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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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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99448
ISBN
9791194996286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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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내일(10/16 금요일) 발송
품목정보
출간일 2026-09-15
페이지, 크기, 무게 452쪽, 128 * 188 * 30 mm, 452g
책소개

· 2021년 이오 돈나 '오늘의 여주인공' 문학상 수상작
· 2022년 세가프레도 자네티 상 '영화화하기 가장 좋은 책' 부문 수상작
· 2022년 스트레가상 후보작

“어른이 된다니, 난 싫다.”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 세상과 대결한
한 소녀의 이야기

실존 인물의 잊힌 목소리를 불러내어 인간애와 연대의 가치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 비올라 아르도네의 장편소설『올리바의 선택』이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다.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모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칠드런스 트레인』의 작가 비올라 아르도네는 이번 신작에서 이탈리아 여성 인권사에 길이 남을 한 소녀의 이야기를 서정적인 필치로 펼쳐낸다.

『올리바의 선택』은 1960년대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수백 년 된 인습에 맞서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쟁취해가는 한 소녀의 여정을 그린, 청량하면서도 가슴 아프고 비극적이면서도 벅차오르는 성장소설이다.

열다섯 살 소녀 올리바는 온 마을을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다니고, 친구를 괴롭히는 사내아이들을 새총으로 혼내주며, 아침마다 아버지와 달팽이를 잡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씩씩하고 자유분방한 아이다.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올리바는 '여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 '여자'가 되는 순간 이제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게 되고, 그동안 자유롭게 누리던 것들을 모두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올리바에게도 벼락처럼 초경이 닥치고, 같은 마을 청년으로부터 원치 않는 관심과 구애를 받게 된다. 그리고 올리바의 삶을 뿌리째 뒤흔든 비극적인 사건이 닥치게 되는데……
목차
1부 1960
2부
3부
4부 1981
저자소개
저자 : 비올라 아르도네 (Viola Ardone)
1974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잠시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고등학교에서 라틴어와 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2012년 『혼란한 마음의 레시피』를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9년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칠드런스 트레인』을 발표하여 화제를 모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밖에 『올리바의 선택』 『감정 혁명』 『위대한 경이』 『아직도 많은 삶』 등의 소설들을 출간했다.

역자 : 정혜용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 통번역 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 출판 기획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번역 논쟁』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집착』, 『카사노바 호텔』, 『그들의 말 혹은 침묵』,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식탁의 길』, 레몽 크노의 『연푸른 꽃』, 『지하철 소녀 쟈지』, 마리즈 콩데의 『세구: 흙의 장벽』 전 2권,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울고 웃는 마음』, 바네사 스프링고라의 『동의』, 발레리 라르보의 『성 히에로니무스의 가호 아래』, 앙드레 고르스의 『에콜로지카』, 에두아르 루이의 『에디의 끝』, 쥘리 마로의 『파란색은 따뜻하다』 등이 있다.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글비올라 아르도네
번역정혜용
출판사 서평

이탈리아 여성 인권 역사에 길이 남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렬한 성장소설

『올리바의 선택』은 1960년대 이탈리아를 발칵 뒤집어놓은 실존 인물 프랑카 비올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프랑카 비올라는 납치 결혼이라는 폭력적 관습에 정면으로 맞서 교황청을 비롯한 당시 이탈리아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며, 1981년 관련 법안을 폐지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후 그녀는 이탈리아 여성 해방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올리바의 선택』은 이처럼 이탈리아 여성의 삶을 바꾼 한 소녀의 결단을 둘러싼 과정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겪는 혼란과 시련, 그리고 폭력적으로 맞닥뜨린 부당한 인습과의 대결을 펼쳐내면서 명예와 수치가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방식, 나아가 사회적 역할의 폭력성을 면밀히 파헤친다.

오늘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명시적 동의’ ‘#NomeansNo’ 담론과도 직결되는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NO’가 어떻게 개인의 존엄을 지키고 세상을 바꾸는 마중물이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뭘 얻었냐고요? 선택할 자유죠.”

