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울릉도의 주춧돌이 되다, 온몸으로 섬을 살아낸 사람들
고락시비(苦樂是非) 없는 구순의 바다 정규태
산삼 캐서 집안을 일으킨 우외분
차마 말로 다 못할 구십 인생, 박영택
도동 100년의 기억을 잇다, 정종태
고난의 시간을 삭혀 하얀 몽매를 빚은 서금선
평생 공사판 노동자로 살아온 손순애
통구미 생선장수 최분남
만덕호 참사 50년, 가라앉지 않은 말들
2부 울릉도의 기둥이 되다, 온 힘으로 섬을 지탱한 사람들
섬이 내어준 밥상을 차리는 이영순
반평생 피데기 오징어 장사 하경자
울릉도 문화유산지킴이 이원확
섬의 지도를 새로 그린 행정가 김기백
울릉도 마지막 두부장이 김정권·한종인
굴착기 한 평 공간에서 인생의 길을 닦는 정종근
어민 주정민의 끝나지 않은 항해
3부 울릉도의 창문이 되다, 온 마음으로 삶을 다시 쓰는 사람들
섬 식물로 새로운 먹거리를 꿈꾸는 이권수
그림 그리는 농부 김현옥
이방인에서 주민으로, 백운배의 학포 정착기
문화의 항로를 개척하는 유목민 박찬웅
다시 시작하는 게스트하우스 김대로·서나래
모진 세월 건너와 울릉도 할매가 된 김정례
감로차처럼 달큰하게 우러난 노년의 섬살이 박순자·서진수
고향으로 돌아온 정재백의 분투기
옛 도읍 태하에서 쓰는 편지, 김정숙·홍한송
저자소개
저자 : 박경자
울릉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경북대학교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뒤 부산시교육청 공공도서관에서 30년간 사서로 일했다. 지금은 대우독서회와 인문학 공동체에서 읽고 쓰며 사유의 근력을 키우는 중이다. 섬에서 지낸 시간보다 도시에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지만, 늘 섬의 안부에 귀를 열어두고 있다. 울릉도의 바다와 벼랑, 바람이 내 정서의 원형이다. 섬의 시간을 품고 글로 옮기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어머니와의 마지막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 『김순남 씨, 이제 울릉도로 가요』를 펴냈으며, 공저로 『부산에 삽니다』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서평
제 몸을 깎아 울릉도의 주춧돌이 된 어르신들
1부 ‘울릉도의 주춧돌이 되다, 온몸으로 섬을 살아낸 사람들’에서는 울릉도의 격동적인 역사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어르신들을 만난다.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5일 동안 표류했던 정규태, 산삼을 캐서 집안을 일으킨 우외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생계를 위해 평생 공사판에서 일한 손순애, 통구미에서 생선 장사를 이어온 최분남 등 저마다의 삶에는 울릉도의 가난과 고립, 노동과 생존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특히 1976년 발생한 만덕호 참사를 다룬 ‘만덕호 참사 50년, 가라앉지 않은 말들’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사라지지 않는 섬의 기억을 되짚는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울릉도의 역사가 거창한 사건이나 기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매일 밭을 일구고 바다에 나가고 가족을 먹여 살리며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삶 위에 쌓여왔음을 보여준다.
부모 세대의 정신을 이어 오늘의 울릉도를 지탱하는 중장년층
2부 ‘울릉도의 기둥이 되다, 온 힘으로 섬을 지탱한 사람들’에서는 부모 세대가 남긴 삶의 태도를 이어받아 오늘의 섬을 만들어가는 중장년층을 만난다.
반평생 피데기 오징어 장사를 해온 하경자, 울릉도 문화유산을 지키는 이원확, 섬의 행정을 책임져온 김기백, 울릉도에 남은 마지막 두부공장을 운영하는 김정권, 굴착기 기사 정종근, 오랫동안 바다를 누빈 어민 주정민 등 다양한 직업과 삶의 궤적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삶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섬을 떠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던 사람도 있고, 생계를 위해 고된 일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울릉도는 떠났던 사람도 다시 품었고, 이들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으로 섬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섬과 뭍을 연결하며 울릉도의 미래를 여는 청년들
3부 ‘울릉도의 창문이 되다, 온 마음으로 삶을 다시 쓰는 사람들’에서는 울릉도에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섬의 식물을 연구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는 이권수,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리는 김현옥, 학포에 정착한 백운배, ‘우리나라가장동쪽영화제’를 만든 박찬웅,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대로·서나래 부부, 육지에서 돌아와 고향에 다시 자리를 잡은 정재백 등이다.
