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치넨 미키토 (知念 實希人)
1978년 10월 12일 오키나와 출생, 일본의 소설가, 의사. 치넨 미키토는 도쿄 지케이카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부터 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의사이다. 그의 소설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의 배경이 되는 호스피스 병동도 의사라는 그의 직업적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2011년 『레종 데트르』로 제4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고, 이 작품은 2012년 『누구를 위한 칼날』로 개정되어 재출간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 『가면병동』, 『아메쿠 타카오의 추리 카르테』, 『블러드라인』, 『당신을 위한 유괴』, 『시한병동』, 『검은고양이의 소야곡』 등이 있다.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은 다양한 장르의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최고의 정점을 찍은 수작으로 평가된다.
역자 : 민경욱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관련 회사에 근무하며 1999년부터 일본문화포털 ‘일본으로 가는 길’을 운영했으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또 일본 관련 블로그 ‘분카무라(www.tojapan.co.kr)’를 운영하며 일본문화 팬들과 교류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요시다 슈이치의 『거짓말의 거짓말』, 『첫사랑 온천』, 『여자는 두 번 떠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 『브루투스의 심장』, 『백마산장 살인사건』, 『아름다운 흉기』, 『몽환화』, 『미등록자』, 이케이도 준의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사카 코타로의 『SOS 원숭이』, 『바이, 바이, 블랙버드』,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야쿠마루 가쿠의 『데스 미션』,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 고바야시 야스미의 『분리된 기억의 세계』 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꿈과 현실, 미스터리와 판타지.
상처와 사랑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치넨 미키토의 새로운 미스터리.
치넨 미키토의 새로운 작품 『몽환의 아이』의 가장 큰 특징은 꿈속 세계를 사건의 무대로 삼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의학 미스터리에서 의학 지식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몽환의 아이』에서 의학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다. 주인공은 의사이고 무대 역시 병원이지만, 의학 지식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메디컬 미스터리와는 결이 다르다. 희귀질환 ‘이레스’를 출발점으로 삼아 ‘잠든 사람은 어떤 꿈을 꾸는가?’, ‘꿈과 현실의 경계는 어디인가?’, ‘인간의 기억과 감정은 어디에 남는가?’라는 질문으로 ‘꿈’이라는 영역까지 이야기를 확장한다. 특히 환자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몽환의 세계’를 각각 독립적인 판타지 공간처럼 구축해, 미스터리와 판타지의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각각의 몽환의 세계는 환자가 살아온 삶과 상처를 반영하며, 주인공 아이가 그 세계를 탐험하는 과정 자체가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수사가 된다.
아울러 몽환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단순한 환상에 머물지 않는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 사건과 환자들의 과거, 아이의 트라우마가 서로 얽히면서 ‘꿈에서 발견한 진실이 현실의 사건을 어떻게 바꾸는가?’ 라는 미스터리가 만들어진다. 특히 상권 말미에는 연쇄살인 사건과 아이의 과거가 연결되는 강력한 단서가 등장하며 하권으로 이어지는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주요한 소재인 ‘마부이구미’는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인 동시에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처를 입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뒤집어쓴 사람 등 다양한 인물의 사연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는 점차 ‘범인은 누구인가?’에서 ‘사람은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옮긴이는 작품의 원제 ‘무겐노아이(ムゲンのi)’가 마지막에 이르러 ‘무한한 사랑’이라는 의미로 새롭게 다가온다고 설명한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뒤에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제목 자체가 작품의 마지막 메시지와 연결되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이 작품의 원제는 ‘무겐노아이(ムゲンのi)’라고 읽는다. 한자 뜻 없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로 표기해 놓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지? 처음 페이지를 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몽환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주인공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몽환의 아이’로 읽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줄거리와 마찬가지로 뜻밖의 의미를 발견한다. 끔찍한 사건 뒤에 우리를 다시 살게 해주는 핵심이 ‘무겐노아이(무한한 사랑)’라는 제목에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울음이 왈칵 쏟아진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 속으로
조그맣게 중얼거렸을 때 가벼운 두통이 찾아왔다.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다시 침대에 누운 여성을 본 순간, 그녀의 얼굴에 다른 여성의 얼굴이 겹쳤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입술에 살짝 미소 지은 다정한 얼굴.
심장이 크게 뛰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고 또렷하게 떠오르려는 오래된 기억을 다시 뇌의 깊은 곳에 봉인했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때와는 달라. 이제는, 가슴이 너무 아파 심장을 도려내고 싶다고 기도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필요는 없어.
자신을 강하게 다독이며 몸을 돌려 출구로 향한다.
“반드시 살려낼 거야. ……이번에는 반드시!”
--- p.13
“그래. 동물이 상대를 죽일 때는 몸을 지키기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먹기 위해서야. 전자라면 상대를 죽인 순간 목표를 이뤘으니 더는 공격하지 않아. 후자라면 탐욕스럽게 먹어 치웠을 테니까 시신은 크게 손상될 거야. 동물의 습격을 받아 ‘원형을 알 수 없게’ 되었다면 이런 경우지. 그래서 나는 인맥을 활용해 시신의 상황 정보를 모았어. 주로 시신의 사법 해부 결과지.”
“시신에…… 먹힌 흔적이 있나요?”
“아니, 그런 일은 없더군.”
하카마다 선생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시신은 그저 파괴되었을 뿐이야. 파괴를 위한 파괴. 시신의 유린 자체가 목적이야. 그런 짓을 하는 생물은 내가 아는 한 이 지구상에 딱 한 종밖에 없어. ……인간이지.”
--- p.37
“원래, 꿈은 금방 깨지. 훨씬 덧없고 허무해. 하지만 이 세계는 아주 견고해서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아. 한없이 넓어 꿈꾸는 사람을 영원히 이 세계에 묶어둬. 아무리 쫓아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환상의 꿈. 우리는 이곳을 ‘몽환의 세계’라고 불러.”
--- p.71
이제까지 그에 대한 마음을 정확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하카마다 선생은 나를 구해준 은인이다. 의사로서도 존경한다. 그 감사와 경의를 호의와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눈을 감고 의식을 자기 내부로 깊이 보냈다. 하카마다 선생의 미소가 눈꺼풀 안쪽에 나타났다. 감사와 경의, 그리고 사고로 중상을 당한 그에 대한 연민, 이 밖에도 다양한 감정이 들끓어 혼란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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