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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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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6621
ISBN
9788932925912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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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6-09-10
페이지, 크기, 무게 264쪽, 128*188mm, 264g
목차
수레바퀴 아래서

역자 해설 ―청소년기의 보편적 자화상

헤르만 헤세 연보
상세 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성장하는 청춘들의 고뇌와 치열한 자아 탐구를 담은 작품들로 독일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소설가.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칼프에서 태어났다. 1891년 주(州) 시험에 합격하여 마울브론 신학교에 진학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7개월 후 학교에서 탈주했다. 그 후 자살 기도를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방황을 거듭하기도 했다. 1898년 첫 시집 『낭만의 노래』로 문단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1904년 소설 『페터 카멘친트』로 문학적인 성공을 거두어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이후 자전적 체험을 담은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갔다. 정신적인 위기를 겪으며 정신 분석 치료에 몰두하게 되면서 더욱 내면 탐구에 깊이 천착하는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한 헤세는, 특히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소설 『데미안』으로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밖에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1962년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뇌출혈로 생을 마감했다.

역자 : 강명순
1960년 인천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샤를로테 링크의 『폭스 밸리』, 『죄의 메아리』, 『속임수』, 헤르만 코흐의 『디너』, 헬무트 슈미트의 『헬무트 슈미트,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미하엘』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 194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 서울대학교 선정 동서 고전 200선
★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고전 100선
★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청소년 권장 도서 50선
★ 한국경제신문 선정 국내외 명문대생이 즐겨 읽는 고전

1906년에 출간된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사춘기 시절 체험이 담긴 자전적 성장 소설로, 총명하고 성실한 한 소년이 어른들의 욕심과 억압적인 교육 제도에 희생되어 비극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명문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결국 상처를 입고 무너져 가는 한 소년의 비극을 통해, 무자비한 수레바퀴처럼 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짓누르는 기성 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옮긴 전문 번역가 강명순 씨는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가독성을 살린 섬세한 번역으로, 헤세 특유의 서정적인 독일어 문장을 아름답게 살려 냈다. 번역 원본으로는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간한 헤세 전집 중 한 권인 Hermann Hesse, Samtliche Werke 2: Peter Camenzind, Unterm Rad, Gertrud(Berlin: Suhrkamp, 2001)를 사용했다. 현재로서는 가장 권위 있는 판본 중의 하나이다.

모순적인 교육 제도에 짓눌린 안타까운 청춘의 이야기
독일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년 한스 기벤라트는 총명하고 성실한 학생으로, 그를 몰아붙이는 아버지와 교사들, 마을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신학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밤낮 두통과 싸우며 공부에 매달린다. 마침내 주(州) 시험에 합격하여 마울브론 신학교에 진학한 한스는, 그곳에서 자유분방한 성격의 친구 헤르만 하일너를 만나 가까워지게 된다. 시인의 기질을 지닌 하일너와의 우정으로 한스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지만, 그 영향으로 그가 점점 공부에서 멀어지자 두 사람의 우정은 곧 학교의 골칫거리가 된다. 그러던 중 획일적인 학교 시스템을 견디지 못한 하일너가 학교 기숙사에서 탈주하여 퇴학 처분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신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겨우 의지했던 친구마저 잃은 한스는 점점 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결국 신경 쇠약 진단까지 받은 그는 신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낙오자가 되어 돌아온 그를 향한 주변의 무심한 냉대 속에서, 무너져 내린 한스의 마음은 좀처럼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데…….
이처럼 이 작품은 타고난 총명함으로 촉망받던 한 소년이 어른들의 비뚤어진 욕심과 교육 제도에 희생되어 비극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래 자연을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인 한스는 어린 나이에 학업과 입시 경쟁에 내몰린 이후부터 좋아하던 모든 여가 활동을 빼앗기고 공부에만 몰두하며 제대로 된 유년기를 누리지 못한다. 그런 그를 몰아붙이는 아버지와 교사들, 교장과 목사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은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억압하고 성적에 따라 규격화된 인물만을 양산하는 사회와 교육 제도의 모순된 단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비극으로 치닫는 듯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한편으론 매우 섬세하고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소설이다. 억압적인 제도 속에서 위태로운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자기 나름으로 솔직하게 세상을 이해하며 조금씩 성숙해 가는 소년들의 모습이나, 다소 서툴지만 진실된 교감을 나누는 그들의 우정은, 위선적인 권위만 내세우는 어른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순수하고 진솔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또 수채화처럼 투명한 필치로 묘사되는 독일 마을의 자연 풍광, 아득한 향수(鄕愁) 속에서 오감을 자극하며 생생하게 그려지는 유년 시절 기억들은 그것이 아름답기에 더욱 안타깝고 애잔한 애수를 불러일으킨다. 향수가 자아내는 짙은 서정성은 그것이 이미 상실된 것에서 오는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유년기를 도둑맞고 변해 버린 주변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한스의 시선을 따라가며 독자들은 그의 아픔과 그리움에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다.

