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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1218
ISBN
9791189336943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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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8-15
페이지, 크기, 무게 496쪽, 146*206mm, 645g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글그림 : 조지 와일솔 (George Wylesol)
필라델피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작가, 교육자. 현재 볼티모어에 거주하며 타우슨대학교와 MICA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협회 제59회 은메달리스트이며, 《뉴욕타임스》 《뉴요커》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슈피겔》 등 유수의 매체와 일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s://wylesol.com이다.

역자 : 안민재
대학에서 언론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휴먼스》 《복숭아씨를 깨물면》이 있다.
출판사 서평
백룸 호러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헤매는 경험

수리기사 웨이드 더피는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치기 위해 한 사무실 건물을 방문한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문이 잠겨버리고, 그는 끝을 알 수 없는 복도와 계단, 끝없이 이어지는 방들, 의미를 알 수 없는 메모와 기묘한 인물들이 존재하는 미궁 속에 갇힌다.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건물을 탐색하고 단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웨이드와 함께 길을 선택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된다.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웨이드가 되어 건물 안을 직접 돌아다닌다. 각 페이지에서 어느 문을 열지, 어느 복도로 갈지 선택하고, 안내된 페이지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막다른 길에 이르면 되돌아가 다른 길을 찾아야 하고, 곳곳에 숨겨진 메모와 숫자, 기호를 기록해 잠긴 문과 단말기의 비밀번호를 풀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만나는 존재와 도달하는 결말도 달라진다. 『2120』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책이 아니라, 길을 찾고 퍼즐을 풀며 직접 탐험하는 책이다.


“더듬어 나가는 페이지마다
백주의 지옥이 도사리고 있다.” _구병모(소설가)

『2120』은 이른바 ‘백룸 호러’의 분위기를 탁월하게 구현했다. 백룸 호러의 핵심은 괴물이 아니라 공간에 있다. 끝없이 반복되는 복도와 방, 출구가 있을 것 같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구조, 아무도 없기에 오히려 누군가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는 역설적인 공포가 사람을 서서히 압도한다.

『2120』는 이러한 백룸 호러의 감각을 단순히 그림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는 직접 길을 선택하고, 막다른 길을 만나면 되돌아가며, 단서를 찾아 또 다른 통로를 탐색해야 한다. 즉, ‘길을 잃는 경험’ 자체를 독서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백룸을 직접 헤매고 있다는 감각에 빠져든다. 그렇게 평범한 사무실 건물은 어느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미지의 공간으로 변하고, 공간 자체가 만들어내는 불안과 고립감은 극대화된다.


“이 미궁을 걷는 내내
심장이 조여오는 감각이 함께할 것이다.” _조예은(소설가)

이 책의 그림체는 백룸 호러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선, 컴퓨터 그래픽 초창기를 연상시키는 색감, 오래된 운영체제와 MS 페인트를 떠올리게 하는 투박한 화면은 처음에는 낯설고 소박해 보인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미니멀한 스타일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만큼 독자는 빈 공간을 자신의 불안으로 채우게 되고, 작품은 점점 더 깊은 심리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작가 조지 와일솔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수의 매체와 협업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여러 권위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하는 등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인정받아왔다. 그는 『2120』에서 극도로 절제된 화면과 정확한 원근, 반복되는 건축 구조만으로 독자의 감각을 흔들어놓으며, 빈 사무실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을 백룸 호러의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극강의 공포와 미로,
그리고 미스터리

『2120』은 퍼즐을 푸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곳곳에 숨겨진 메모와 숫자, 지도, 기호들은 모두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독자는 직접 기록하고 비교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 어떤 선택은 막다른 길로 이어지고, 어떤 단서는 나중에서야 비로소 의미를 드러낸다. 이 작품은 독자가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추리하도록 요구한다. 읽는다는 표현보다 플레이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특히 한국어판에는 해외 어느 판본에도 없는 특별 부록으로 작품 속 모든 퍼즐을 해설한 가이드 브로슈어를 함께 제공한다. 스스로 탐험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독자는 브로슈어를 보지 않은 채 작품에 도전할 수 있고, 길을 잃거나 퍼즐이 너무 어렵게 느껴질 때는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며 탐험을 이어갈 수도 있다. 초심자에게는 든든한 길잡이가, 모든 루트와 비밀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완독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한국어판만의 특별한 구성이다.


우리는 왜
이곳에 갇혀 있는가

처음에는 탈출 게임처럼 보였던 이야기는 점차 존재와 기억, 현실과 환상, 선택과 운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독자는 출구를 찾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탈출보다 진실을 알고 싶어진다. 『2120』은 공포를 위한 공포에 머무르지 않고, 미궁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서사 장치로 활용해 독자를 끝없는 탐험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은 책이면서 게임이고, 만화이면서 퍼즐이며, 공포물이면서 하나의 철학적 미스터리다.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고 해서 작품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길을 걷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탐험할 때 비로소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을 이루기 시작한다. 이 미궁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독자의 머릿속에 남아, 다시 첫 페이지를 펼치게 만들 것이다.


추천평

상당한 끈기와 집중력 그리고 경계심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첫 장을 지나서부터 멈칫했고 선택한 번호를 따라 나아가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뜯어진 전선, 깨진 형광등, 구식 컴퓨터, 손상된 공간이 주는 황량함 때문이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방과 복도, 끝없이 출몰하여 선택을 종용하는 문들과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가다가, 존재하기는 하나 존재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어떤 것들과 조우하고 나면, 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누군지 알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이렇게 광활하고도 밝은 색채감을 지닌 미로에서, 어느 구석에 숨죽이고 있는지 모를 미노타우로스를 찾는 듯한 기분으로 더듬어 나가는 페이지마다 백주의 지옥이 도사리고 있다. 그 끝에서 기다리는 결과는 무엇일까. 일부 의도된 노이즈 연출을 제외하면 대체로 심플하고 명료한 선과 색으로 그려진 그림이, 어느새 달리의 그림과 같은 초현실적인 세계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래픽노블을 보면서 폐소공포를 겪어보기는 처음이다.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다른 번호를 선택해가며 몇 차례나 재시도했지만 나는 이 공간에서 끝내 탈출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책 속으로 들어가 게임 플레이를 시작한 당신들은 무사히 이 악몽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란다.
- 구병모 (소설가)

한 권의 책으로 이토록 깊고 섬뜩한 공간감을 체험할 수 있다니. 《2120》은 백룸 호러의 정수다. 매 순간 주어지는 선택지를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앞에서 뒤로 향하는 선형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뒤틀린 시공간을 이리저리 헤매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안이 피어오르지만 탈출구를 찾을 때까지 멈출 수 없다. 혼란은 인물이 아닌 나의 것이 되고, 시종일관 원색의 색감과 간결한 선으로만 표현된 일러스트가 기괴함을 더한다. 이 미궁을 걷는 내내 심장이 조여오는 감각이 함께할 것이다. 진실과 해방은 오로지 탈출구에 있다. 책을 덮으면 끝난다고, 정말 그럴까? 당신의 의식 일부는 어쩌면 그곳의 지하실에 남아 끝없이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조예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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