매일 밤 수치심과 자책, 극도의 자기의심과 자기부정에 시달리는 올리바, 그러면서도 한 발씩 자신의 진실을 향해 내딛는 올리바의 모습은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행위임을 증명한다.

여자란 ‘깨지기 쉬운 항아리’라며 관습의 대리인을 자처하다가 서서히 딸의 수호자로 변모하는 어머니, 모두가 '피의 복수'와 남자로서의 명예를 종용할 때 딸에게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주고 그 결정이 초래한 혼란을 함께 감당하는 아버지, 무너진 올리바를 일으켜세워주고 스스로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준 절친 릴리아나 등 올리바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과의 유대 속에서 마침내 혼자 힘으로 서게 된다.

한 시칠리아 소녀의 생애를 통해 오늘날 여성들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성찰하게 하는 역작 『올리바의 선택』. 세상이 강요하는 굴레를 끊어내고 존엄을 지켜냄으로써 다른 여성들의 삶마저 바꾸어놓은 올리바. 세계 독자들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각인되며 진짜 용기란 무엇인지를 보여준 그녀를 이제 우리가 만날 차례다.


책 속으로

나는 길에서 늘 뛰어다닌다. 사내아이들이 내쉬는 공기는 풀무가 뿜어내는 공기 같아서, 거기에는 손이 달려 있어 내 살을 만질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려고 뛰고, 남자아이의 몸과 여자아이의 심장으로 뛰고, 내가 더이상 뛰지 못하게 될 앞으로 다가올 모든 순간을 떠올리며 뛰고, 불편한 구두를 신고 긴 치마를 입고 느릿느릿 색시걸음으로 걸을 수밖에 없는 모든 친구들을 대신해 뛰고, 집안에 파묻혀 살아 있으나 죽은 듯이 지내는 언니를 대신해 뛴다.
---p.37

여자가 된 뒤로, 나는 마치 폭풍우가 치는 동안 처마 밑으로 몸을 피하고 있는 것 같다. 젖지 않으려면 처마 밑을 벗어나선 안 되니까. 나는 사로네 집에 갈 수 없다. 나는 시장에 갈 수 없다. 나는 릴리아나네 집에도 갈 수 없다. 가끔 침대 널을 들어올리고 릴리아나가 찍어준 내 사진을 몰래 꺼내본다. 머리카락은 땀에 젖고 무릎은 흙투성이인 예전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전생인가 싶다.
---p.102

나는 내 몸을 말아 똬리라도 틀 것처럼 구부정하게 걸으며 몸을 숨긴다. 인생은 풀리지 않는 똬리다.
---p.104

내가 만족하냐고? 오늘 나는 열여섯 살이 되었고, 다음주에는 결혼한다. 릴리아나는 일 년 뒤면 교사자격증을 딸 테고, 그애가 찍은 사진 몇 장이 도시의 신문사에 팔렸다. 그런 것 같다. 나는 만족한다. 내게 주어진 이 방법 말고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길이 없으니까.
---p.217

“넌 운이 좋은 거야.” 여자는 침대에 시트를 펼쳐놓고 가장자리를 밀어넣으려고 몸을 숙인다. “잘생긴 젊은이잖니, 신분도 괜찮고. 그런 남자라면 어떤 여자든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여자는 시트를 반듯이 펴고 침대를 한 바퀴 돌며 마찬가지로 가장자리를 정리한다. “자, 이제 좀 예쁘게 꾸며보렴, 얘야.” 여자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 양, 나를 보지도 않고 말한다. “네 아버지는 누구니? 재산은 있고?”
“이제 아버지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나는 흐느낀다. “그 남자가 다 뺏어 갔어요.”
“그게 사랑의 힘이란다. 그는 너를 송두리째 갖고 싶어하지. 네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려 들 여자들 천지야.”
---p.233