헤세 자신의 사춘기 시절 체험이 담긴 자전적 성장 소설
이 작품은 자전적 요소가 강한 헤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그의 청소년기 시절의 체험들이 곳곳에 가득 담겨 있는 성장 소설이다.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주의 소도시 칼프에서 태어난 헤세는 그 자신 역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주 시험에 합격하여 1891년 마울브론 신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규율과 인습에 얽매인 신학교 생활을 이겨 내지 못하고 7개월 만에 학교에서 도망쳐 나왔다. 작중에서 몰래 신학교 기숙사를 도망쳐 나와 퇴학을 당하게 된 하일너의 탈주 사건은 이때 그의 체험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자살 기도를 하기도 하고 신경 쇠약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방황을 거듭한 헤세는, 우여곡절을 거쳐 김나지움에 입학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학업을 중단했다. 그 후 그는 시계 부품 공장과 서점 등에서 수습 직원으로 일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며 작가의 꿈을 키워 나갔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이러한 인생 여정을 거쳐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20대의 헤세가 쓴 초기 작품으로, 자신의 쓰라린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는 그의 아픔과 향수가 짙게 배어 있는 소설이다. 신학교를 그만둔 후 고향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 뛰놀던 숲을 떠돌면서 은밀하게 자살 계획을 세우는 한스의 모습이나, 마음을 다잡고 기계공 일을 배우기 시작하며 어떻게든 현실과 타협하여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 등엔, 학업을 중단한 후 위태롭게 발버둥치던 10대 시절 헤세의 방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문학청년 하일너처럼 헤세에겐 글쓰기가 있었기에 스스로를 치유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지만, 주인공 한스는 결국 인생의 수레바퀴 아래 깔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청운의 꿈을 안고 신학교에 진학하지만 상처를 입고 파멸해 가는 내성적인 모범생 한스와,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시인 기질을 지닌 그의 친구 하일너는 서로 대조되는 인물이면서도 모두 헤세 자신의 방황했던 젊은 날을 비추는 초상이자 거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사

독일판 『호밀밭의 파수꾼』. 커트 보니것이 옳게 말했듯, 헤세 작품의 뚜렷한 특징인 <향수(鄕愁)>로 침윤된 소설. ― 『내셔널 옵저버』

“나는 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무척 사랑합니다. 너무도 놀라운 예술로 빚어진 이 이야기를, 무엇보다 그 인간미 때문에 사랑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헤르만 헤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책 속에서

「우린 호메로스의 작품을 읽지만 『오디세이아』를 무슨 요리책처럼 읽고 있어.」 하일너가 다시 경멸조로 말을 이었다. 「한 시간 내내 고작 시 두 구절을 읽고는 단어를 하나씩 뜯어서 되새기면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분석해. 그래 놓고는 수업이 끝나면 늘 이렇게 말하지. <호메로스의 표현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이제 알겠죠? 여러분은 지금 호메로스의 창작의 비밀을 들여다본 거예요!> 하지만 그건 우리가 불변화사와 단순 과거형에 질식하지 말라고 뿌려 놓은 일종의 소스 같은 거야. 그런 식의 접근법으로는 절대 호메로스에 흥미를 느낄 수 없어. 대체 고대 그리스의 시 나부랭이가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 만약 진짜로 누군가 그리스식으로 살아가려고 하면 당장 학교에서 쫓겨날걸. 그런데도 우리 방 이름은 헬라스라니, 정말 기가 막힐 일이지! 방 이름을 <쓰레기통>이나 <노예 우리>, 아니면 <실크해트>라고 지으면 안 될 이유가 있어? 고전이니 뭐니 하는 건 몽땅 사기야.」
- 본문 98쪽

