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혼자서 해내려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아버지 말고는 아무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관성처럼 흘러가던 개 사원의 특별한 일주일을 그린 《용기가 없을 뿐》은 무엇이든 혼자 해내려고 애쓰다 결국 무너져 버린 개 사원이 다시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깊이 파고든다. 힘들고 외롭다는 말을 내뱉을 곳이 없는 개 사원은 어린 시절 친구들의 놀림에 맞서 무거운 바위를 들고 강을 건널 정도로 단단했던 아버지의 기억을 소환한다. 아버지가 보여준 나만의 걸음으로 걷는 법과 나이가 들어도 시들지 않는 나무처럼 끊임없이 자라나는 모습은 그에게 언제든지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된다. 이는 작품 마지막 장면에서 개 사원이 보여주는 ‘작은 용기’로 이어져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수연 작가는 전작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에서 꿈과 현실 사이를 방황하는 현대인의 어려움을 다뤘다면, 이번 《용기가 없을 뿐》에서는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애환을 담았다. 더욱 섬세해진 문장과 밀도 높은 그림으로, 불완전한 존재가 바닥을 딛고 일어나는 회복의 여정을 통해 비로소 ‘새것 같은 아침’을 선물처럼 전하는 이야기다.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글,그림 : 이수연
깊은 감정과 치유, 성장의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다.
영국 Camberwell College of Arts에서 Illustration MA를 공부했으며, 현재 한겨레 교육과 청강대에서 그림책과 그래픽노블을 강의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 『나를 감싸는 향기』가 있으며, 『내 어깨 위 두 친구』로 2023 White Raven,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로 2025 AFCC 일러스트레이터 갤러리에 선정되었다.
그린 책으로 『고릴라의 뒷모습』,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이 있으며,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2022 AFCC), 『커다란 집』(2025 BRAW Amazing Bookshelf, Northern Festival of Illustration Prize),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2025 dPICTUS 100 Outstanding Picturebooks, 2025 BBCK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등이 국내외 리스트에 선정되었다.
성실한 개 사원은 언제부턴가 삶에 “왜”라는 질문은 뒤로한 채 무감각한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한껏 기대에 찬 신입이 후배로 들어오자 '선배답게 잘 해내야 한다'라는 부담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면서도, 후배의 반짝이는 열정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후배를 위해 늦게까지 회사에 남은 개 사원에게 늑대 사원이 뜻밖의 동행을 제안하고, 둘은 퇴근길 공원에서 간지럼 나무의 신비를 마주하며 일상 속 작은 탈출을 경험합니다.
내가 먼저 도움을 구하는 것도 타인의 고단함을 먼저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늑대 사원이 혼자 애쓰는 개 사원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용기가 없을 뿐』은 “다 혼자서 해내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고단한 우리의 어깨를 다독입니다.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이면 알 수 있는 삶의 작은 신비를 보지 못할 정도로 지친 우리에게, 가슴 쪽에 움켜쥔 주먹을 펴게 하는 싱그러운 초록 향기가 되어 우리의 굳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다시 뛰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너의 돌을 들고 너의 걸음으로 걷다 보면
무사히 강을 건너게 될 거야!”
하지만 평온함도 잠시, 다음 날 후배와 예기치 못한 갈등은 개 사원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자신을 걱정하는 늑대 사원에게조차 날 선 말을 뱉어 버리고, 이전보다 더 외로운 마음으로 집에 온 개 사원은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현실의 압박과 무너진 관계 속에서 지쳐버린 개 사원은,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려준 ‘무거운 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 키가 작고 수영을 못하던 아버지를 괴롭히며 강을 건너보라던 아이들 앞에서 보란 듯이 무거운 바위를 안고 거센 강물로 뛰어들었던 아버지는 바위의 묵직한 무게 덕분에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개 사원은 아버지와 나눈 내면의 대화를 통해 실적과 승진, 계약직이라는 불안, 그리고 전세 대출까지 세상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무거운 돌을 이고 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걱정하지 마. 무서워하지 마. 이 돌이 너를 오히려 지켜준다. 눈을 똑바로 뜨고 가슴을 펴고 단단하게 걸어라. 너는 너의 강을 무사히 건너게 될 테니까.” 마음이 시들어 버린 개 사원을 향한 아버지의 따듯한 격려로 그는 다시 한 번 낙심한 마음을 일으켜 세웁니다.
“다만, 어떤 날은 조금은 덜 무겁기를.
마치 새것 같은 아침을 더 자주 맞이할 수 있기를.”
이수연 작가가 글과 그림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드라마
『용기가 없을 뿐』은 가슴을 울리는 단단한 문장이 환상적인 그림 연출과 만나 한층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불완전한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이수연 작가는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사람하고 말하는 게 진짜 좋아요. 너무 외로워요!"라고 외치는 한 청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외로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주고, 곳곳의 환상적인 장면 연출로 평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타인의 내면 상태'를 그림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개 사원의 손길에 천사상이 환하게 웃어 보이는 장면은, 늑대 사원의 다정한 제안으로 마침내 마음을 여는 개 사원의 내면이 투영되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나약함과 외로움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마침내 타인을 향해 용기를 내는 개 사원의 변화는 앞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서로를 향해 기꺼이 희망을 품는 아름다움을 회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매일 '새것 같은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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