이들은 결혼과 직장, 문화기획, 귀촌과 은퇴 등 서로 다른 이유로 울릉도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살아 있는 섬마을의 공동체성이다. 이웃 간의 정과 따뜻함이 건재한 울릉도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책 속에서
p31 추산 언덕 위, 거실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집에서 수박을 먹으며 외분 씨에게 농담을 건네는 나이 지긋한 자식들과 마실 온 이웃들의 웃음이 넘실넘실 흘러 바다로 간다. 의연하게 세월을 견디며 가족의 뿌리가 되어준 그녀의 존재감은 우뚝 솟은 송곳산보다 컸다..
p86 버스로 다닐 때는 몸은 편했는데 마음이 힘들었다. 버스에 메바리 반티를 실으면 버스기사한테 온갖 말을 다 들었다. 도동 울릉읍 사무소 앞에 내려 생선을 팔면 어떤 날은 읍사무소 직원들이 나와 장사를 못 하게 했다. “겁이 많아 대들지도 못했어. 동네 사람들은 편하게 사 먹어서 좋다고 하는데 왜 팔지 말라고 난리를 치는지. 그런 날은 생선 반티를 이고 저동으로 가서 골목골목 다니면서 팔았어. 저동 아파트 앞에 가서 고기 사라고 외치면 사람들이 나오거든. 파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돼.” 분남 씨가 다녔던 골목이 눈앞에 환히 그려졌다. 남에게 큰소리 한 번 제대로 못 낼 만큼 순한 분이 생선을 팔기 위해 목청을 돋웠을 그 억척스러움은 어머니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p163 ‘제일두부’는 울릉도에 남은 마지막 두부공장이다. 그가 그만두면 섬에서 만드는 두부는 사라질 것이다. 콩 농사를 대량으로 짓는 농가가 없어서 육지서 콩을 들여오지만 두부맛은 육지서 만든 것보다 월등하다. 맛의 비결은 바로 물에 있다. 원시림 화산 암반층을 통해 솟아오른 미네랄이 풍부한 청정수를 쓰기 때문에 콩 본연의 고소함과 단맛이 살아 있고 부드럽다. 정권 씨에게 앞으로 바라는 게 있는지 물었다. “특별히 바라는 건 없어요. 섬에서 평생 두부만 만들며 살아온 인생에 감사해요. 큰 부자가 된 건 아니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았고, 자식들도 제 밥벌이하며 잘 살고 있으니 이만하면 됐죠.”
p240 내가 자랄 적엔 뱃일과 밭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울릉도 사람들은 자식을 일찍 육지로 떠나보냈다. 부부에게 혹시 교육 환경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나래 씨는 오히려 울릉도가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한 반에 학생이 두세 명, 많아야 대여섯 명이라 눈높이 교육이에요. 게다가 모든 게 무료예요. 방과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육지 견학도 자주 가는데 오히려 선물을 받아 와요. 중학생이 되면 해외 연수도 보내줘요.” 그녀는 서울에서 보낸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등학교 때 김포에서 목동까지 지하철 1시간 반을 타고 영수학원을 다녔어요. 그렇게 공부해서 대학을 갔고 직장을 다녔어요. 일류 대학, 좋은 직장 그런 것들이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우리 아들 동휘는 곤충을 좋아해요. 메뚜기 잡겠다고 뛰어다니는 동휘의 환한 얼굴을 보면 저도 행복해요. 우리 아이들이 남들처럼 살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녀에게는 자식을 경쟁의 틈바구니에 밀어 넣지 않겠다는 확고한 교육관이 있었다. 세속적인 잣대로 교육을 걱정했던 나를 무안하게 만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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