“감옥이라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늘 무죄를 받지. 그 사람은 사방에 연줄이 있어.” 나는 그애의 손에서 내 손을 빼내어 두 눈을 비빈다. “헌병대 대장 말이 옳아. 나는 으쓱한 기분이 들었고, 그 남자는 나 자신이 예쁘다고 느끼게 해줬어. 허영은 악마의……”
“그가 너를 바라봤고, 너는 너 자신이 예쁘다고 느꼈어. 그래서?”
“그건 나쁜 거야.”
“왜?”
“그만.” 나는 귀를 막는다. “그만해. 난 그 남자가 그러기를 원한 적이 없어.”
“바로 그거야. 그게 요점이야, 올리바. 너는 원하지 않았다고!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과 누군가를 힘으로 취하는 건 다른 문제야.(…)”
---p.304~305

“이제 네 차례다, 올리. 네 생각을 말해봐.” 아버지가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렴. 그가 네게 저지른 죄의 보상으로 피노 파테르노와 결혼하고 싶니?”
나는 식탁 밑에서 두 손을 꺼내 손을 쫙 펴서 다른 사람들 손 옆에 내려놓는다. 그 사건이 있은 뒤로 한시도 나를 떠나지 않던 구역질처럼 말들이 뱃속에서 치받쳐 올라, 힘차고 분명하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아니요. 싫어요.”
이 말을 입에 올리면서 나는 이것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확신임을 깨닫는다.
---p.313

“저는 시선 한 번, 말 한 번 때문에 사람이 그런 짓까지 저지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사벨라 변호사가 안경을 벗는다. “데나로 양,” 그가 엄격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사과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어요. 잘못한 게 전혀 없으니까. 심지어 그……” 그가 말을 멈춘다. “젊은이에게 데나로 양이 약속을 했더라도 말이에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격렬하게 젓지만, 그는 말을 이어간다. “흔히들 말하듯이 그를 부추겼다 하더라도, 그에게 반했다 하더라도, 약혼을 했다 하더라도……” 나는 가슴에서 일어나는 불덩어리를 진정시키려고 충분히 강한 고통이 느껴질 때까지 손가락을 마구 비튼다. “유일하게 중요한 질문은 이거예요. 피노 파테르노와 관계를 맺을 때 동의를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그의 접근에 호의적으로 답할지 말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는가? 아니면 탈진, 굶주림, 위협, 강압, 굴욕에 의해 어쩔 수가 없다고 느꼈는가?”
---p.334~335

“당신이 저지른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요, 올리바.” 사벨라 변호사가 나가려다가 말한다. “당신은 그저 젊은 여성일 뿐이랍니다.”
---p.336

“미지의 땅을 걸을 때는 둘인 게 훨씬 낫지.” 아버지는 한쪽에 빈 껍질들을 모아둔다. 살아남은 작물에게 줄 거름으로 쓰일 것들이다. “조금 전에 내가 하는 게 무어냐고 물었지. 바로 그런 거지.” 아버지가 달팽이 고르는 일을 끝내고 말을 맺는다. “네가 비틀거릴 때 옆에서 받쳐주는 것.”
---p.349

나를 보자마자 그는 미소를 그치고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의 시선이 나를 짓누르지만, 이제 그는 나를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잃었다. 앞으로는 무엇도 나를 침범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 내가 상실한 것들은 영원히 상실하고 말았다. 나무 밑창 신발을 신고 숨이 턱에 닿게 뛰어다니고, 구름을 보며 이름을 지어주고, 라틴어 어미변화를 암송하고, 영화배우들의 얼굴을 연필로 그리고, 꽃잎을 뜯어내며 사랑점을 보는 일들을.
---p.376

“내가 당신에게 줬던 것을 모두 거절한 게 옳았다고 말하려고? 그래서 뭘 얻었는데?”
그가 소리쳐도 겁이 나지 않아요. 저를 학대한 남자라기보다는 고작 남자, 자신의 잘못을 진정 이해하지조차 못한 남자일 뿐이니까요. 저는 마치 테를리치 선생님의 교탁 앞에 나가 섰을 때처럼 제가 내놓아야 할 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합니다.
“오래전 어느 날, 당신이 억지로 주려고 했던 것을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사려고 왔어요. 그래서 뭘 얻었냐고요? 선택할 자유죠.”
---p.44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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