묻는다.

윤동주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기를 바랐고, 김소월은 우리말로 한국인의 마음을 노래하고 싶어 했다. 두 시인이 한글로 새긴 108편의 시가 이 책을 손에 든 독자의 손끝을 통해 다시 한번 살아나기를 바란다. 필사는 그 부활의 의식이다. 시인의 말이 나의 손을 통해 세상으로 다시 나오는, 조용하고 깊은 의식이다. 한글이 있어 시가 있었고, 시가 있어 우리가 여기 있다. 그리고 지금, 독자들의 손끝에서 그 이야기는 계속된다.

[목차]
머리말

윤동주

뮤지컬 ‘달을 쏘다’에 나온 시
팔복 │ 간판없는 거리 │ 십자가 │ 아우의 인상화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쉽게 씌어진 시 │ 참회록 │ 이별 │ 별 헤는 밤 │ 달을 쏘다

영화 ‘동주’에 나온 시
자화상 │ 소년 │ 병원 │ 새로운 길 │ 무서운 시간 │ 또 다른 고향 │ 길 │ 흰 그림자 │ 사랑스런 추억 │ 봄 │ 간 │ 바람이 불어 │ 공상 │ 내일은 없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
눈 오는 지도 │ 돌아와 보는 밤 │ 태초의 아침 │ 새벽이 올 때까지 │ 슬픈 족속 │ 눈감고 간다 │ 흐르는 거리 │ 밤 │ 유언 │ 위로 │ 산골물 │ 창구멍 │ 못 자는 밤 │ 사랑의 전당 │ 비오는 밤 │ 황혼이 바다가 되어 │ 꿈은 깨어지고 │ 거리에서 │ 삶과 죽음 │ 해바라기 얼굴 │ 반디불 │ 편지 │ 모란봉에서 │ 오후의 구장 │ 곡간 │ 어머니 │ 창공 │ 초 한 대 │ 코스모스 │ 고향집

김소월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에 나온 시
진달래꽃 │ 초혼 │ 풀 따기 │ 산유화 │ 먼 후일 │ 합장 │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교과서에 실린 시
님의 노래 │ 님에게 │ 봄 밤 │ 못 잊어 │ 길 │ 개여울 │ 가는 길 │ 왕십리 │ 삭주구성 │ 접동새 │ 금잔디 │ 엄마야 누나야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
산 위에 │ 옛이야기 │ 님의 말씀 │ 꿈으로 오는 한 사람 │ 닭소리 │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 부엉새 │ 부모 │ 봄비 │ 비단안개 │ 기억 │ 애모 │ 몹쓸 꿈 │ 그를 꿈꾼 밤 │ 서울 밤 │ 가을 아침에 │ 님과 벗 │ 바다가 변하야 뽕나무밭 된다고 │ 나의 집 │ 오는 봄 │ 무덤 │ 춘향과 이도령 │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 차안서 선생 삼수갑산운 │ 맘에 속의 사람 │ 외로운 무덤 │ 꿈자리 │ 칠석 │ 제이·엠·에쓰 │ 고락 │ 실버들 │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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