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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발견: 상실, 그 이후의 삶을 헤아려본 과학의 응답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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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87835
ISBN
9791193591543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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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7-31
페이지, 크기, 무게 320쪽, 125*200mm, 448g
목차
추천의 글
머리말

1 슬픔의 시작
2 사랑과 애착, 그리고 사별
3 상실의 궤적
4 슬픔보다 더 깊은
5 고통
6 꺾여도 살아내는 것
7 의미라는 의미
8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부록: 인터뷰 전문
주석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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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바버라 블래츨리 (Barbara Blatchley)
실험심리학·생리심리학·신경과학 분야를 아우르는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 인디애나대학교 심리학부를 졸업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 및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친 뒤, 아그네스스콧칼리지 심리학·신경과학 교수로 2024년까지 재직했다. 감각 및 지각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주된 연구 분야로 삼아 인간 뇌의 발전 가능한 추가 영역을 탐구하는 데 헌신했다.
2018년 1월 11일, 36년을 함께한 남편을 잃은 후, 자신이 마주한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삶의 공허가 남긴 의문들에 질문을 던지고, 악착같이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상실과 슬픔을 탐구한 과학자의 오롯한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위로하지 않는 위로’의 정석을 보여주며, 깊은 이해는 위로와 다르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
통계학 입문서 《맥락별 통계Statistics in Context》(2018), 인간의 뇌가 실제로 운과 기회를 학습한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긍정심리학의 개념과 원리를 과학의 범주로 끌어들인 《기회의 심리학》(2023)을 썼다.

역자 : 제효영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책을 쓰는 과학자들』, 『몸은 기억한다』, 『버자이너』,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눈물로 쓴 비탄의 기록으로부터
상실, 슬픔에 관한 현대 신경과학의 방대한 연구까지

배우자의 죽음만큼 인간에게 큰 고통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홈스-라헤 스트레스 척도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은 100점, 즉 최댓값의 스트레스 점수로 책정된다. 배우자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과의 사별도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죽음은 예정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덤덤하게 맞이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는 있지만, 막상 맞닥뜨리게 되면 그 모든 대비가 무용하다는 걸 저자 또한 고백한다.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가장 갑작스럽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사태에 저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36년을 함께한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먼저 꺼내든 단어는 위로나 공감이 아니라 이해와 탐구였다. 저자는 “슬픔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삶의 통제력을 되찾게 되고, 그리하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라는 신경학자 리사 슐먼의 말에 동의하며, 반려인의 상실 그 자체를 비롯하여 감정, 감각, 기억 등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신경과학자이자 “스트레스, 혼란, 불안을 느낄 때 그 일에 관한 정보를 모조리 찾아내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로서 저자는 정공법을 택했다. 고통스러운 상태로부터 도피하거나 슬픔을 억눌러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두지 않고, 다시 아파하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며 처참한 기억들을 길어 올려 꿋꿋하게 써 내려간다. 이 책에는 사적인 애도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 기록에서 뻗어나간 질문들과 그것에 대한 과학의 응답들이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우리는 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할 수밖에 없는가
이토록 괴롭고, 끔찍한 감정을 도대체 왜 느껴야 하는가

우리는 으레 죽음에 가장 가까운 감정으로 슬픔을 먼저 떠올린다. 슬픔의 사전적 정의는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이다. 원통한 일의 범주에 죽음을 포함한다면 질문은 이어진다. 죽음은 왜 원통한 일인가.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왜 마음이 아프고 괴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저자는 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존 아처, 존 볼비, 랜돌프 네스 등의 이론을 소개하며 진화적 관점에서 이 질문에 답을 정리해나간다. 분리 반응에 따른 일련의 행동(큰 소리로 울고, 애착 관계가 형성된 사람을 찾아 사방을 돌아다니고,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불안을 느끼는 등)이 어린아이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러한 반응이 불가피하게 남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분리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반응으로서 슬픔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죽은 이와 자신을 분리하고,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죽음이 초래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슬픔을 느낀다고도 한다. 요컨대 살아가는 데, 살아남는 데 유리했기 때문에 슬퍼하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과 감정의 기능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저자는 설명한다.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알리고”, “마음이 가라앉고 내면에 집중하게 되면서 생각을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생각하는 방식 자체에 변화를 일으켜 상향식 사고 능력을 키워준다”. 그렇다면 상실이 초래한 슬픔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켜서 이런 기능들을 하게 되는 것인가? 상실을 겪으면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 고통은 언제까지 지속되는가?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파고들며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영원히 새겨지는 상실의 궤적,
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다

