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표범과 하는 키스의 감촉,
그리스 호텔방의 유령, 버찌를 좋아하게 된 푸슈킨의 소설…
일상과 취향, 습관과 농담으로 완성된 ‘무라카미 라디오’
소설가의 서랍에서 꺼낸 52편의 사소하고 다정한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곧잘 스스로를 가리켜 ‘평범한 소설가’라 소개하지만, 독자들은 그를 뛰어난 에세이스트로도 사랑해왔다. 특히 일본의 유명 패션지 〈앙앙〉의 권두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는 작가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에세이 시리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무라카미 라디오’의 두 번째 단행본으로, 일 년 동안 연재한 52편의 글을 한 권에 담았다. 거창한 사건도, 특별한 교훈도 없다. 대신 채소를 좋아하는 이유, 고양이와 음식, 옷에 대한 잡담, 낯선 도시에서 겪은 사소한 에피소드처럼 하루를 이루는 작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무심한 듯 이어지는 문장 속에서 소설가 이전에 한 사람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고, 평범한 하루를 한 뼘쯤 더 재미있게 살아가는 그만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에세이마다 한 컷씩 실린 오하시 아유미의 동판화는 글의 여백을 다정하게 채우며,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무라카미 라디오’만의 정취를 완성한다.
목차
첫머리에 십 년 만에 돌아와서 5
채소의 기분 10
햄버거 14
로마 시에 감사해야 해 16
파티는 괴로워 22
체형에 대해 26
에세이는 어려워 30
의사 없는 국경회 34
호텔의 금붕어 38
앵거 매니지먼트 42
시저스 샐러드 46
이른바 미트 굿바이 50
올림픽은 시시하다? 54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58
궁극의 조깅코스 62
꿈을 꿀 필요가 없다 66
편지를 쓸 수 없다 70
오피스 아워 74
생각 없는 난쟁이 78
여어,어둠,나의 옛 친구 82
서른 살이 넘은 녀석들 86
오키프의 파인애플 90
마치 표범처럼 94
이제 그만둬버릴까 98
악마와 깊고 푸른 바다 사이에서 102
택시 지붕이라든가 106
딱 좋다 110
신문이란 무엇? 114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118
달밤의 여우 122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합니까? 126
타인의 섹스를 비웃을 수 없다 130
책을 좋아했다 134
휴대전화라든가 병따개라든가 138
캐러멜마키아토 톨 142
맛있는 칵테일을 만드는 법 146
바다표범의 키스 150
장어집 고양이 154
유리집에 사는 사람은 158
그리스의 유령 162
일 인분의 굴튀김 166
자유롭고 고독하고,실용적이지 않다 170
커다란 순무 174
이쪽 문으로 들어와서 178
아보카도는 어렵다 182
슈트를 입어야지 186
뛰어난 두뇌 190
〈스키타이 조곡〉을 아십니까? 194
결투와 버찌 198
까마귀에게 도전하는 새끼고양이 202
남성작가와 여성작가 206
준 문 송 210
베네치아의 고이즈미 교코 214
후기 삽화를 부탁받고(오하시아유미) 219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2년 고바야시 히데오상, 2014년 독일 벨트문학상, 2016년 덴마크 안데르센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 : 오하시 아유미
1940년 미야기 현에서 태어나 다마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64년 주간 〈헤이본 펀치〉의 표지 일러스트로 데뷔한 이래 잡지, 단행본,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살림이나 생활 전반에 관련된 일러스트 및 에세이로 세대를 불문하고 여성은 물론 남성 독자에게도 지 지받고 있다. 2002년부터는 잡지 〈아르네〉를 창간, 기획에서 취재·편집·촬영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역자 : 권남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스타벅스 일기』, 『번역에 살고 죽고』, 『혼자여서 좋은 직업』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집으로 가는 길』, 『소중해 소중해 나도 너도』, 『말해 봐 말해 봐 너의 기분을』, 『작고 작고 큰』, 『초밥이 옷을 사러 갔어요』 등과 「위기 탈출 도감」 시리즈 등이 있다.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 하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그렇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진지한 사색과 넘치는 위트
전설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 두 번째
무라카미 스타일로 에세이 쓰기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셋째,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물론 내게도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소설보다 번역이, 번역보다 에세이 쓰기가 더 어렵다는 작가는 위와 같은 세 가지 원칙 아래 에세이를 쓴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화제가 한정되고, 결국에는 한없이 ‘쓸데없는 이야기’에 가까워진다며 웃음 섞인 겸손을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쓸데없는 이야기’가 ‘무라카미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 달리기와 여행, 학창 시절 추억, 낯선 이국땅에서의 깜찍한 실수담,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작가는 솔직한 일상의 이야기를 특유의 유머와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때로는 올림픽 중계나 프로야구 이야기를 꺼내며 툴툴거리기도 하고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지기도 하며, 때로는 문득 삶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생각을 건넨다. 작가가 권하듯 편안히 어깨 힘을 빼고, 라디오를 듣듯 읽어보자. 채소의 기분을 상상하고, 바다표범의 키스를 궁금해하는 동안 평범했던 하루가 조금 다른 풍경으로 다가올 것이다.
책 속으로
· 잡지에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새삼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에세이 쓰기는 어렵다.
나는 원래 소설가여서 소설 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간단한 건 절대 아니지만, 소설 쓰기는 내 본업이니 묵묵히 해내는 것이 당연하므로 일일이 어렵네 어쩌네 하는 말은 할 수 없다.
번역도 부업으로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절반은 취미 같은 것이어서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음 가는 작품을 마음이 갈 때 마음 가는 만큼 번역한다. 그러면서 어렵네 힘드네 하는 소리를 하면 벌받을 것이다. 거기에 비해 에세이라는 것은 내 경우, 본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미도 아니어서 누구를 향해 어떤 스탠스로 무엇을 쓰면 좋을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대체 어떤 걸 쓰면 좋을까 하고 팔짱을 끼게 된다.
---「에세이는 어려워」 중에서
· 수년 전, 모 항공사의 기내지 일로 오리건 주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시험 삼아 “가능하면 유진의 나이키 본사에 있다는 이러저러한 전설의 조깅코스를 달려보고 싶은데” 하고 제안해보았다. 편집자가 나이키 홍보부에 문의했고 “좋습니다. 얼마든지 달리세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호! 그것만으로도 오리건에 갈 가치는 있었다.
기대에 부푼 가슴으로 나이키 본사에 갔는데, 문득 깨달은 사실! 맙소사, 내가 갖고 간 것은 뉴발란스 옷과 신발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나이키 본사의 코스를 달리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몹쓸 짓이다. 게다가 내가 달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는데.
---「궁극의 조깅코스」 중에서
· 슈트를 사러 갈 때는 슈트를 입고 간다.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가게에 들어가서 슈트를 고르는 건 결코 쉽지 않으니까. 일단 슈트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머릿속을 슈트 모드로 바꾼 뒤 슈트를 사러 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슈트를 입는 일은 이 상황일 때가 가장 많다. 즉 슈트를 사러 갈 때 입기 위해 슈트를 사는 것 같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슈트를 입어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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