자작시를 낭송하거나 이상적인 시인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혹은 실러와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독백을 몸짓까지 섞어 가며 열정적으로 읊을 때면, 한스는 하일너가 그에게는 없는 마법 같은 재능으로 허공 속을 거닐고, 신이 가진 자유와 열정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호메로스의 천사처럼 날개 돋친 발로 자신과 다른 아이들을 떠나 훨훨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인의 세계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한스는 이제 난생처음으로 아름답게 흐르는 언어, 사람을 미혹시키는 비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운율의 엄청난 힘을 깨닫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에게 새롭게 열린 이 세계를 존경하는 마음이 친구에 대한 감탄과 어우러져 독특한 감정으로 자라났다.
- 본문 109~110쪽

「제발 내 말 좀 들어 줘. 그때는 겁이 나서 곤경에 빠진 너를 모른 척했어. 하지만 너는 내가 어떤 아이인지 알잖아. 신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가능하면 1등이 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던 거. 너는 그런 나를 공부벌레라고 비웃었지.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게 내 인생 목표였어. 그것보다 더 나은 것을 몰랐으니까.」
- 본문 127~128쪽

예로부터 천재와 교사들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가로놓여 있었고, 그런 아이는 학교에 나타나는 순간부터 으레 교사들의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열네 살만 되면 담배를 피우고 열다섯 살이 되면 사랑에 빠지고 열여섯 살이 되면 술집에 드나들며 금서를 읽고 도발적인 글을 쓰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시시때때로 교사를 조롱하듯 쏘아보기에 교사의 수첩에 선동가이자 감금형을 받을 유력한 후보자로 기록되었다. 교사는 자신의 교실에 천재 한 명보다는 바보 멍청이 여러 명이 들어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가 옳을 수도 있다. 교사의 임무는 탁월한 인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라틴어와 수학을 잘하는 성실한 보통 사람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 본문 129~130쪽

「혹시 공부가 힘에 부쳐서 지친 건가?」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혹시 학과 공부 이외에 다른 책들을 많이 읽나? 솔직히 대답해 보게.」
「아닙니다. 책은 거의 안 읽습니다. 교장 선생님.」
「이거야 원. 그렇다면 정말 이유를 알 수 없군. 뭔가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한 데 말이야. 아무튼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해 줄 텐가?」
교장은 엄하면서도 다정한 눈길로 한스를 쳐다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한스는 권력자의 손을 붙잡았다.
「좋아. 그래야지, 친구. 그런데 제발 지치지는 말게. 안 그러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 테니까.」
- 본문 132~133쪽

이 연약한 존재를 그렇게 만든 원흉은 바로 아버지와 몇몇 교사의 야만적인 공명심과 학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그는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고 위태롭던 소년 시절에 날마다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했을까? 왜 그들은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고, 왜 라틴어 학교 친구들로부터 그를 멀리 떼어 놓고, 왜 낚시와 자유로운 산책도 못 하게 했을까? 왜 하찮고 소모적인 공명심을 부추겨 그로 하여금 공허하고 세속적인 이상을 품게 만들었을까? 왜 그들은 시험이 끝난 뒤 그가 마땅히 누려야 할 방학조차 푹 쉬지 못하게 했을까?
지나치게 혹사당한 작은 말은 길에서 쓰러져 이제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 본문 157쪽

유년기를 도둑맞은 그의 마음은 막혔던 둑이 터지듯 밀려오는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기억나는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도망친 것이다. 그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추억의 숲속을 헤매고 다녔다. 추억이 강렬하고 뚜렷하다는 것은 어쩌면 병증일 수도 있었다. 그는 예전에 실제로 그 일을 겪을 때와 거의 똑같은 온기와 열정으로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의 내면에서 기만당하고 억압당했던 어린 시절이 마치 오랫동안 막아 놓았던 봇물이 터지듯 용솟음쳐 올랐다.
나무를 베어 내면 종종 뿌리 근처에서 새싹이 다시 움트는 것처럼, 꽃봉오리 시절에 병들고 시들어 버린 영혼 역시 종종 약속으로 가득 찬, 봄날 같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곳으로 돌아가면 새 희망이 움터 어쩌면 끊어진 삶의 끈을 다시 이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뿌리에서 움튼 새싹은 물이 오른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하지만 그것은 가짜 생명이라 절대 제대로 된 나무로 자랄 수 없다.
- 본문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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