사별은 해결이 불가능한 ‘비상 상황’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스트레스 요인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만큼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기본적으로 장기간 지속된다.(혼잡한 쇼핑몰에서 사랑하는 자녀를 잃어버렸고, 그 상태가 계속된다고 생각해보라.)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으로 유지되는 인체의 항상성이 스트레스로 인해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하면 여러 변화가 생긴다. 물리적 요인이 없음에도 군데군데 쑤시거나 통증을 느끼게 되고, 수면 패턴과 입맛이 바뀌며, 집중력과 주의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가 감소한다. 이런 비상 상황이 더 길게 지속되면 급격한 피로와 우울, 불안을 경험하고, 면역 기능 저하에 따른 각종 질환에 취약해진다.

또한 뇌에서 사랑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면, 애정을 느끼는 대상이 사라졌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전측 대상회피질,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조정하고 그 사람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형성하는 섬엽, 보상감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피질 하부의 영역 등은 그 사람의 상실로 인해 슬퍼하고 애도할 때도 활성화된다. 사랑을 관장하고, 사랑하는 이를 중심축으로 하는 일종의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뇌의 영역들이 슬픔에 빠졌을 때도 활성화되는 것이다. 저자는 “그만큼 우리 뇌가 삶의 기둥과도 같았던 존재를 계속 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요컨대 “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는 것”이다.

상실은 신체 통증, 심리적 고통을 모두 동반하지만 후자가 압도적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둘을 구분한다. 신체 통증은 조직이 손상되어 통각수용기에서 뇌로 신호가 전달될 때 발생하지만, 심리적 고통은 그렇지 않다. 전자는 회상할 수는 있어도 그때의 고통까지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이 점이 결정적인 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심리적 고통은 신체 통증보다 더 쉽게 상기할 수 있고, 기억에서 끄집어내 마치 지금 일어난 일처럼 되살릴 수 있다.” 상실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지만 영원하다. 결국 상실 이후의 삶이란 부재의 그늘 아래 새로운 세계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된다. 잊히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사랑과 고통의 기억을 품은 채로.

상실의 이해가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
삶에서 변치 않는 건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우리의 뇌, 중추신경계는 크고 작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물론 그런 적응은 더디거나 괴로움이 따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에 따라 뇌 기능은 유연하게 조정된다. ‘신경가소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우리의 뇌는 달라진 삶의 토대에서도 살아나가기 위해 부단히 새 단장을 할 것이다. 그러니 사별과 같은 엄청난 삶의 변화를 겪고도 이전과 똑같은 사람으로 남는 건 불가능하다. “경험은 까다로운 스승이다. 시험부터 치르게 한 다음에 가르침을 준다.” 저자의 연구실에 걸려 있었던 문구다. 모든 경험은 우리를 수많은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사랑, 상실, 슬픔, 애도, 그리고 적응하고 회복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달라진다. 변화 그 자체가 가르침이 되기도 하지만, ‘슬픔과 사랑은 한 쌍이다’와 같은 구체적인 교훈도 예외 없이 얻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는 고대의 금언을 떠올려보자.

또한 “사랑이 단단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듯이, 애도의 과정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기억하자.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애정을 쌓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없는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절뚝거리며 다시 춤추는 법”이라는 표현을 빌려와서 상실 이후의 삶을 정의한다. 이것이야말로 슬픔과 애도의 과학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인간적인 가르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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